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00칼로리 초고속 다이어트 - 쉽고 빠르게 몸의 시스템을 바꾸는
마이클 모슬리 지음, 정미화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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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VIVO 애청자라면 '간헐적 단식' 에피소드를 기억할 것이다. 김숙이 최화정의 몸매 유지 비결을 묻자, '간헐적 단식'을 한다고 답했었다.

간헐적 단식은 음식물을 섭취한 뒤, 16시간 금식 유지를 하는 것인데, 어떻게 가능하냐고 했더니 '잠을 많이 자면 된다'라고 해서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 간헐적 단식의 창시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론이 나왔다. <하루 800칼로리 초고속 다이어트>. 제목만 보면 말도 안 될 것 같고, 설경구처럼 고무줄 몸무게가 가능한 사람이나 할 법한 다이어트라고 오해할 법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나처럼 의지박약인 사람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책을 읽고 2주간 이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했다.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이 세 단계가 있는데, 나는 두 번째를 택했다. 제일 좋은 것은 1, 2, 3번 순서대로 하는 것이지만, 1번 했다가 혹시 또 폭식하거나 하면 의욕이 꺾일까 봐 겁이 났다.^^;

1단계: 하루 800칼로리 섭취로 초고속 다이어트 시동걸기

2단계: 주 2회 하루 800칼로리 섭취

3단계: 칼로리 계산은 하지않고 주 1회 단식 실시

148페이지

2주간 이 방법대로 한 결과, 나는 2kg의 체중을 감량할 수 있었다. 이전의 다이어트와 다른 점은 예전에는 내가 체중계의 숫자에 집착하는 편이었으나, 이번에는 이 책에서 말하는 증상이 실제 개선되는지 여부를 더 중점적으로 봤다는 것이다. (책에서 2단계로 시작한 사람들의 평균 감량이 1.5킬로였는데, 나는 0.5킬로를 더 감량했다!) 내가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수면이었다.

나는 주기적으로 밤잠을 못 이루곤 했다. 잠을 자고 싶어서 일부러 포만감이 들게끔 먹기도 했다. 그렇게 잠을 이루고 나면 자고 일어나도 잔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가볍게 먹기 시작하자 오히려 잠이 잘 왔고, 배부르게 먹은 날, 과식한 날은 잠이 잘 안 오거나,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았다. 수면을 기준으로 내가 '잠을 잘 수 있는 만큼의 음식량'을 알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수면의 질이 개선이 되니, 여러 문제점도 같이 개선이 되었다. 계속 빼다 보면 중간에 잠을 못 자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에 대한 조언도 책에 담겨있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자신의 몸을 실험체로 삼아서 급히 찌고, 빼면서 검증을 했고, 다른 여러 케이스를 통해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한 다이어트 방법론이다. 될까? 싶어 의문을 가지고 읽으면 된다! 변한다! 빠진다!라고 말해주는 연구 케이스를 제시해 줘서 믿고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적절한 운동법과 식단 표도 제공이 되고 있어서 매우 유익하다.

2주간의 체험을 해보니 1단계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1단계로 다시 2주간 체험을 해볼 생각이다. 성큼 다가온 여름, 다이어트가 급한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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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엿보다 - 정재곤의 정신분석학 에세이,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정재곤 지음 / 궁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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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을 보고 어머! 이 책은 뭐지? 싶었던 책이다. 에곤 쉴레의 그림이 들어간 책이라니. 에곤 쉴레는 내가 대학생 때 정말 좋아했던 화가 중 하나였다. 20대 초반, 주변 친구들이 클림트의 그림에 열광할 때 나 혼자 에곤쉴레 작품을 보면서 이게 인간의 본연의 모습이지! 하면서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전공만 이수해서는 졸업 후 취업 상황이 암울하기도 했고, 먹고 살려면 뭘해야 하나 싶어서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던 탓이 아닌가 싶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불안을 내재하고 산다. 가정을 꾸린 지금은 욱해서 아이에게, 남편에게 화를 내고서는 이 수습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머리가 아프고, 층간소음 때문에 질려서 단독주택으로 이사하고 싶은데 그랬다가 나중에 나오고 싶을 때 나올 수 없으면 어떡하지' 등등 친정 엄마말에 따르면 '불필요한 고민을 끌어안고' 불안을 연료로 삼아서 산다. 이런 나에게 심리학은 매력적인 영역이다. '나'라는 인간이 왜 그런지, 논리를 제공해주니까. 

