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가 본 것 - 나는 유해 게시물 삭제자입니다
하나 베르부츠 지음, 유수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7월
평점 :
선정적인 묘사나 잔인한 폭행 장면,
자해하는 실시간 영상,
협박을 못 이겨 자살 중계를 하는 사람들...
심지어 테러나 살인 영상,
고어 사이트, 다양한 사고 현장 등
일명 유해 게시물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무슨 기준으로 삭제되는 것일까요?
우리나라는 잔혹한 영상이나 사진을 올리는
사이트 접근을 차단하고 있어서
그나마 아주 조금은 더 청정한 환경입니다.
(딥 웹, 다크 웹 접속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에는 매일 수천수만 건의
유해 게시물들이
전 세계적으로 올라온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쓰레기들은
누가 삭제하고 검사하는 걸까요?
이 책은 바로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거대 플랫폼의 하청업체 '헥사'에서 일하는
감수자들은 유해 게시물로 신고된 것들을
검토, 삭제하는 일을 하는데요
발가락 사이에 칼날을 세우고 누른다던가
눈 밑에 면도날을 놓고 누른다던가
죽은 동물로 XXX를 한다던가
포르노, 스팸, 학대, 인종차별 등
전부 삭제해야 할 유해물 같은데
이 중에서도 못하는 것들을 구별해야 해요.
가령 죽은 고양이를 가지고 노는 영상은
이전에 고양이를 죽인 모습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삭제를 못하기도 합니다.
기준이 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증거불충분?으로 단정할 수 없는
유해물들이 버젓이 존재하게 되니까
답답하고 화도 나더라고요.
충격적인 장면 묘사들과
그것을 매일 접하면서도 일상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감수자들의 생활이
교차되듯 나와서 먹먹했어요.
그런 영상과 사진들을 몇 백 개씩 보면서
밥을 먹고 연애를 하고...
(이런 쪽으로만 찾아서 보는 취향도 있지만
보통은 끔찍하게 생각하니까요)
일상을 지내다가 문득 유해물이 떠오르고
그 속에 소녀는 어떻게 되었을지 걱정을 하고
금지된 사항을 어기면서까지
그 소녀를 찾아보기도 하고...
이 책은 하나 베르부츠 작가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베스트셀러를 기록합니다.
이후 14개국에 번역되었다고 해요.
현재는 드라마 각색이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기대가 되면서도 수위 높은 잔인한 장면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궁금해집니다.
알려지지 않은
어두운 음지의 세계를 본 기분이네요.
우리나라도 이런 감수자분이 계시겠죠?
AI가 하루빨리 대체해 주면 좋겠어요.
책을 보니까 보통 일반인의 멘탈이라면
오래 버티지 못할 거 같아요ㅠ 정신병 올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업에서
감정노동자로 일할 때 보다 오히려 더 낫다는
대화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