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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란사 - 조선의 독립운동가, 그녀를 기억하다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7월
평점 :
부끄럽게도 이제서야, 유관순 열사의 스승이 누군지 알게 되었습니다.
권비영 작가의 전작 <덕혜옹주>를 봤을 때도 이런 인물이 있었구나. 싶었는데
<하란사>를 보면서도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기뻤습니다.
그녀는 어린 나이게 나이 많은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됩니다.
아버지의 어려운 사업에 도움을 주고, 자리를 잡게 해준 사람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던 터라, 두렵기도 하고 거부감도 들었지만
자상하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할머니의 다독임에 결혼을 결심합니다.
다행히 남편 '하상기'는 마음이 넓고 이해심이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하란사가 원하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지원했고 사랑합니다.
그러나 젊은 혈기의 하란사는 남편의 보살핌 속에서 배움에 눈을 뜨고
'이화학당'의 문을 두드립니다. 이후 자비로 유학까지 떠나게 됩니다.
"기혼자는 못 들어온다 하니까 기발한 발상을 해서 입학이 허가되었다지."
"기발한 발상이라니?"
"어느 날 그녀가 밤중에 프라이 선생님 앞에 나타났대.
가지고온 등불을 선생님 앞에서 끄면서 말했다는 거야.
우리가 캄캄하기가 이 꺼진 등불 같으니 우리에게 학문의 밝은 빛을
줄 수 없겠느냐고. 그래서 그를 기특하게 여긴 선생님 덕에 입학 허가를 받았대." _39p
하란사 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각별한 인연으로 친구가 된 '화영'은
나이 든 남편의 후처로 들어간 여성입니다. 그녀는 여러모로 처지가 비슷했기에
하란사에게 마음을 열고 친해집니다만 가는 길은 조금 달라집니다.
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로는 도둑질을 일삼던 소년 '병국'과
독립운동에 가담하여 일본의 미움을 사고 있는 황손 '의화군'입니다.
"사동궁 전하?"
"그래요, 순종 황제 뒤를 이을 황태자."
"황태자? 그건 일본으로 끌려갔다는 영친왕이 아니에요?"
"서열상으로는 사동궁 전하가 위여요."
"아, 이제 알겠네. 치마만 두르면 기생이든 여염집 여자든 간에
다 취하고 주색잡기에 능하다는 쓰레기 황손? 진즉 알았더라면
욕이라도 퍼부어줄걸." _99P
유학길에 만난 의화군과 하란사.
두 사람은 독립운동이라는 공통된 애국심으로 여러 임무를 동행하지만
각자의 맡은 바 위치가 달랐기에 안타깝게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하란사의 먹먹했던 심정만 기억에 남았습니다..ㅠ
독립을 위해 확고한 교육관으로 조선의 여성들을 가르치고
세상 누구보다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던 하란사.
유관순 열사의 인연도 등장합니다.
형무소로 들어서자 어디서나 함성이 들렸다.
"대한 독립 만세! 우리는 개구리다!" _285P
한 달 전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를 보면서 울컥했던 장면이 떠올랐어요.
화면을 보는 내내 참혹한 서대문 감옥의 모습이 끔찍해서 저절로 눈을 감았습니다.
그 안에서 빛이 나던 유관순 열사. 그리고 그녀의 스승 하란사.
스포가 될까 봐 모든 이야기를 쓰지는 못했지만
훌륭한 또 한 명의 독립운동가를 알게 되어 감사했습니다.
의화군을 향한 하란사의 두근거리는 마음도 재밌었던 요소였지만
첫 장부터 심금을 울리던 그녀의 독백 같았던 말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누구를 향한 말인지는 소설을 통해 확인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