정재곤의 <나를 엿보다>는 5년 간 궁리닷컴(kungree.com)에 연재된 칼럼 40여편을 엮은 것으로, '정신분석학 에세이'이다. 오랜 기간 연재된 글이기에 그 당시의 사회상을 토대로, 관련 심리학 지식을 엮은 글로 되어 있다. 가족의 이름으로, 삶의 현장, 다문화 심리학, 이론과 실제, 세상의 변경에서 나를 마주치다 등 총 5부로 구성이 되어 있다. 다양한 분야를 다뤘다는 점, 대중을 대상으로 한 글이기에 쉽게 읽히면서, 아무데나 펼쳐서 읽어도 된다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나는 이 책을 아이에게 욕조에서 한바탕 신나게 물감놀이를 시켜주는 짬짬이 읽었다.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된 개념 중에 '충분히 좋은 엄마' 가 있다. 코로나19로 가정보육하는 집이 늘면서 아이가 내 친자임을 확인했다는 넋두리를 종종 맘카페에서 읽곤 한다. 가르치다가 화가 나면 친자라는 거다. 친자가 아니면 절대로 화가 안난다며. 그만큼 아이 키우기는 어느 부모에게나 힘든 건데, 그 이유가 자녀가 부모에게는 일종의 '분신'이자 무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의 가장 좋은 부분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를 '자아 이상'이라고 한다. 

저자는 아이에게 너무 과한 애정도 독이지만 너무 적은 애정도 독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영국의 아동정신분석가인 도널드 위니코트의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과학적이라기보다 문학적이고 묘사적인 이 개념은 자녀에게 과도한 애정을 베풀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과도하게 적은 애정을 나타내지도 않는 '적당한 선'을 지킬 줄 아는 엄마를 의미한다. 적당히라니! 뭐든 '적당히'가 참 어렵다. 한식이 어려운 게 엄마한테 레시피를 물어보면 항상 '적당히, 알아서, 대충' 넣어라. 라고 말해줘서인데. 외국 학자도 '적당히'라는 개념을 설파하다니. 역시 육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려운 것 같다. 

또 흥미롭게 읽었던 내용이 <번아웃>이다. 번아웃(burnout)이란 질환은 주로 직장인에게서 관찰되는 질환으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다 타고 고갈됨으로써 나타나는 질환이다. 최악의 경우 생명을 태워버릴 수도 있는 질환이다. 저자는 육체적 번아웃 못지않은 심각한 문제로 정신적 번아웃을 이야기한다. 대표적인 위험군으로 주부와 어린아이들을 들고 있다. 

주부들의 가사노동은 일 년 열두 달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지고 또 매일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반복적이고 단순한 노동에 속하는 까닭에, 육체적 번아웃 못지않게 정신적 번아웃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바깥에서 돈벌이를 위해 애쓰는 남성에 비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자긍심 저하로 인해 주부들이 공허감이나 허탈감, 우울증에 시달릴 위험성은 그만큼 높은 셈이다.p.120

'자긍심 저하' 라는 단어에 매우 공감이 갔다. 집안일과 육아는 사실 가정을 지탱하는 요소 중 하나임에도 그리 대단한 일로 인정받지 못한다. 육아도 인정을 받으려면 애가 영재가 되던지, 국제중을 가던지, 과학고나 국내외 유명 대학 정도는 가줘야 '성과'로 인정받는다. 보통의 아이로 건강하고 밝게 키우는 것도 참 힘겨운 세상인데 말이다. 주부들은 어디서 자긍심을 찾아야 하는 걸까? 적어도 나의 경우는 집안일과 육아는 아닐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요리는 똥손이고, 정리정돈은 엉망이며, 맥시멈리스트의 삶을 살고 있으니...육아는 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나는 아직 아이가 4살이라서 교육의 영역에는 발을 딛지 않았다.하지만 주변 엄마들이 전집을 들이고, 교구를 들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지는 건 사실이다. 저자는 선행학습이 당연시 되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 아이에게 가져올 부작용을 경고한다.

