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헤이세이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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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안락사가 용이한 나라입니다.

그에 관련된 법안이나 시설 또한 훌륭하지요. 물론, 부작용도 있습니다.

진심으로 원치 않았던 안락사를 가족들의 주도하에 재빨리 진행시킨다거나

(본인은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안락사를 수용하게 되는)

편안하게 죽을 수 있다는 이유로 젊은이들이 삶을 쉽게 포기하는 이유 등등입니다.


나도 모르는 새에 일본이 이런 엄청난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국민들은 그것을 어떻게 온전히 수용하였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득 안고서

한편으로는 고통스러운 환자들에게는 드디어 죽음을 선택한 권리가 생겼다는

생각에 조금은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속도감 있게 읽었습니다.

솔직히, 안락사에 관한 이야기만 나왔다면 이렇게까지 빨리 읽지는 못했을 거예요.



"있지 히토나리, 죽는다는 말하지 마."


그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굿바이, 헤이세이 _32



죽음을 선택하려는 남자 '히토나리'와 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아이'가 나옵니다.

남자는 많은 재력과 유명세를 가지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끝내고 싶어 합니다. (자세한 건 스포라;;


두 사람은 평범한 연인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육체적인 관계가 거의 없어요.

감정 또한 서로가 반대라고 할 만큼 전혀 다릅니다.

남자는 거의 기계식이라면, 여자는 감성적이며 스킨십이나 애정표현을 좋아해요.

잠자리도 극히 드물게 이루어지지만 옷조차 벗지 않아요;;



"나는 인생의 마감을 결정함으로써 나 자신을 몰아가고 싶어.

그러니까 죽기 전에 지금까지 해오던 것 중 최고의 작품을 만들 작정이야.

죽은 자만이 앉을 수 있는 특등석에 어울리는 뭔가를 남겨두지 않으면,

네가 말하는 대로 내 인생은 자칫 우스꽝스럽게 되어버릴 테니까."


                                  -굿바이, 헤이세이 _57


각자의 생각은 다르지만 서로를 배려하고자 노력을 많이 해요.

그래서 남자가 자신의 안락사를 준비하는 동안, 여자는 남자에게 그 댓가를 바랍니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보통 연인들의 스킨십 같은 거요.


남자가 안락사를 하고자 했던 이유가 처음엔 이해가 안 갔는데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또 다른 이유들이 등장하면서 공감이 조금씩 되기도 했어요.

그래도 그렇지...



메마른 웃음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죽어가는 고양이와, 죽으려 하는 남자와, 그들을 걱정하는 여자.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가장 정상적인 상태에 있는 것일 텐데도,

문득 불안해진다.


                                   -굿바이, 헤이세이 _113



먹먹한 아련함으로 읽게 된 이유가 여럿 있지만, 더는 스포라서 생략.

지금까지 사랑했고, 앞으로도 사랑하며, 추억에서도 놓지 못할 연인에 대한 감정이

아련했던 소설 <굿바이, 헤이세이>였습니다~



저자는 한 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 소설의 '무대'는 안락사가 전면적으로 허용된

가상의 일본이며, 그런 설정을 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옮긴이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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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거 범죄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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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서 말이 안 나올 정도로 한동안 멍 때리게 만든 소설입니다.

쯔진천의 첫 번째 국내 번역 소설 <동트기 힘든 긴 밤>에 반해서 작가의 다른 소설을 검색했는데

달랑 한 권만 있어서 두 번째 소설은 언제쯤 번역되어 나올까 기대하고 있었어요!

<무증거 범죄>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인지 혹시 실망하면 어쩌지... 잠깐 고민했었는데

우와~~~ 최단 시간 초몰입해서 읽었네욬ㅋㅋ그냥 푹 빠져버렸다능~



천 법의관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모든 정황이 이전 네 건의 사건과 거의 동일해. 여기서 가까운 풀숲에서 흉기를 찾았는데,

역시나 학생들이 체육시간에 사용하는 줄넘기였어. 나무 손잡이 양쪽에 지문도 남아 있었고.

