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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증언 - 미제 사건부터 의문사까지, 참사부터 사형까지 세계적 법의인류학자가 밝혀낸 뼈가 말하는 죽음들
수 블랙 지음, 조진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8월
평점 :
휴가지에 이 책 한 권만 들고 가도 후회 없을 것 같다.
'뼈의 증언'만이 아닌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도 함께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흩어지고 버려진 뼈가
진정한 누군가로 밝혀지는 과정과
뼈에 남겨진 죽은 이의 사연들이
경이로울 만큼 재밌고 먹먹했다.
이 책은 '법의 인류학자'를 통해
죽은 이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으며,
그 사람이 누구였는가를 알아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주로 살인 사건이나, 유해가 발견된 시점이 중심이다.
잔인하고도 끔찍한 현장에서 '뼈의 증언'을 통해
범인을 잡기도 하고 단서를 찾기도 한다.
총 3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머리 2. 몸통. 3. 사지
파트 1은 뇌(머리)와 얼굴 (눈, 코, 치아, 턱)이다.
창고 속의 머리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세탁기에서 발견된
아내의 뼛조각, 92세 남성의 의문사가 등장한다.
간병인이 어느 날 바닥에 쓰러진 죽은 노부인을 발견하는데
경찰에 신고하면 복잡할 것 같아서 그냥 묻었으며,
집주인에게는 요양을 간 것처럼 꾸미고 집을 치운다.
게다가 2년 동안이나 노부인의 연금을 수령했다.
경찰은 수색에 들어갔고 발견된 뼈를 저자에게 의뢰한다.
뼈가 노부인이 맞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 것이다.
왜 굳이? 그 이유는 머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찾는 과정을 통해 살해 방법까지 알아내고
간병인이 이사할 때마다 머리를 가지고 다닌 것이 밝혀진다.

파트 2 몸통은 척추, 가슴, 목으로 나눠지는데
가장 흥미로운 사건들이 가득했다.
소아성애 범죄자 허클은 아동에 대한 외설 행위만 91건이다.
기독교인을 가장하여 생후 6개월~ 12세 유아동 23명 이상을
학대하였는데 다크 웹까지 손을 뻗쳤다.
다행히 영국 경찰에게 체포되었으나 범죄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스틸 사진 19개와 8분 길이의 동영상에서 나오는 놈이
허클이 맞는지를 저자에게 부탁하게 된다.
1초마다 다양한 프레임이 나눠지는데 5만 개가 넘기도 해서
8분 길이는 엄청난 집중력과 인내를 요구한다고 한다.
범인의 손과 생식기, 하지에서 보이는 다양한 해부학적 특징을
찾아내는 과정이 흥미진진했다.
드라마에서 볼 땐 영상을 보면서 '이놈 맞네!'하고 끝나지만
실제로는 더 확실하게 분명하게 증거를 찾아야 했던 것이다.
그는 풀 서튼 교도소에서 3년째 복역하던 중에 동료 수감자에 의해
끈처럼 생긴 붕대로 목이 졸린 뒤,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언론에서는 그를 찌를 흉기가 '칫솔을 날카롭게 깎아 만든 칼 대용품'
이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_p184
허클을 죽인 사람은 어느 부분을 어떻게 찔러야 되는지를
알고 있었으며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런 범죄자에게도 일말의 연민을 느끼는 저자는 (낙천주의)
피해자가 자신의 가족이었다면 절대 일말의 여지도 없을 것이라는
아이러니한 심정을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한다.

여행 가방에서 발견된 한국인 여성 진효경 사건도 나왔다.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하던 중
가장 먼저 타깃 연령대를 좁힐 수 있었던 '복장뼈'에 대한 설명이다.
앞서 허클의 죽음에서도 언급되어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유골을 조사하며 좌우 순서를 찾는 방법 같은 건데 재밌었다.
복장뼈 - 연골 - 갈비뼈 결합체 = '거미류' 공식 명칭은 '복갑'은
검객의 가슴받이, 19세기 여성의 장식용 몸통인 보디스,
거북이 배 쪽 껍질 등 여러 정의를 갖고 있는 가슴판이다. _p191

파트 3 사지는 가장 많은 부위가 나왔다.
팔이음뼈, 다리이음뼈, 긴뼈, 손, 발
가장 마음 아팠던 내용은 사생아와 영아살해였다.
특히 바이올렛이라는 여성의 사연은 그저 놀라웠다.
가난으로 인해 군인과 부유한 사업가들에게 몸을 팔고
원치 않는 임신으로 (피임이 제대로 되지 않던 시기)
모두 11명의 아이를 출산하고 (현지 소문에 의한)
1명의 아이만 살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아이가 태어날 때
엉덩이부터 나와서 할 수 없이 의사를 불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나머지 아이들을 살해한 방법이었다.
사생아가 죄악이었고 가족의 평판을 더럽히는 오점이었기에
그녀가 번 돈을 함께 썼을 친척들마저 유산을 바랐을 것이라고 한다.
농가의 바닥이나 천장에서 아이의 유골이 발견되기도 하고
각각의 사연도 기구했다. 저자는 당시의 사고방식 또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함을 밝히고 있다.
역사적으로 질병이나 사고, 결투를 통해 신체 일부가 없어도
예술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던가, 반대로 자신의 절단된 신체를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려다 관계가 끝난 사연,
신발을 신은 채 잘린 발들에 대한 다양한 사건이 이어진다.
“이 끔찍하고 참혹한 사건을 겪은
시신들의 뼈에 기록된 이야기를, 나는 오늘도 찾아낼 뿐이다.”

이벤트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