학습에 관한 한 부모의 조급증은 자녀의 학습에 대한 조로증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할 연령의 아이는 한창 인성을 다져야 할 나이이다. 이 시기에 아이가 자아 성숙보다는 학습에 지나치게 시달리게 된다면, 결국 이때 형성된 번아웃으로 인해 뒤늦게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다.p.121

이 부분을 읽으면서 다시금 다짐했다. 아이한테 나중에 이거 저거 막 시키고 그러지 말이야지. 초등학교 입학 까지는 인성을 다지는 시기라고 했으니 엄마랑 아빠랑 여기저기 많이 놀러다니고 재밌는 거 많이 보여줘야겠다고 말이다. 

다 읽고 나서 이 책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소소한 생활 주변사의 모습을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다뤘기에 그에 관한 내 견해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기회였기 때문이다. 저자의 서문을 끝으로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자신의 내면 풍경을 들여다보고픈 독자라면 조심스럽게 추천하고 싶다. 

우리 모두는 행복해지길 원한다. 하지만 행복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나는 짧은 순간이나마 매일 한 차례라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 주변을 살필 때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려면 우리 자신과 우리 주변을 보다 잘 살필 수 있게 해주는 돋보기가 필요하고 졸보기도 필요하다. (중략) 대부분의 글들이 그때그때 불거진 소소한 생활 주변사를 소재 삼아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씌었으며, 가급적 독자 여러분이 어디서도 접해보지 못했던 신선한 시각에서 접근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앞서 강조했듯이,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세상의 모습은 단적으로 말해 필자 자신의 내면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간 나는 나 자신의 '속뜰'(법정스님)을 얼마나 가꾸어왔던가?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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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되, 애쓰지 말 것
김은희 지음 / 젤리판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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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되, 애쓰지 말 것》 을 처음 봤을 때, 제목이 참 재밌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되, 애쓰지 말라니. 사랑을 하려면 원래 애를 써야 하지 않나? 드라마만 봐도 눈물 콧물 다 빼가며 전전긍긍 사랑하고, 동화책도 하다못해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결말을 맞기까지는 주인공이 온갖 수난을 당하지 않는가. 책 뒤표지에 있는 '서른아홉 살에 찾아온 엄마 사춘기'. 서른아홉에 작가는 무슨 일이 있어서 '사춘기'를 겪은 걸까? 정말 궁금했다. 사춘기를 겪어낸 작가가 왜 애쓰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걸까.

작가는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를 보고 15년 간 근무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맘으로 이직을 한다. 그 때가 작가의 나이가 서른 아홉이라고 했다. 워킹맘 7년, 전업맘 5년을 거친 작가는 이야기한다. 엄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작가의 모든 이야기가 공감이 됐지만, 워킹맘에서 전업맘이 된 이후의 내용은 정말 공감 만프로 였다. 나 또한 전업맘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전업이 되면 알뜰살뜰, 아이도 남편도 잘 보살피고 매끼 집밥을 뚝딱 차려내는 그런 주부가 될 줄 알았다.

워킹맘이었을 때는 일과 시간에 쫓겨 전업맘들의 여유가 부러웠고 아이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음에 부러웠다. 맘들과의 수다도, 브런치 모임도,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하는 그들의 여유를 무의미한 사치라고 여기며 인정하지 않았다. 