범인은 피해자를 뒤에서 급습해 이 줄넘기로 교살했어. 피해자가 사망한 다음 리췬 담배를

입에 물렸고, '나를 잡아주십시오'라고 인쇄한 A4지도 남겼고, 관련 물증은 모두 확보했어."


                                                 -1부 나를 잡아주십시오 _ 014


처음에는 당연히 지문이 남아있어서 범인이 왜 안 잡혔는지 의문이었는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은 전 국민의 지문이 등록되지 않기 때문에 인구 수도 많고

지문만으로는 범인을 잡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범죄가 가능하겠지요 ㅠ


초반부터 미해결처럼 보이는, 하지만 완벽한 증거를 현장에 남기는 연쇄 살인범이 등장합니다.

도발하듯이 매번 나를 잡아달라는 메시지도 남기구요. 대단한 놈!

하지만 사건 수사팀이 몇 차례나 바뀔 동안 단서조차 잡지 못합니다.


그 와중에 살인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는데, 지문은 연쇄 살인범과 같지만 전혀 다른 방식이었다죠;;

수사는 또 미궁으로 빠집니다. 이때, 수사 전문가 팀 요원이었던 '옌량'교수가 등장하는데요

연쇄법을 쫓던 '자오톄민' 형사가 도움을 요청한 것이에요. 이미 경찰직에서 물러난 그의 반응은

심드렁하기만 한데.......



옌량이 다시 발을 내딛자 자오톄민이 그를 붙잡으며 바짝 다가갔다.

"그럼 사건 얘기는 그만두고 하나만 묻지. 범인이 진흙 바닥에서 사람을 몇 십 미터나 끌고

걸어가면서 자기 족적을 남기지 않을 방법이 뭐가 있을까?"


                                            -2부 논리 전문가의 비극 _053



어느 날 갑자기 옌량교수는 적극적으로 사건에 협조하기로 합니다.

바로 범인은 지목하게 된 것이 이유였습니다. 물론 심증이었지만요.


이렇듯 사건은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듯하면서도 범인과 그 과정 모두를 어느 시점부터

독자에게 드러냅니다. 사건 추리에서 이제는 범인을 쫓는 자와 범죄를 숨기는 자의 대결로

들어서는데요, 그 과정이 숨 막히도록 긴장감 넘치고 소소한 웃음거리도 들어있어서 좋았어요.


대부분 연쇄 살인마는 얼른 잡혔으면 좋겠다 라든가 증오하는 마음으로 보는 편인데

이 소설에서는 범인에게 몰입해버려서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 컸습니다. ㅠㅠ

마지막 페이지가 가까워질수록 제발 이대로 잡히지 마라. 그냥 무증거 범죄를 미해결로

끝나버려라! 이러면서 본 소설은 처음인 것 같아요 ㅋㅋ



"대체로 어떤 살인사건이든 경찰이 진실을 밝혀내려면 증인, 물증, 진술,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해.

그래서 완전범죄란 일반적으로 증인과 물증, 용의자의 진술이 없는 사건을 뜻하지."


                                                   -3부 무증거 범죄 _100



쯔진천 작가의 소설이 더 더 더!! 많이 번역이 되어 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ㅠ핵존잼!!

추리 소설을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은 이 소설이 처음이네요 ㅎ

출간 순으로 보면 <무증거 범죄>가 '추리왕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고

두 번째가 <나쁜 아이> 아직 번역으로 나오지 않아서 얼른 만나보고 싶네요. 중국어 좀 배울걸!! ᄏ

​세 번째가 <동트기 힘든 긴 밤>이라고 합니다.


충분히 이 소설이, 동트기 힘든 밤 보다 못지않은데, 왜 순서대로 출간하지 않았는지 아쉽네요.

시리즈이지만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어서 일까요... 그래도, 사건 해결을 하는 동일 인물이 (형사, 교수)

등장하다 보니 순서대로 보고 싶은 욕심이 드네요!ㅎ 얼른 <나쁜 아이>도 만나보고 싶습니다.


