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새는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새는 날아가는가?
이 세상의 새들은 참 좋겠다. 날개라는 멋진 도구를 이용해서 자유롭고 멋지게 날아오를 수 있으니까. 다음 세상에는 꼭 새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책에서 현주는 말한다. 그 멋진 선물을 받고도 날지 않는 비둘기는 새가 아니라고.
사람들이 주는 먹이나 오물을 찾아 쥐처럼 기어다니는 비둘기. 그들은 자유를 찾을 수 있는 날개를 스스로 버렸다.
똑같은 생활, 변하지 않는 나날.
구속과도 같은 생활에 지쳐가는 고교생들.
그 시기를 보낸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것이다.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라고.
『새는』은 그런 고등학생의 심리를 잘 포착해낸 작품이다.
돈도 없고 공부도 못하는 은호는 늘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학을 꿈꾸는 것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꿈이 없었던 것이다. 죽지 못해 살아가는 그는 자신의 삶이 '죽음'이라는 공을 들여야 할 만큼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할 정도다.
그런 그에게 한 여학생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의 맘에 들기 위해서라면 저 하늘의 별도 따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그가 맨처음 시작한 것은 기타 배우기.
삶의 의욕이 없었던 그에게 처음으로 욕구가 들어차기 시작한다. 그렇게 자신에게 열정이라는 것을 심어가던 그는, 사랑이 커갈수록 삶에 대한 욕구도 커가기 시작한다.
공부를 지지리 못했던 그가 고교축제 때 기타연주를 하고, 문예반에서 발표를 하며, 서울 유명 대학에 합격까지 한다는 사실에(비현실적이기는 해도)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그에게는 평강공주 '현주'가 존재한다.
내가 박현욱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저 나의 모습을, 나의 마음을 그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
통속적인 연애소설처럼 그의 작품에선 로맨스가 풍겨나오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이 있어도 그들의 마음은 해피엔딩 동화책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유를 갈구하는 고교생 '새'는 자신이 지나왔던 나날을 추억하며 그 당시를 그리워한다. 비록 그때 바라던 자유를 얻지 못했지만, 자유를 꿈꾸었던 나날들이 아름다웠다는 것을 떠올리며.
* 박현욱 씨 팬이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