전업맘이 되어보니,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육아에서 탈출할 수 있는 피난처인 직장이 있음에 워킹맘들이 부러웠다. 청소하고, 밥하고, 빨래하고,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쳐있는 나를 발견할 때면 한때 잘나가던 호텔리어 매니저였던 시절이 과연 있었던가 싶을 정도였다. 전업맘이 되면 매일 엄마표 간식에 영양 가득한 집밥으로 아이들을 맞을 줄 알았는데 빵집에서 사 온 빵이나 분식집에서 사 온 떡볶이로 간식을대신하는 날이 더 많았다.p.286~287

이 부분은 책 거의 말미에 나오는 부분이다. 앞서 붙인 많은 인덱스가 무색하게 이 내용은 꼭 내 속에 누가 들어갔다 나온 것 같았다. 앞의 내용들이 이 말을 하기 위한 '서술어'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마도 수많은 전업 혹은 워킹맘들이 가진 물음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워킹맘이 좋을까? 전업맘이 좋을까?

모두 해 본 작가는 단언한다. '무의미한 질문'이라고. 여유는 어떤 상황이든 원하면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지, 그것이 워킹맘이어야, 전업맘이어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둘 다 '일하는 엄마'라는 것은 결국 같다고 말한다. 

나는 전업맘이다. 24시간 아이랑 있고, 신랑은 육아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움 줄 친정, 시댁 모두 멀리 사셔서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고, 남편 직장 때문에 타지로 이사 와서 동네 친구도 거의 없을뿐더러, 친구들 중에서도 가장 빨리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나를 공감해 줄 친구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나는 참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도 허탈하고, 우울감이 드는 이유는 뭐였을까? 

난 그 해답을 한 번의 강의로 1억을 번다는 김승호의 <돈보다 운을 벌어라>라는 책에서 찾았다. 
좋은 날은 우연히 찾아오지 않는다. 좋은 운을 만들어야 좋은 날이 온다. 운은 시간을 평범하게 쓰는 사람에게는 절대 오지 않는 법이다. 무언가가 달라야 한다. 무작정 열심히 사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열심히'가 아니라 '특별하게' 살아야 한다. (중략) 삶의 관성에 묶여 한자리에서만 맴돌지 말고 일상에서 벗어나 보라. 내 삶에 무엇을 더할지 계속 생각해보고 하나라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조금이나마 실천하면서 지내면 된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았던 나의 삶에 만족감 대신 허탈함과 불만족을 느꼈던 이유는 열심히만 살았기 때문이다. '특별하게' 사는 것이 내게 필요했다. '특별하게 산다'라는 것은 내게 행복감이나 만족감을 주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p.70

작가는 두 아이의 엄마로 열심히 살았다. 그럼에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고, 그 원인을 '특별하게' 살지 못한 것이 있다고 진단을 내렸다. 작가는 '삶의 관성에서 벗어나 일상의 특별함'을 더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책을 쓰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나도 참 열심히 살았는데, 이제는 특별하게 사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하게 살고는 싶지만 아마, 대부분 엄마들은 머릿속이 이미 할 일로 가득 차 있을 거다. 나도 그러니까.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아이는 꼭 설거지나 요리를 시작할 때쯤 꼭 와서 책을 읽어달라고 하고, 그걸 달래다 보면, 일이 늦어지고, 그러다 보면 화를 내고...바쁘게는 사는데, 그냥 바쁘게만 사는 느낌이다. 작가는 이 '바쁨' 속에 내가 꼭 붙들고 있어야 할 '하나'를 찾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 안에서 중심을 잡으려면 '단 하나의 법칙'을 사수하는 방법밖엔 없다. '단 하나의 법칙'은 <원씽>이란 책에서 제시된 것으로 우리가 자주 작성하는 '할 일 목록'을 8:2 법칙을 이용하여 '성공 목록'으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25가지의 할 일 목록을 작성했다면 그중 20%에 해당하는 5가지의 성공 목록을 작성하고, 다시 그 5가지 중에 제일 중요한 '단 한 가지'를 찾는 방법이다. 생각은 크게 하되, 가장 중요한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단 하나의 법칙'이 매우 강력한 결과를 이끌어 낸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중략) 나의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만큼 정말로 공들일 가치가 있는지, 또 왜 그것을 추구하려 하는지 고민해본다면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p.131~133