강추하는 소설이다 보니, 최대한 스포를 자제하느라 여러 가지 이야기라든가

소개하지 못한 흥미진진한 요소들이 많네요. 추리 소설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보세요.

저에게는 책값이 아깝지 않은 소설이었습니다! 제발 시리즈 다 내주세요!!ㅋㅋ


인기가 많아서 드라마로도 나왔다고 하니 찾아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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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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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이라는 단어는 참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평범해 보였던 물건도 그 한 단어가 붙어버리면 특별해 보이기도 하니까요.

한때 '한정판'이라는 것에 홀려봤기에, 좀 더 재밌게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깃털을 둘러싼 지하 세상이 있었다. 거기에서는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는

탐욕과 욕망에 사로잡혀 더 많은 부와 더 높은 지위를 탐하며, 몇 세기 동안

하늘과 숲을 약탈해온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 제3부 진실과 결말, 세상에 녹아든 깃털 _345


이 책은 소설이 아닌 에세이입니다. 2009년 영국 자연사박물관 도난 사건이에요.

처음엔 소설인 줄 알고 범인을 찾는 형사의 등장이라던지 사건의 흥미진진한 전개를

바라고 읽어가꼬 이 시대에 왜 그렇게 깃털을 탐하는 사람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유와 설명이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ㅠ

처음부터 실화라는 생각으로 봤다면 좋았을 텐데 소설이라고 착각한 게 잘못이라능


하지만 마지막에 실려있는 실제 사진들을 보면서

오히려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이 실제였다는 사실에 놀라웠습니다.

실제 새와 깃털, 범인이었던 에드윈과 공범까지 다 나오네요.

 


 

 

19살의 플루트 유망주 '에드윈 리스트'는 박물관에 새를 훔치러 들어갑니다.

그 이유는 그가 '플라이 타잉'에 심취했기 때문인데요, 희귀한 깃털로 만들수록

가치가 높아져서입니다. 플라이가 처음에 뭔지 몰랐는데 낚시할 때 바늘에

가짜 미끼를 대신하는 것으로 에드윈의 재능이 상당히 뛰어났다고 해요.


299점의 새가 도난당하고 인터넷에서 버젓이 거래되는 동안에도

박물관에서는 규모가 얼마큼인지 예상도 못하고 범인에 대한 것도 못 찾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과 심리가 재밌었어요.


저자가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되찾지 못한 새를 찾아가는 과정은 안타깝고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 후에 공범자까지 찾는 과정에서 감탄했어요.



법의 감시망이 코뿔소 뿔과 코끼리 상아에 집중해 있는 동안,

인터넷의 발달과 동시에 불법적으로 희귀 깃털을 거래하며

깃털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바로 빅토리아 시대의 예술을 구현하는, 연어 플라이를 만드는 이들이었다.


                        -제1부 죽은 새와 부자들, 운동의 시작 _85



단순히 깃털 도둑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시대의 모습과 패션의 변화에 따른 자연 파괴,

이익 집단의 무책임한 모습, 그들만의 세상에서 거짓된 우상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에드윈의 비논리적인 생각과 사고방식을 읽을 때는

막대한 손해를 끼친 죗값을 꼭 받았으면 했지만 법의 허술함이 통수를 치고 ㅋㅋ



"물론 저는 과학자가 아니에요." 에드윈은 이렇게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논리를

계속 이어갔다. "하지만 컴컴한 상자 속에 그냥 넣어두기만 하는 것은

유감이에요. 멍청이가 돌멩이 하나만으로도 털어버릴 수 있는 곳이잖아요. 그곳은."


                         -제3부 진실과 결말, "전 도둑이 아니에요." _285


극적인 반전과 기가 막힌 도둑의 털어가기 방식 같은 것은 나오지 않지만

실화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재밌게 읽은 책.

오히려 법정 판결이 더 흥미진진했던 것 같기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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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뇌
케빈 데이비스 지음, 이로운 옮김 / 실레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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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층 창밖으로 떨어진 여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범인이 남편입니다.

