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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방 - 법의인류학자가 마주한 죽음 너머의 진실
리옌첸 지음, 정세경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기대 이상이었다!
뼈에 관한 흥미롭고 진중한 이야기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신, 부패, 해부, 유골, 고고학, 대량 학살, 인육, 시신 매매 등
다양하고도 철학적인 내용이 술술 넘어간다.
미국 국경을 넘다가 사막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유골을
대신 찾아주는 '사막의 독수리' 자원봉사자도 처음 알았고
19세기 아래턱이 사라진 유골을 보고 괴사한 이유를 찾아낸 과정,
2018년 일본 해역에 나타난 유령선의 정체!
뼈의 이야기를 해독해 사건의 진상을 쫓기 위해서는
때때로 시간과 공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_37p
타이타닉호의 시체 처리 과정 중에 신원을 밝히지 못한 160구의 시체를
쇳덩이에 달아 바다로 던지고, 150구는 땅에 묻었던 당시 상황과
절대 잊을 수 없는 세월호에서 뒤늦게 발견된 유골을 숨겼던 이야기.
19세기 영국 남자의 유골에서 찾아낸 코르셋의 흔적이 나온 이유도 있다.
법의인류학자가 마주한 죽음 너머의 진실!
놀라운 이야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승리와 권력의 상징으로 상대의 머리를 잘랐던 슈아족만의 문화에서는
실제 어떻게 두개골과 피부를 분리하여 끓이고 가공을 했는지 상세히 나와있다.
2015년 런던의 한 술집은 진짜 두개골을 음료 잔으로 사용했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죽은 사람의 신체를 매매했던 상황과
너무 잘 팔려서(?) 살인까지 저질렀던 시대를 보여주기도 했다.
조사에 따르면 인도의 무덤에서 '신선한'시신을 발굴해내는 데
드는 비용은 1천 루피 (한화 1만 5천 원)에 불과하다. _117p
목에 링을 끼우는 카렌족의 목걸이는 5~9세부터 착용하는데
무게가 약 1.6kg이며 마지막에는 13~15kg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엑스선 사진 결과였는데,
단순히 목만 길게 늘어났던 것이 아니었다.
목이 아닌 양쪽 쇄골이 내려앉아, 갈비뼈 위에 얹히는 꼴이라니;;
법의인류학과 법의인류학자 / 고고학과 법의학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ㅡ법인류학자는 죽은 이와 유족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유족의 의문에 답을 찾아주는 것 _24p
ㅡ법의 고고학자들은 사람의 유골을 찾고 발굴하고 기록하는 방법에 집중한다.
ㅡ고고학이 오래된 물건과 상황을 연구하는 데 반해
법의학은 비교적 최근의 것들을 다룬다는 점이다._28p
<여기서 잠깐>
법의인류학자와 법의학자, 법치의학자는
모두 법정에서 전문가 증인이 될 수 있다.
법의인류학자는 법의학의 다른 분야 전문가들과 달리
전쟁 범죄와 대량 사망 사고의 조사 업무에도 참여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대원칙은 유골도 한때 누군가의 가족이었으며
무엇보다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뼈는 살아 있는 사람처럼
존엄하게 대우받아 마땅하다 _121p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너무 많은데 다 못해서 아쉽다.
결코 흥미 위주의 가벼운 주제가 아니며, 이제까지 뼈를 바라보던 관점과
우리가 현재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사색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잼이다. 강추!





도서협찬으로 읽었으나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