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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란 - 오랑캐, 난을 일으키다
김은미 지음 / 채륜서 / 2019년 1월
평점 :
ㅡ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가슴 깊이 숨기고 야망을 숨겨야했던 '도르곤'
ㅡ 아비를 조선에 두고 포로로 끌려가지만 당찬 의기를 숨기지 않은 의원 '허윤성'
ㅡ 9년 동안 볼모의 치욕스러움을 품고 북벌의 꿈을 이루고자 했던 '효종
ㅡ 평원 최고의 미녀이자 정치계를 휘어잡았던 여인 '효장태후'
이 네 사람이 주인공인데 저는 도르곤과 윤성 커플을 응원하면서 봤습니다~
허윤성은 여자예요. 표지의 이름만 봤을 때는 남자인 줄 ㅋ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배운 의술을 익히며 자라게 됩니다.
역사 소설이면 시대적 상황이 길게 나올 법도 한데,
병자호란의 시대적 상황을 간결하게 풀어가는 힘에 감탄했다죠.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같은 핵심 콕콕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독보천하 황태극의 여인>이라는 중국 드라마 보신 분 계시나요?
누르하치, 추영, 다이샨, 홍타이지, 아바하이 (아들 도르곤, 도도)
이 책에 초반부터 등장하기에 저는 스토리가 훅훅 스피드하게 나갔어요.
드라마에서는 아바하이의 마지막을 보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책에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도 들어있어서 슬펐어요.
왠지 못다 한 이야기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청나라 이야기가 많다 보니
드라마에서 봤던 것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물론, 중드를 못 봤어도 충분히 재밌는 흐름이지만요. 반가운 이 느낌~
"고개를 들어 보아라."
윤성은 명에 따라 엎드린 몸을 일으켜 대군을 이끌고 있는 적장과
마주 보았다. 젊은 장수의 시선이 곧장 그녀의 얼굴로 향했다.
윤성은 입술을 악다물고 그의 시선을 견뎠다. 노여움을 사 죽게 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그의 시선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었다.
아비가 말하길 죽음이란 두렵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했다.
의원은 죽음을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죽음이 온다면
그저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죽음을 각오한 결의. 그것 또한 의원의 덕목이었다.
도르곤은 자신 앞에 앉아있는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성경으로 가는 길 본문 중 -
실제로 '윤성'은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여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역사의 인물과 어우러지며, 그녀만의 당당한 모습으로
오랑캐라 불리던 적장을 치료하고 보듬는 모습은 의원이라는 본연의 책임을
잊지 않았다는 점과 상대의 마음까지 헤아릴 줄 아는 따뜻한 심성이라는 걸 알게 했어요.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열심히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의리를 지켰던
그녀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도르곤의 신임을 얻었지만 고향에 두고 온
아버지 걱정에 볼모에서 조선으로 돌아가는 세자 일행과 함께 돌아가지만..
전쟁놀이에 빠져있던 아이들 중 한 명이 윤성을 알아보더니 다른 아이들과
무언가를 수근 거렸다. 그렇게 저희들끼리 작당을 한 아이들은 저마다
작은 돌멩이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윤성에게 다가와 대뜸 쥐고 있던
돌을 던졌다.
"이 환향녀야, 저리 꺼지지 못해!"
- 환향 본문 중 -
병자 호란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삼전도의 굴욕'....
하지만 그때의 진정한 아픔은, 타국으로 끌려가야만 했던
50만 명의 조선인 노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50만 명 안에 내 가족과 친구와 이웃이 있었고,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억울하고도 참혹한 죽음을 당했다면
그 시절을 그 아픔을 어떻게 버텨냈을지.... 엄두조차 나지 않네요..
자신이 아끼는 신하조차 지키지 못했던 효종의 고뇌와
누가 이기고 지든, 일단 먹고사는 것이 더 중요했던
민초들의 삶까지 그 시대의 아픈 이야기도 많았지만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듯한 윤성의 로맨스가 제일 좋았습니다.
드라마 제작이 된다면 재밌지 않을까 싶었는데
변발을 해야 하니 국내 남자 배우중에 누가 삭발한 머리를
이쁘게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ㅋ
역사적인 배경 때문에 힘들겠죠?ㅠ
도르곤과 윤성의 이야기가 리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시나요?
기분 탓일 겁니다. (저는 솔직히 둘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응원을..!
불쌍하고 안타깝고 맴찢하고 ...그러다 짠하고 ㅠㅠ
스포가 될까 봐 많은 걸 적지는 못했지만 역사와 로맨스
두 마리를 잡았다!는 감상평으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역사 인물+ 로맨스 소설을 찾는다면,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