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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평점 :
한정판이라는 단어는 참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평범해 보였던 물건도 그 한 단어가 붙어버리면 특별해 보이기도 하니까요.
한때 '한정판'이라는 것에 홀려봤기에, 좀 더 재밌게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깃털을 둘러싼 지하 세상이 있었다. 거기에서는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는
탐욕과 욕망에 사로잡혀 더 많은 부와 더 높은 지위를 탐하며, 몇 세기 동안
하늘과 숲을 약탈해온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 제3부 진실과 결말, 세상에 녹아든 깃털 _345
이 책은 소설이 아닌 에세이입니다. 2009년 영국 자연사박물관 도난 사건이에요.
처음엔 소설인 줄 알고 범인을 찾는 형사의 등장이라던지 사건의 흥미진진한 전개를
바라고 읽어가꼬 이 시대에 왜 그렇게 깃털을 탐하는 사람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유와 설명이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ㅠ
처음부터 실화라는 생각으로 봤다면 좋았을 텐데 소설이라고 착각한 게 잘못이라능
하지만 마지막에 실려있는 실제 사진들을 보면서
오히려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이 실제였다는 사실에 놀라웠습니다.
실제 새와 깃털, 범인이었던 에드윈과 공범까지 다 나오네요.

19살의 플루트 유망주 '에드윈 리스트'는 박물관에 새를 훔치러 들어갑니다.
그 이유는 그가 '플라이 타잉'에 심취했기 때문인데요, 희귀한 깃털로 만들수록
가치가 높아져서입니다. 플라이가 처음에 뭔지 몰랐는데 낚시할 때 바늘에
가짜 미끼를 대신하는 것으로 에드윈의 재능이 상당히 뛰어났다고 해요.
299점의 새가 도난당하고 인터넷에서 버젓이 거래되는 동안에도
박물관에서는 규모가 얼마큼인지 예상도 못하고 범인에 대한 것도 못 찾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과 심리가 재밌었어요.
저자가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되찾지 못한 새를 찾아가는 과정은 안타깝고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 후에 공범자까지 찾는 과정에서 감탄했어요.
법의 감시망이 코뿔소 뿔과 코끼리 상아에 집중해 있는 동안,
인터넷의 발달과 동시에 불법적으로 희귀 깃털을 거래하며
깃털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바로 빅토리아 시대의 예술을 구현하는, 연어 플라이를 만드는 이들이었다.
-제1부 죽은 새와 부자들, 운동의 시작 _85
단순히 깃털 도둑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시대의 모습과 패션의 변화에 따른 자연 파괴,
이익 집단의 무책임한 모습, 그들만의 세상에서 거짓된 우상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에드윈의 비논리적인 생각과 사고방식을 읽을 때는
막대한 손해를 끼친 죗값을 꼭 받았으면 했지만 법의 허술함이 통수를 치고 ㅋㅋ
"물론 저는 과학자가 아니에요." 에드윈은 이렇게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논리를
계속 이어갔다. "하지만 컴컴한 상자 속에 그냥 넣어두기만 하는 것은
유감이에요. 멍청이가 돌멩이 하나만으로도 털어버릴 수 있는 곳이잖아요. 그곳은."
-제3부 진실과 결말, "전 도둑이 아니에요." _285
극적인 반전과 기가 막힌 도둑의 털어가기 방식 같은 것은 나오지 않지만
실화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재밌게 읽은 책.
오히려 법정 판결이 더 흥미진진했던 것 같기도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