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난 장미 인형들
수잔 영 지음, 이재경 옮김 / 꿈의지도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남자를 향한 절대적인 복종과 순종만이 소녀들 앞에 주어진 길입니다.

누구나 돌아볼 만큼, 탐스럽고 아름다운 미모를 가꾸고,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소녀들의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이자 수업입니다.



"너무 많은 생각은 미모에 해로워."



장미처럼 아름다운, 하지만 가시는 없애야 하는 것이죠.

그녀들이 있는 아카데미의 교수와 감독 의사들은 모두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모순된 점을 가지고 그녀들을 가르칩니다.



페트로프 씨가 다가와 손가락으로 내 드레스 가슴선을 훑는다.

깊이 파인 가슴선을 따라 그의 손가락이 내 피부를 스친다.

소름이 돋는다.


"드레스가 아주 잘 받는구나. 필로미나."


교장이 천천히 손을 치우며 말한다.


"굳이 보태자면 더 내려 입어도 좋을 뻔했다."   _p104



반항적이거나 조금이라도 의심을 갖는 낌새가 느껴지면

알 수 없는 의문의 알약들이 제공되고, 깨끗해지는 처방을 합니다.

비타민과 다양한 효과를 가졌다고 하는데 매우 수상하죠.



아카데미에는 그녀들의 부모들이 막대한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세상 최고의 소녀 수업을 받아, 유능한 곳에 시집(?)을 보내려 합니다.

집안의 위신을 높이고 부모들에게도 자랑스러운 딸이 되기를 강요한달까요.

아이러니하게도 힘들어하는 딸을 만나러 오지도 않는 부모도 있고;;



주인공 '필로미나'는 우연히 만난 소년을 통해서, 폐쇄적인 아카데미의

수상한 점을 자각하고 깨달아 나가는 내용입니다. 물론 다른 소녀들에게도

의문을 던지고 함께 고민하면서 자신들이 왜 이런 곳에서 이렇게 힘든

것을 배우고 부당한 처사를 받아야 하는지 성찰합니다.



이노베이션스 아카데미,

그곳의 소녀들은 유일한 무기인

가시를 제거 당한 장미 같았다.



과연 소녀들은 무사히 그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말도 안 될 정도로 억지스러운 수업 방식과

한시도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없는 감시 속 생활이

초반엔 이해가 안 가서 답답했는데, 그 이유가 밝혀지면서 헐..!!


실제로도 어느 곳에 이러한 은밀 교육 기관이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지더라구요. 어딘가에 진짜 있을 것 같아요;;ㄷㄷ



가장 현실감을 느끼게 했던 것은

잘 가꾸어진(?) 아름다운 소녀들에게 후원자가 있고

그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들이었어요.

특히 학교 측 사람들은 소녀들을 이용해 접대를 합니다.

눈에 띄기를, 선택받기를.


단지 호기심만으로 술술 읽기엔 소녀들이 불쌍하고

나쁜 남자들이 등장해서 혐오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잔혹 동화의 으스스 한 분위기 속에

소녀들이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지 넘 궁금해하면서

재밌게 봤습니다. 영화로 나와도 흥미로울 것 같아요.

특히 오싹한 분위기의 아카데미 풍경이 기대되네요.



<덧> 전혀 예상치 못했던 비밀이랄까 반전이랄까.

소녀들의 이후 이야기를 담은 외전도 보고 싶네요.

왠지 사이다 팡팡 터질 것 같은데 말이죠 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잎처럼 - 도청의 마지막 날, 그 새벽의 이야기
정도상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80년 5월 26일 저녁 7시부터, 27일 새벽 5시 15분까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마지막 밤을 지나 새벽.

그 급박하고도 먹먹한 날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시민군 500여 명은 계엄군 공수대원들의 무장에 맞서

총의 총알도 얼마 남지 않은 무기로 대항을 합니다.


앞서 그들은 유명한 언론을 비롯해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합니다.

내 한 몸 희생으로 자유를 구한다는 간절한 소망입니다.



우리는 오늘 밤 패배할 것입니다.

하지만 영원히 패배하진 않을 것입니다!


각국의 기자 앞에, 당당히 선 남자가

낭떠러지인 줄 알면서도 발을 내디딜 수밖에 없는 상황을

호소하는 장면은 저에게 가장 인상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ㅠ



1980년 5월 27일 새벽

도청에 모인 사람들의 목표는

오직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었다.



대자보를 보면서 미국이 도와줄 거라는 믿음을 가진 시민과

우왕좌왕하던 시민군 그 어디에도 계엄군을 대항할 수 있는

힘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의지를 '백기'로 내보이지 않기로 굳게 약속합니다.



