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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치게 하는 정원이지만, 괜찮아
윌리엄 알렉산더 지음, 황정하 옮김 / 바다출판사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짜증 속에서도 엿보이는 나만의 '정원' 사랑!
윌리엄 알렉산더. 그는 두 아이, 아내와 함께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고 있는 미국의 중년 남성으로 여느 다른 집과 전혀 다르지 않은 삶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그가 '정원'을 가꾼다는 사실 하나만 빼고 말이다! ('정원'이라고는 말은 했지만 사실 밭에 가깝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재배하신 사과의 맛과 직접 재배해서 먹는다는 큰 메리트 때문에 그는 처절한 농부로 변신하게 된다. 물론 본인은 '취미'라고 주장하지만.
그런데 이거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저 씨뿌리고 제때 물 주는 등의 손길만 주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점점 '나'를 짜증 속으로 몰아간다. 내가 소중하게 가꾸어놓은 나만의 정원에 침입하는 침입자, 약탈자들. 이들을 몰아내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책에는 유기농 재배가 꿈이었던 한 남성의 처절한 농부 일기가 담겨 있다.
작물과 잡초를 구분하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 밭에서 뭔가가 자라는가?
그러면 그걸 뽑아라. 그런데 또 자라는가? 그러면 그것이 잡초다.
코리 포드, 1954년 9월 2일 잡지 <룩Look>에 실린 기사 '정원 꾸미기' 중에서
나의 밭을 지키기 위한 '미칠 것 같은' 사투!
사랑만으로 시작했던 일들이 사과도둑 다람쥐, 사슴, 사슴에게 먹이를 주는 이웃들, 잡초, 더위, 가뭄, 장마……라는 장애물을 만나면서 고난에 봉착한다. 도무지 이 밭은 잠시라도 '손'을 놓으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의 '집착'도 한몫했다. 공을 들이고 공을 들여 재배된 나만의 토마토 & 64달러짜리 토마토.
"토마토가 64달러라니!"
거기에는 내 또래의 남자 수십 명이 서로 어울려 아주 온화한 운동을 하면서 오전 내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나는 왜 저 자리에 끼어 있지 않을까? 왜 잡초를 뽑고 가지를 치며 이리 사서 고생하고 있는 걸까? 대체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잠시 벤치에 주저앉은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 일을 계속 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먹을거리의 매력에 사로잡히고 난 것이다. 잘 익은 브랜디와인 토마토, 코투리 완두콩, 흙냄새 밴 감자, 미감을 자극하는 각종 채소들. 말하자면 나는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독자인 내가 '나도 키우고 싶다'라는 부러움을 느끼는 것은 그의 짜증 속에서도 "나, 사실…… 이거이거 키운다"라는 작가의 어린아이 같은 자랑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나'의 정성이 듬뿍 담긴 토마토 하나를 먹을 수 있으니 그외 무슨 말이 필요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