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로망은 이 책에서 찾아라!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ㅣ 오늘의 일본문학 5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3월

이 시대 로망은 이 책에서 찾아라!

 
우연에 우연을 거듭한 사건에서 만난 4명의 사람이 뜻을 맞춰 4인조 강도단을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죄책감 따위는 가지지 않고, 좀더 깔끔하고 멋지게, 또 뒤끝없이 돈을 '강탈'할 음모를 꾸민다. 기왕에 돈을 훔친다면 일말의 고민 없이, 멋진 한탕을 꿈꾸는 것이다.
그것이 그네들의 로망인 것이다. 아니, 우리들의 꿈인 것이다. 

오늘도 난 회사에서 온갖 죽을상을 하며 책상에 앉았다. 회사에만 가면 입맛도 사라지고, 말도 없어진다. 그 많던 애교(?)도 다 어디로 가버리는 것인지.
그런 애환 많은 직장인들에게 이 소설은 통쾌함을 안겨준다. 즉 현실세계에서는 결코 벌어질 수 없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4인조 강도단은 초능력(?)도 가지고 있다.
 

인간 거짓말 탐지기, 나루세.
최고의 달변가, 교노.
인간 스톱워치, 유키코.
소매치기의 천재, 구온.
 

이들이 모여 '나도 은행 털어서 한탕 멋지게 살고 싶다'는 이 시대 직장인들의 '로망'을 멋지게 만들어냈다. 하지만 동료를 위해 배신을 눈감아주고, 위험도 감수하며, 배려를 하는 이들의 모습은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착한 척하는, 위해주는 척하는 가식적인 모습의 인간들이 아니라, 정말 진심을 느끼게 하는 그들의 행동에는 웃음이 유발되지만 한편 현실의 아픈 이면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슴 졸이며, 즐겁게 읽으면 그만일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때마다 작가가 풀이해놓은 단어풀이도 읽는 재미가 있으니 감상해보길. 

지금도 상사의 부조리에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 있을 직장인들에게 오아시스를 선물한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을 계속해서 접해야 할 듯싶다. 
 

* 이 작품을 읽으면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출간 일정'에 쫓겨 급하게 나왔다는 티가 팍팍 느껴졌다는 것이다. 조금 시간을 들여 제작되었다면 정말 좋은 책이 되었을 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