그들의 민주화 운동은 참혹하기만 했습니다.

어린 나이의 학생들은 물론이고 대학생을 비롯해

젊은 혈기로 목숨을 잃어가는 그날을 생생히 느끼며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들의 숭고한 뜻은 빨갱이 취급을 당하며 아무렇게나

걷어차이고 무자비한 총칼 아래 생명을 다합니다.



작가는 현장에 있지는 않았지만 모든 상황을 실감 나게

시간 단위로 담아내고 있는데요, 그 이유가 마지막에 나왔어요.

주인공으로 나오는 21살의 '명수'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이

모두 실존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희순의 마지막이 ㅠ


그분들이 직접 목격하고 겪으신 아픔이 왜곡되지 않기를 바라며

아픈 역사가 흩어지지 않도록, 그날의 진실이 온전히

밝혀지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장을 덮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팽 양 이삭줍기 환상문학 3
테오필 고티에 지음, 권유현 옮김 / 열림원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여 년 전, 프랑스 문단을 흔든 희대의 문제작이자,

실존 인물을 배경으로 작가의 '탐닉적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인 시인 '달베르'의 유려한 말솜씨에 빠져들어 절반을 읽어버리고

나머지 절반마저 단번에 읽을 만큼, 화려한 서사가 매력적이었어요.

편지의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문장들이 촤르르~ 쏟아집니다.


단순한 심리적 묘사였다면 매력적이지 않겠죠?ㅎㅎ

티 하나 없는 순수함을 추구하면서도

쾌락과 탐닉을 넘어 타락까지도 넘나드는데,

줄타기 같은 화려한 문구들이 꽤 은밀하고 농후(?) 합니다.



준수한 외모의 '달베르'는 '로제트'라는 여인의 정부가 되면서

인기와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남자가 됩니다.

두 사람은 마치 하나처럼 모든 것이 착착 들어맞았죠.

타인의 부러움은 물론, 당사자들도 서로에게 만족합니다.


딱, 하나만 빼고요.


그것은 연인들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사랑'이라는 감정이었어요.


무엇을 해도 허전함을 채울 수 없었던 달베르는

자신의 기준에 진정으로 부합하는 애인을 만들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힙니다. 아름다우면서도 순결한 여인.


그 기준에 딱 부합한 사람이 나타났으나

하필이면 같은 남자라는 것이 문제였지요.

달베르는 그 괴로움을 편지에 담아 절친에게 보내요.


'나는 왜 여자가 아닌가!'라는 성 정체성까지 고뇌하다가

결국, 남자라도 좋다!는 결론에 이르릅니다.ㅋㅋ



아름다운 남자 (=테오도르)를 사랑하게 된 달베르.

달베르와 미남자 테오도르까지 사랑한 로제트.

테오도르가 애정 하는 그의 어린 시동.

시동이 사랑한 테오도르.


이러한 관계 속에, 서로를 향한 감정들이 묘미였어요:)


사랑에 빠졌다가 고뇌하는 달베르를 보면 통쾌하고.

(그렇게 예쁘고 깨끗한 것만 추구하더니 쌤통이다ㅋ)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봐 주기를 바라는 테오도르를 보며

안타까웠지만 한편으로는 결말에 보여주었던 단호함에

시원하게 감탄하기도 하고.



스포 하지 않으려니 힘드네요. 하고 싶은 말이 넘 많아요!ㅎ

프랑스 문학이라는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나른하면서도

자유분방함 + 탐미적인 시선이 매력적인 소설이었습니다.



정신없이 그들의 로맨스를 보다가 결말에 '헐...' 하고

뒤이어 나오는 작가의 말을 읽다가 든 생각은

'진정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로맨스로 집중시키고, 작가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사사삭~




'이삭줍기 환상문학' 시리즈는 매력적인 것 같아요.

<바텍>에 이어 두 번째인데 넘 마음에 듭니다.

수준 높으면서도 파격적인 형식과 낭만적인 맛을 찾는다면, 강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품위 있고 매혹적인 고대 이집트 - 전 세계의 박물관 소장품에서 선정한 유물로 읽는 문명 이야기 손바닥 박물관 3
캠벨 프라이스 지음, 김지선 옮김 / 성안북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클레오파트라 소설을 보고 이집트라는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피라미드의 웅장함과 미스터리에 푹 빠져서 그 후에 좋아하게 되었어요.

거대한 나일강을 배경으로 나온 영화도 많고, 투탕카멘이라던가 저주라던가

파면 팔수록 정말 신비로워서 여행가 보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죠.ㅎㅎ


그래서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와~ 진짜 대만족입니다.

