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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닮았다 -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 ㅣ 사이언스 클래식 39
칼 짐머 지음,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4월
평점 :
"부모의 똑똑한 두뇌는 아이에게 유전되는가."
"<악의 피가 흐르는 가문>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인류만이 미래에 살아남는가."
위의 세 가지 의문을 품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 '칼 짐머'는 유명한 과학 저널리스트로서
예일 대학교에서 분자 생물 물리학 및
생화학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며,
탁월한 실력으로 수많은 과학 상을 받았다.
유전자와 진화에 대한 관점을 흔들
드라마틱한 과학 논픽션
책의 구성은 총 5부이며
칼 짐머가 첫 딸의 '유전 질환'을 우려하여
자신의 가계도를 추적하고 더 나아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유전의 개념'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1부에서는 유전병의 역사적 사례와
원인이 밝혀지는 과정을 다룬다.
(1장) 신성 로마 제국 황제 카를 5세가 등장한다.
이 왕조는 질환과 유산, 영아 사망이
빈번했으며 '합스부르크 턱'이라는
'주걱턱'의 대물림으로 고통받지만 이유를 모르다가
몇 십 년이 흘러서야 유전병으로 밝혀진다.
(2장) '유전학'이라고 명명하게 된 완두콩 실험과
품종 개선의 과학적 용어로 탄생한 '우생학'이
(3장) 히틀러가 '인종 위생' 법률 제정하여
강제 불임수술을 집행하기까지 말도 안 되는
끔찍한 만행으로 이어진다.
바인랜드 훈련 학교는
정신 박약 아동으로부터 자녀를 낳을 기회를
막아 주어 이들이 사회에 퍼뜨릴 위험을
제거함으로써 미래 세대를 보호했다면서
크레이븐이 이렇게 역설한다.
"우리가 이 무능한 이들을 보호하지 않고
방치했다면 방생했을 범죄와 비용이
다가올 세대에게 어떤 여파를 남기겠는가." -3장 p103
가족 모두 저능아의 의혹으로 고통받는
'에마'와 '케럴'의 일화는 그 시대의
어두운 참상이 고스란히 전해지며
읽는 내내 먹먹하고 안타까웠다.
"치료 안 될 겁니다.
무슨 뜻인지 알아들으셨습니까?" -4장 p151
2부에서는 DNA의 유전과 환경의 영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비교해 본다.
-영화 <뿌리>의 주인공 이야기는 실화인지 (5장)
-출생증명서 만으로는 생물학적 부모가
맞는다는 완벽한 증거가 될 수 없는 사례 (6장)
-약 3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진화가
어떻게 전 세계 후손에게 전달되었는지와
'인종'과 혈통의 시대적 차별을 보여준다. (7장)
하지만 아무리 법을 만들어도
인종 간 자녀는 계속해서 태어났다.
흑인 노예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자유 흑인과의 관계에서도. -p269
8장에서는 잡종 (저자도 몰랐던 자신의 유전체)
9장은 키의 유전을 탐구하며,
10장은 쌍둥이지만 헤어져 있던 형제를 통해
지능과 환경의 영향을 알아본다.
'아일랜드 거인' 찰스 번은 죽음을 앞둔 당시
"부활 업자"라고 불리던 사체 절도범들이
자신을 혹시나 땅에서 파내지는 않을까
점점 더 두려워졌다. -9장, p371
3부 <내면의 가계도>에서는
1950년대 핵실험으로 인해 동식물의
유전 변화와(11장)
'코끼리 인간' 조지프 케리 메릭의 괴물 쇼(12장)
새로운 형태의 유전 방식의 '키메라'까지
다양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그리고 과연 우리는 진정한 유전체를
물려받았는가 의문을 남긴다.
저자의 탐구는 계속해서
4부 <유전의 별난 경로들>로 이어진다.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14장)
'괴물 꽃'으라 불리는 펠로리아의 후손들(15장)
학습하는 유인원에서 태아 알코올 증후군까지 (16장)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다.
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유전에 대한 시각이 경직돼 있었으니까.
현재 우리는 그 잃어버린 시간을 메우고 있다. -p638
마지막 5부에서는
DNA 수정의 기술 '유전 공학'과 진화,
유전학과 미래의 질문과 결과를 보여준다.
유전의 다음 장은 지하 실험실에 갇혀 있다.
적어도 당분간은. -p760
용어 해설을 빼면 760페이지다.
소설책도 이쯤 되면 지루한 구간이 있기 마련인데
삽화나 사진도 없이 오로지 글만으로
'시간 여행을 통한 유전 탐험기'를 맛나게 선보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유전자들이었다!
앞서 나의 세 가지 의문들은 해결되었고
'울버턴 일가' 이야기에서
(1부 3장: 이 집단은 그들에서 끝나야 한다)
드디어
'악의 피가 흐르는 가문'의 수수께끼가 풀렸다.
처음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너무 밋밋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오히려 이보다 더 좋은 제목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웃음이 닮았다>는
부모와 자식일 수도 있고
가문일 수도 있고, 부부나 친밀한 관계
더 나아가 인류와 동식물, 은하계,
우주 전체일 수도 있으니까.
소설보다 재밌는 이야기가 참 많은데
다 소개하지 못해 아쉽다.
저자의 다른 저서로는
<바이러스 행성>, <기생충 제국>, <영혼의 해부>,
<마이크로코즘>, <진화>, <생명의 경계>등이 있다.




이벤트 당첨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