작가가 찾아낸 단 한 가지는 '독서와 글쓰기'였다. '독서와 글쓰기'를 우선순위에 놓고, 남은 시간에 다른 해야할 일을 찾기 시작하니까 집중할 수 있는 여건과 심리적, 물리적 여유가 동시에 생겼다고 한다. 나의 원씽을 찾아보니 나는 '운동'이었다. 독서와 글쓰기와 운동 중 무엇을 고를지 고민했지만 내게는 아이를 버텨낼 체력이 우선순위였다. 하루에 30분이라도 운동을 우선하고, 그다음에 나머지. 우선순위를 정하자 하루 일과가 중심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유용한 조언들이 참 많았다. '엄마 사춘기'를 이겨낸 선배의 따뜻한 조언은 지금 사춘기를 겪고 있는 내게는 참 반가운 내용들이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저자가 왜 제목을 <사랑하되, 애쓰지 말 것>이라고 지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책 내용 중에 작가가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라'라는 내용이 나온다. 희생하지 말 것. 희생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만큼 보상을 바라게 되고, 보상이 돌아오지 않으면 원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엄마가 기운이 있어야 아이도 돌보고, 가정도 챙길 수 있다. 요는 '나 자신을 알라'. 내가 해낼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참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사는 건 좋지만, 방향성이 없는 '열심'은 나 자신을 메마르게 할 뿐이었다. 저자가 애쓰지 말라는 건 바로 이 지점인 것 같다. 열심히만 살지 말고, 특별하게 살라고. 애쓰지 말고, 넉넉하게 자신을 채우며 주변에게 베푸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아마도 유년시절 아이들에게 최고의 아이돌인 '엄마'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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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초상화
유지연 지음 / 이야기꽃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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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초상화가 있다.
하나는 딸이 보는 엄마이고 
다른 하나는 엄마가 여행을 가서 길거리 화가에게 받은 그림이다.
두 그림의 호칭이 약간 다른데, 딸이 그린 그림은 '엄마' 화가가 그린 초상화는 '미영씨'라고 말한다. 
엄마는 흑백에, 초라한 옷차림을 하고 있지만 미영씨는 고운 화장에, 화사한 옷차림을 하고 있다.
딸이 보는 엄마는 항상 후줄근한 모습에 집안일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고 반면에 미영씨는 날개를 달고 이곳저곳 꿈을 쫓아 다니는 자유로운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다 우리 엄마라고 이야기하는 화자.
아마도 글쓴이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엄마에게도 이름이 있고, 꿈이 있다는 걸 전달하고 싶었나 보다. 전자는 뭐랄까...희생적인 엄마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집안일에 바쁘고 하나라도 아끼려고 싼 옷을 입고, 화장도 안하는 모습.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나도 '미영씨'가 되고 싶었고, 아이에게 그런 이미지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은 나도 미영씨가 아니라 '엄마'의 모습에 가깝다. 후줄근한 옷차림에 집안일과 육아에 종종대는 모습. 
아이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 지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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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책육아 - 그림책에서 이야기책까지
지에스더 지음 / 미디어숲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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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가장 큰 숙제는 '그림책 읽기'에 내가 흥미가 없어지고 있다는 거였다. 아들은 오로지 자동차와 기차에 열광했다. 아들이 가장 아끼는 <화물열차>는 너무 많이 읽어서 이제는 화차 종류도 줄줄 외울 지경이다. 네모 그림 말고, 좀 부드럽고 따뜻한 창의적인 동화책을 '다양하게' 같이 읽고 싶은데 아들은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읽었다. 그걸 반가워해야 하는데, 정말이지 똑같은 책만 여러번 보다 보니 너무 지겨웠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읽어내려갔다. 이번에도 나는 책에서 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아이의 피드백'을 전혀 캐치하지 못하고 있었다.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는 1만 시간의 법칙이 틀렸다고 말한다. 단순하게 1만 시간 동안 반복해서는 그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진짜 전문가가 되려면 의식적인 연습과 피드백이 필요하다. 안전지대를 뜻하는 컴포트존(comfort zone : 스스로 편안하고 익숙하다고 느끼는 영역 혹은 활동 범위)을 벗어날 수 있도록 정확한 목표를 세우고 행동해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이 피드백이다. 제대로 평가하고 연습해서 다음 단계로 올라가야 한다. p.52

