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를 사랑하였다
박경숙 지음 / 문이당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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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숙 작가의 이번 신작은

좀 파격적인 사랑 이야기입니다.

아이를 잃고 남편과 헤어진 화가 '윤희림'과

사제 '탁민영'신부의 사랑을 보여주는데요

여기에 한 사람이 더 등장합니다.

바로 희림의 어린 시절을 지켜주던

'길수'라는 남자입니다.

(부잣집 희림과 머슴 같았던 길수)

나는 그녀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했다.

그 자유 속에서 부지런히 도서관만 오가던

내 미련한 성실성이 운명이라면,

그녀에게 길들어짐 또한 운명이었다. _p17

길수는 떠난 희림을 찾지 않고, 다른 여성과

결혼하면서 가난에서 벗어납니다.

하지만 영원히 희림을 잊지 못하죠.

희림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미국에 왔고

탁 신부는 미국 파견 사제였는데

미국의 한적한 공원에서

우연한 만남을 반복하며 호감을 갖게 됩니다.

나는 문득 '사랑하고 싶다'라는 나지막한

읊조림이 내 가슴 안에서 울려옴을 들었다.

가슴 한복판에 한 줄기의 찬물이 흐르는듯한

서늘함에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가슴 안에서

돌연 알 수 없는 한 얼굴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엉뚱하게도 아침 산책에서

무심히 몇 마디를 주고받았던 남자였다.

나는 스스로 기가 막혀 머리를 저었다. _p45

결국 두 사람은 '금단의 선'을 넘어서며,

서로의 생각이 판이하게 다름을 느낍니다.

희림은 이후 감당해야 할 몫을 알고도

그의 품에 안겼지만

탁 신부는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신부라는 모습과 남자로서의 본심 사이에서

갈등하고 흔들리는 모습으로 그녀를 안습니다.

마음껏 태울 수 없는 사랑의 욕구 때문에

내가 이렇게 삐뚤어진 말을 한다는 걸

그는 짐작할 수 없으리라. -p119

다른 여성들과 웃으며 대화하는

탁 신부를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희림 또한 마음이 편할 리가 없습니다.

잘생기고 젊은 그의 곁에는

호감을 가진 여성들이 많았으니까요.

내가 현실과 손을 잡고 윤택한 결혼생활에

뛰어들 때 길수는 어디에 있었는가.

그때 왜 그는 불쑥 내게 나타나

그림을 그리라고 말해주지 않았던가.

나의 혜승이가 사경을 헤매며

병원에 누워 있을 때,

슬픔에 젖은 나를 찾아와 그는 왜

그림을 그리라고 말해주지 않았던가. -p32

출장을 핑계로 희림을 만나러 온 길수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너무 큰 스포라서 말할 수는 없고

책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기에

당황스러움마저 느껴졌어요.

한편 탁 신부의 과거가 평범하지 않았기에

그의 고민과 갈등에 연민이 들기도 했지만

솔직히 무책임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쩌면 나는 왕이 아니라

노예 일지도 모릅니다.

한 인간으로서의 모든 감성적 권한을

빼앗긴 특별난 노예인 셈이지요" -p83

"오, 주여! 이 어린 것의 피가 끓지 않게 해주소서."

뜨거운 피.... 그래서 그들은 나를 차갑게 길렀다! -p295

길수는 희림의 어린 시절에 등장해서

중간중간 모습을 보이다가

이 책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는데요,

한 여자를 사랑했던

두 남자의 결말이 다르면서도

어딘가 닮은 듯해서 아련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인생이란 선택의 연속입니다.

보이지 않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진정한 자신을 찾지 못하는 아픔과 고통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모습으로

잘 녹아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벤트 당첨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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