남편은 순순히 자백을 합니다. 말다툼 끝에 순간적으로 목을 졸랐고, 당황한 나머지

창밖으로 던져버렸다는 내용이었어요. 법정에서는 던지는 순간 아내가 살아 있었느냐. 아니냐

에 대한 공방과 평소 아내를 사랑하고 폭력과도 전혀 거리가 멀었던 남편이 갑작스레

이러한 끔찍한 일을 벌인 이유가 어릴 적 다친 뇌였다는 변호가 이어집니다.


이 사건을 중심으로 과연 사람의 '뇌'에는 어떠한 일이 벌어졌으며,

이것을 계기로 사람의 행동은 또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예가 등장합니다.

어릴 적 학대나 사고, 직장에서 뇌를 다쳤다거나, 종양의 존재로 인해 뇌에 압박이

가해진 경우들이었는데요. 과학적인 설명이 많이 나왔어요.



저널리스트로서 여러 해 동안 범죄 사건을 다루면서,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온갖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을 저지른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범행을 학대받은 어린 시절, 가난, 알코올, 약물 남용 또는

나쁜 친구들 탓으로 돌리는 것을 보아왔다. 그중 어떤 이들은 이해와 동정을 얻어

징역 대신 치료를 받게 된다. 또 어떤 이들은 과부하 걸린 형사사법제도하에서

비웃음을 당하고 만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_8



종종 뉴스에서도 나오지만 범죄를 저지를 살인범들이 정신병 진단을 받아서

형량을 줄인다거나 정신병 치료 등등 전혀 예상치 못했던 판결 내용이 가관입니다.

나이가 어린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장난삼아 저지른 살인들에 대한 판결도 아쉽구요.

과연 뇌의 문제인가 인성이나 감정 조절 또는 호르몬의 문제일까요.


법정, 법률적으로 어떠한 논쟁이 있었는지를 보면서

가장 분노했던 점은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직업 정신이었는데요.


살인이 명백하고 범인 스스로도 자백하는 사건에 변호를 맡으면서

사형이라는 '죽음'에서 한 사람을 살려낸다는 의지(?)로 범인의 과거까지 샅샅이 조사해서

유리하게 변호하여 무죄를 입증하는 것이, 살해된 가정과 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인지 정녕 모를까요.



피해자의 친구 중에 한 명이 나중에 당시 판결을 내린 판사에게 편지를 썼다.


"뇌가 손상되었다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그저 좋은 변호사를 쓴 성마른 늙은이였을 뿐입니다."


                                            - 3부 살인은 뇌의 문제인가 _227



기회를 준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또 다른 범죄에 무방비하게 방치하는 것은 아닐까요.

재범의 경우도 많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해가 안 가는 판결도 참 많습니다.

그 안에는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등장하는 신경과 학자 중에는 적극적으로

범죄자의 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변호사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합니다.



범죄 행위가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게 되면

범죄자를 처벌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일까?


                          - 4부 법과 신경과학의 미래 _317


뇌의 어떤 부분이 자극받아서, 뇌 수술 후 폭력적으로 변했다거나

충동적이 되었다는 사례를 이용한 법정의 다양한 판례와 배심원들의 결정,

시대에 따른 처벌의 재정의 대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어요.


뇌에 관한 그 어떤 것도 정확하거나 확실한 것은 아직 없다는 말처럼

강간 연쇄살인범의 변호에 악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떠올리기도 싫은 미친놈 조두순 스키도 생각나고..!!

다 읽고 난 후에도 많은 생각을 남기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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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걸 - 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디아 무라드의 전쟁, 폭력 그리고 여성 이야기
나디아 무라드 지음, 제나 크라제스키 엮음, 공경희 옮김, 아말 클루니 서문 / 북트리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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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나디아 무라드'의 자서전이다.

 

ㅡ2015년 11월 스위스에서 열린 유엔 포럼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한다.