이 내용은 엄마가 내 아이에 대해서만큼은 최고의 육아전문가라는 내용 중 일부이다. 핵심은 아이의 '피드백'이었다. 이 부분을 읽고 책을 읽어줄 때 아이를 주의 깊게 지켜봤다. 아이는 기차 책을 아직도 최고로 좋아하지만, 다른 책들도 조금씩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다만, 새로운 책을 나와 함께 읽는 건 거부했다. 내가 중간중간 '물건 이름'을 말해주는 정도는 괜찮았다. 아! 아이 평소 성향이 매우 신중한 아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탐색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다음부터는 일부러 내가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책장에서 빼놓았다. 몇 번씩 넘겨보고 익숙해지면 그때부터는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었다. 그래도, 기차는 하루에 한 번은 읽어줘야 했다.

이제 나는 안다. 같은 책을 수없이 읽어주는 일에 끝도 있다는 것을. "엄마 이제 그만 읽어 주세요." 하는 날, 드디어 책 읽어 주기를 졸업한다. 그 뒤에는 아무리 읽어 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다.p.111

최근 아이는 윗도리 빼고는 나머지 옷들을 스스로 입는다. 신생아 때처럼 하나에서 열까지 해주던 시기는 생각보다 금방 지나갔다. 이제 4살. 생각해보니 책을 엄마 목소리로 읽어줄 시기는 정말 짧다. 아무리 늦어도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주로 혼자 읽는 일이 많을 테니까.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지겨운 <화물열차>도 생각보다 금방 안녕할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또 반가웠던 내용은 다섯 살 정도면 소설을 함께 읽어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어머나!!!! 15~20분 정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힘이 생긴다니 귀가 솔깃했다. 아이랑 내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로얼드 달의 작품이나 <나니아 연대기>를 함께 읽는 날이 온다니! 지금 4살이니 열심히 더 그림책을 읽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게 최고의 책인 <나니아 연대기>. 하루에 한 쪽씩이라도 아이랑 함께 읽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아이와 함께 필사하는 시간을 가지신다는 것도 신기하고 좋았다. 아직 아이가 4살일 때 이 책을 읽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랑 함께 고전을 읽고, 시도 읽고, 이야기책을 읽을 날이 있다고 생각하니 할 일이 많아졌다.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나도 성장해 있어야 하니까.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그동안 꼭 완독하고 싶었던 <논어>를 필사해서 읽어보기로 했다. 그림책도 하루에 한 권은 꼭 읽어주고, 독후 활동도 무리하지 않고 5분 대화로. 

지에스더 작가님의 마지막 추천 목록이 참 좋았다. 줄거리와 함께 독후 활동으로 좋은 것들이 들어있다. 독후 활동을 5분 대화로 하라고 하신 것처럼, 정말 5분이면 할 수 있는 것들, 생활 속에서 아이랑 함께 하기 좋은 활동들이 들어 있어서 부담 없이 시작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여기에 있는 목록 중에서 아이가 좋아할 법한 책들을 중고서점에서 주문했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을 쓴 케이트 디카밀로는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책을 읽어주면 우리는 긴장을 스르르 푼다. 그 순간 우리는 따뜻함과 빛 속에서 공존한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아이와 함께 편안하게 빛 안에서 머무는 때이다. 서로 긴장을 풀고 사랑을 표현하는 시간이다. 느림, 느긋함. 여유를 가지고 읽어주는 이야기책. 그 안에서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느낀다. p.161

아이에게 책이 아니라 사랑을 읽어주고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오늘도 한 권의 그림책을 펴야겠다고 다짐한다. 아직은 내 무릎에 앉아서 책을 읽힐 수 있음에 감사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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