박물관 가서 실물을 보는 것보다 더 자세히 볼 수 있었고

가장 좋았던 것은 유물만 깔끔하게 처리된 사진들이었어요.





이집트에서 물건을 소유하고 장식을 할 수 있었던 부류는 상류층이었기에

이렇게 발견되는 것들은 그 당시의 부유한 삶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남녀 모두 화장을 하고 가꿨기 때문에 화장품을 담는 예쁜 그릇 세트도 있고

람세스 3세의 허리띠만 봐도 그 당시의 화려함을 짐작해볼 수 있는 색감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서 놀라웠어요. 왕릉에서 발견되는 것 중에 옷감이

가장 희귀한 축에 든다고 하는데, 훼손되었다는 보존 상태라는데도

사진으로 봤을 때는 그냥 낡은 정도로 밖에 안 보이더라고요.






제가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런지, 고양이 미라가 나와서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는데 옆에 나온 설명을 읽고 나니 슬퍼졌어요 ㅠ 18만 마리가 지하묘지에서

발견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저 미라 안에 아기 고양이가 있었다네요 ㅠ






부적이나 조각상 외에도 200여 가지의 다양한 석주와 그림등 수많은 예술품들이

가득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향유병이라던가 화가가 쓰던 팔레트도

있고 장례 가면이라는 것도 신기했어요.


사진을 올리면서 빠지긴 했지만 목걸이가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미세한 장식을 보면서, 기계도 아닌 수작업이었을 텐데 어떻게 했을까 막 이러고 ㅎ

도굴꾼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상자에서 발견되었다는 설명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더 많은 유물들이 도둑놈들에게 갔을 생각을 하니 안타까웠습니다.


기원전 언제였는지, 크기와 출처 그리고 어디에 있는 박물관에 소장 중인지까지

자세히 나와있어서 이 부분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리즈로 다른 나라도 나온다고 하니,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깔끔한 설명과 사진이 가장 좋았어요! 강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굴이 사라진 밤
루이즈 젠슨 지음, 정영은 옮김 / 마카롱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주인공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 있게 달린 소설입니다.


<얼굴이 사라진 밤>이라는 제목에서 좀비 같은 것을 생각하기도 했는데요 ㅎ

여주인공이 안면인식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구나 싶었어요.


자신의 얼굴조차 낯설게만 느껴지는 '앨리슨'은 남편 '매트'와 별거 중입니다.

매트는 그런 와중에도 잘 지내는 모습에, 앨리슨은 외로움을 느낍니다.

우연히 벌어진 말다툼으로 투정을 부려본 것뿐인데, 매트는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실려서인지 별거로 들어갔던 것이죠.


친한 친구들의 권유로 만남 앱을 통해 한 남자를 만나게 되면서

그날 밤 읽어버린 기억이 사건의 발단이자 원인, 시작이 됩니다.


다음날 아침, 거울이 비친 낯선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이마에 난 혹과 상처 그리고 손에 남은 혈흔에 놀라며 기억을 떠올리려 해요. 

하지만 전혀 기억이 없어요.

분명 앱에서 만나기로 한 남자를 만나러 간 것 같은데 말이에요.


같이 갔던 절친도 연락이 안 되고, 그 날밤 기억도 없는 상태에서

범인의 협박과 압박의 강조는 점점 높아져서 주인공의 심장을 조여옵니다.

과연 범인이 이러는 이유와 의도는 무엇인지, 그날 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끝까지 단숨에 읽었습니다.




답답한 주인공 시점만 나온다면 고구마였을 텐데 범인의 심점이 담긴 글이

곳곳에 등장하면서, 단서를 찾아 추리하는 과정이 재밌었지만

제가 맞춘 것은 딱 1개였네요 ㅋ



범인에 대한 조그만 단서나 정보조차 언급을 하지고 싶지는 않아요.

전혀 아무것도 모르고 보는 게 이 책의 묘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총 4명에게 의심을 했었는데.... 더 이상은 말하지 않겠음ㅋ

결말에 모든 전말이 팡팡 터지면서 이 모든 것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두려움에 왔구나 싶더라구요.


결말에 충격 먹은 1인;;;


주인공의 안면인식장애가 가져오는 두려움과 공포에

공감하면 할수록 더욱 심쫄해지는 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썰고 토막내고 심지어 맛보는​ 엽기적인 소설도 많이 봤는데,

심리만으로도 이렇게 몰입도 높은 공포를 가져올 수도 있구나 하면서

#추미스 재밌게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의 아버지가 강도 짓을 하면서 오히려 사람을

구하려 했지만 형벌을 받았음에도 피해자의 가족에게 편지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였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