ㅡ단 3분의 증언으로 이 집단 학살은 1년 3개월 만에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다. (한국일보)

 

그녀는 어느 날 자신의 마을 '코초'에 닥친 ISIS의 참혹한 만행들과 그간 겪어야 했던 피맺힌 아픔을

덤덤하게, 때로는 분노의 감정을 담아 글을 써냈다. 단순히 성 노예의 끔찍했던 사건 중심이 아닌

그녀의 어릴 적 추억과 소중했던 가족 간의 유대감에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아이였는지부터 말이다.


가난했지만 마을 사람들 모두 하나의 종교관을 가지고 서로를 의지하며 웃고 사는 마을이었다.

'이교도'라는 낙인찍히게 된 사건부터 '야지디'에 대한 소개를 차분하게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어느 민족이나 특유의 기질이 있음에도,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개종을 권하며 정치적으로 이용을 한다.


ISIS가 쳐들어오던 날에도 마을 사람들은 그 누구도 참담한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다.

누구도 자세히 상황을 알려주지 않았고, 어디선가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구조의 기미는 없었다. 탈출하다가 죽고, 잡혀서 집단 살해를 당하고, 여자들은 끌려갔다.



버스에서 나도 기도하기 시작했다.


"간청하오니 신이시여, 저를 별로 만들어 주소서. 그래서 이 버스 위의 하늘에 있게 하소서.

한번 그렇게 하셨으니 당신은 다시 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중얼댔다. 그러나 버스는 모술을 향해 달리기만 했다.


                                             -PART2-3 _158


버스에 실려 가는 순간에도 끝없이 추악한 손길이 이어지고 소녀들은 공포에 떨며 저항하지 못한다.

가족, 친구, 이웃이 모두 나이와 성별에 따라 분류 되었다. 생사가 나뉜 것이다.

나디아는 끊임없이 최소한의 것들을 요구하고 반항해보지만, 어린 소녀에게 그들은 너무 거대했다.

친절이라는 위선을 떨며 시도 때도 없이 이루어지는 강간과 폭행은, 아주 어린 소녀에게도 자행된다.



ISIS는 <포로와 노예 포획에 대한 질문과 응답>이라는

소책자까지 배부하여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질문: 사춘기 이전의 여자와 성교가 허용되는가?

답: 성교하기에 적당하면 사춘기 이전의 여자 노예와 성교가 가능하다.


질문: 여자 포로의 판매가 허용되는가?

답: 여자 포로와 노예는 재산에 불과하므로 사거나 팔거나 선물하는 게 가능하다.


                                                 -서문 중 _ 10


이루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순간들을 나디아와 함께하는 동안 내내 마음이 무겁고 아팠다.

그 순간, 그곳에.... 어쩌면 어딘가 지금도 있을 수많은 소녀들이 받을 고통이 안타깝고 먹먹했다.

숨소리조차 낼 수 없이 위험한, 목숨을 건 나디아의 탈출이 이어졌다.


고마운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순간에도 의심하고 긴장하고 한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그녀는

마지막 검문소를 넘으며, 비로소 미소가 담긴 생기를 얻는다.

나디아를 탈출 시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나세르 가족'은 결국 ISIS에게 들킨 후 행방이 묘연해진다ㅠ



내가 군인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난 그들에게 말했다.


"나세르는 저와 동행하느라 큰 위험을 감수하고 있어요. 그의 가족이 아직 모술에 있습니다.

누군가 나세르를 알아보면 나세르나 가족이 해를 입을 수 있어요.

왜 이걸 녹화하고 싶으시죠? 누가 이걸 보나요?"


                                                       -PART3-7 _331


정치적이던지 인종적이던지 종교적이던지, 여러 가지 안타까운 사연들이 맞물려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그녀는 자신을 다잡고 '인권운동가'로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또다시 되살아나는 공포의 그 순간으로 들어가야 함을 알면서도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하고 또 말한다.  

자신의 말이 곧, 테러에 맞서는 '최고의 무기'임을 알기 때문이다.



정의와 가해자 처벌만이

존엄성을 되살리는 유일한 상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 나디아 무라드, 2018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서 -


 

...........말이 필요없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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