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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 이은정 - 요즘 문학인의 생활 기록
이은정 지음 / 포르체 / 2021년 7월
평점 :
2020년 <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이라는 책을 만났다. 작가 이은정.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만큼 매력 있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보통은 작품을 보면 그 작품이 기억나는데 작가가 기억나는 책은 참 드문 일이다.
이 책은 나의 궁금증을 많이 풀어주는 동시에, 작가도 평범한 사람이구나 싶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냥 평범은 아니다. 마음이 따뜻한 평범이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이은정 작가의 행동은 따뜻함을 전한다.
한적한 어촌의 작은 마을에서 아담한 주택을 보고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대출도 알아보고 친절한 집주인 덕분에 어떻게든 구입하려 했지만
어려운 형편은 엄연한 현실ㅠㅠ
아쉬움을 뒤로하고 기다리는 집주인에게 달려가서 상황을 알리게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집주인은 월세든 전세든 이 집에 머물러 달라고 했고
그 이유는 다른 사람들처럼 휭하니 가버리지 않고, 다시 돌아왔다는 것.
아쉽지만 구입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보여준 것이 좋았단다.
이처럼 의도하지 않은 소소한 일상과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날들이
짧은 2~3장으로 단편처럼 쓰여있다. 재밌기도 하고 기분도 좋아져서
냉커피 한 잔을 오래도록 마시며 읽었다.
나는 괜히 함께 걷던 반려견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장군아!"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너는 나를 불러주지 않는구나.
사람을 부르는 건 사람밖에 없구나.
<2장. 나의 오늘에 충실할 것> 내가 먼저 불러보면 될 것을 _104p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신뢰를 깨트리는 건 언제나 인간이다.
인간은 버리는 데 익숙하다. 쓸모없거나, 싫어졌거나,
귀찮으면 죄책감 없이 잘도 버린다.
반면에 동물은 지키는 것만 알지 버리는 건 모른다.
그들에겐 평생 지켜야 할 약속밖에 없어 보인다.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어떤 상황에서도
반려견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십 년 동안 동고동락하고 있다.
<3장. 나에게 말을 건 생각들> 반려견과의 약속 _200p
물론, 씁쓸한 이야기도 있다. 인생이니까.
그보다 훨씬 더 고마운 마음들이 많다.
일단 작은 감사와 행복이 녹아있는 일상이 재밌다!
#살모사때려잡기 #그래서오늘은아름답게살았느냐
#나는봄에가장못생겨진다 #그래,오늘도살아보자
처음에도 말했지만, 이은정 작가를 더욱 가까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작가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빠질 만큼, 진심이 느껴지는 책이다.
나도 작가님을 저절로 응원하게 되었다.
다음 작품도 벌써 기다려진다:)
그즈음 내가 삶을 대충 살았던 이유는 일종의 반항이었다.
존경받거나 스스로 만족할 만한 바람직한 삶을 거부하며
되는 대로 사는 중이었다. 아이들은 절대로 나 같은 어른은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삶을 살지 않겠다고 결심한 나는
작가가 되었다. 글을 쓰면서 다름 아닌 나 자신을 가르치고 있다.
아직 한참 멀었다.
- <2장. 나의 오늘에 충실할 것>
겨우 나 같은 인생이라니 _108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