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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헤엄치기
토마시 예드로프스키 지음, 백지민 옮김 / 푸른숲 / 2021년 6월
평점 :
단순히 동성애 로맨스 소설로 치부하기엔 간결하고도 섬세한 표현력과
1980년대 사회주의 체제하의 폴란드가 가진 긴박감이 잘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첫 시작은 주인공 '루드비크'가
사랑하는 연인 '야누시'의 안위를 걱정하면서부터입니다.
그리고 달콤했던 추억을 회상합니다만 헤어진지 오래는 아님.
야누시와는 첫눈에 반한(?) 사이였어요. 사실 첫눈에 반한지도 몰랐지만요ㅎ
자꾸만 눈이 가고, 궁금하고, 우연히 함께 있으며 설렘을 느낍니다.
두 사람이 아름다운 달빛 아래, 무언의 약속을 하고
서로를 응시하던 그곳(?)의 두근두근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스포니까요ㅋ
둘만의 여행을 떠났던 그곳2도 언급하지 않겠습니다ㅋㅋ
루드비크와 야누시는 크게 가진 것이 없는 부류였습니다.
상류층은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리는 반면 계급에 따라 배급을 받고,
굶주림을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 가득한 시기... ㅠ
이기적.
자기 자신으로 성장한다는 건
그저 이기적인 것이다. _33p
현재의 폴란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선이, 극과 극이었기에
각자의 길이 다름을 감지하지만,
야누시는 반드시 힘을 길러 루드비크와의 멋진 삶을 살겠다며
자신을 믿어 달라고 애원합니다.
네가 일을 시작하고 나서 너를 처음 보는 날이었고,
너는 직속상관이 너를 마음에 들어 했다고 말해주었다. (.....중략.)
그 도서들을 검열해서 당을 비판하는 내용이나
인민이 읽기에 부적당한 내용을 찾는 것이
너의 일이었다. _147p
루드비크는 우연이 손에 넣은 금지서
<조반니의 방>을 통해서 자유(미국)를 갈망하고 있던 상황입니다.
야누시도 금지서를 함께 보며 공감하지만 도망치기는 싫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루드비크는 자신의 성향을 9살에 깨닫게 됩니다.
리더성향을 가진 유대인 친구 '베니에크'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죠.
사춘기의 감성이었을까요. 아니면 첫사랑이었을까요.
그를 내게로 끌어당겨 안아도 그의 몸은 아무런 저항도 보이지 않아,
그의 얼굴에 내 얼굴을 맞댄 채 단단한 골격과 따스한 숨결을 느꼈다. _24p
풋풋한 청춘 로맨스가 펼쳐질 것을 기대했지만ㅠㅠ
인종차별로 인해 베이에크는 가족들과 사라져버립니다.
ㅠㅠ이로 인해 엄청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주인공 ㅠㅠ
간단히 스토리를 쓰긴 했지만,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여리게만 보였던 주인공이 과감하게 전단지를.
그것도 자유를 억압하려는 엄청난 권력 앞에 수없이 뿌리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는 장면은 그 시대를 잘 보여주었고 (긴박감ㄷㄷ)
야누시가 권력을 가진 집안의 자식들과 친해지면서
그들을 이용하여 지위를 높여가는 과정이 나오는데,
배고픈 사람들이 거리를 힘없이 배회해도
그들만의 공간에서 향락과 쾌락을 즐길 때는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루드비크는 그들과 함께 했지만 극도의 수치심을 느끼게 됩니다.
<최대 궁금증>
도대체 주인공은 어떻게 생겼는가!
키 크고 잘생긴 야누시조차 첫눈에 빠져들게 만든 그의 외모는 과연?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옵니다. 대체 어떻게 생겼냐고요!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나처럼 키가 크다.던가, 멋진 오빠라던가, 귀엽다....등등요ㅋ
수려한 외모로 예상 됨.
소년들의 은밀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질투, 갈등도
그들 중 한 남자를 사랑하고, 권력의 힘을 보여주던 여인도
최후의 끝까지 믿고 도와둔 주인공의 여사친도
결국 폴란드 사회주의 공화국에 계엄령이 선포되는 파도와 함께
한 폭의 그림처럼 녹아든 매력적인 소설이었습니다.
마지막 야누시가 남긴 메시지를 발견하는 장면에서
다시금 첫 페이지로 돌아가 먹먹한 여운을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심쫄하게 재밌고, 영화처럼 멋진 소설이었어요. 강추!




도서협찬으로 읽었으나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