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창해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머릿속에 다른 사람의 뇌가 들어 있다.
나는 과연 여전히 '나'인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변신』.
나루세 준이치가 교고쿠 슌스케로 변신해가는 모습을 담고 있는 이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과 어느 정도 닮아 있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도 그것을 인정할 것이다.
물론 겉모습의 변화에도 여전히 '나'인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과는 조금 다르지만.

치명상을 입고 죽을 위기에 처한 나루세 준이치는 국가에서 수행중인 중요 프로젝트 뇌수술의 환자가 된다. 마침 나루세 준이치를 위험에 처하게 한 뒤, 자살로 생을 마감한 교고쿠 슌스케의 뇌가 나루세 준이치의 뇌와 딱 맞아떨어진다는 시험결과가 나오고.

나루세 준이치의 뇌에는 교고쿠 슌스케의 뇌가 살아가게 된다(물론 나루세에게는 비밀).

죽을 고비에서 간신히 살아난 나루세 준이치는 본인이 겨우 눈치챌 만큼 조금씩 변화해가고 있었다. 소심해서 불만이 있어도 꾹 참고 살았던 그는 그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타인으로 변해갔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 것이다.
자신이 뇌수술 이후로 이상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뒷조사를 실시하는 나루세 준이치.
그는 점점더 자신의 이성을 가눌 수 없게 된다.
그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나루세 준이치는 자기 머릿속의 교고쿠 슌스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만 어느새 그의 이성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자신이 믿었던 사람들이 자신을 배신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삶을 마무리 지으려는 나루세. 자신의 뇌가 전부 교구쿠 슌스케로 변했을 거라 생각했던 그였지만, 한쪽 구석에 자신의 이성인 나루세 준이치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없는 순간이 되어서야 자신의 이성을 느낀 것이다. 그것이 온전한 것이 아닐지라도…….

결국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겨눈 그는 나루세 준이치의 모습으로 죽고 싶다며 식물인간의 길을 택했다.  
자신의 뇌가 자신의 것이 아닐 때 어떠하다는 것을 심리적으로 잘 파헤쳐준 히가시노 게이고. 과학의 발달이 얼마나 무서운 재앙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인지를 알려준 소설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런 교훈을 담은 소설이라고 하기에 이 작품은 많은 점에서 뛰어나다.

인간이라는 족속이 갖는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것이다.
내가 걸어온 수십 년간의 기억이 없어진다는 것은 정말 소름끼치는 일이니까.
실제로 있을 수 없는 일을 그려내는 것이 이 작가의 특기이지만, 정말 있을 수 없을까 생각해본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정말 나일까? - 내 의지로 쓰는 게 아닌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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