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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책육아 - 그림책에서 이야기책까지
지에스더 지음 / 미디어숲 / 2020년 4월
평점 :
내게 가장 큰 숙제는 '그림책 읽기'에 내가 흥미가 없어지고 있다는 거였다. 아들은 오로지 자동차와 기차에 열광했다. 아들이 가장 아끼는 <화물열차>는 너무 많이 읽어서 이제는 화차 종류도 줄줄 외울 지경이다. 네모 그림 말고, 좀 부드럽고 따뜻한 창의적인 동화책을 '다양하게' 같이 읽고 싶은데 아들은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읽었다. 그걸 반가워해야 하는데, 정말이지 똑같은 책만 여러번 보다 보니 너무 지겨웠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읽어내려갔다. 이번에도 나는 책에서 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아이의 피드백'을 전혀 캐치하지 못하고 있었다.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는 1만 시간의 법칙이 틀렸다고 말한다. 단순하게 1만 시간 동안 반복해서는 그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진짜 전문가가 되려면 의식적인 연습과 피드백이 필요하다. 안전지대를 뜻하는 컴포트존(comfort zone : 스스로 편안하고 익숙하다고 느끼는 영역 혹은 활동 범위)을 벗어날 수 있도록 정확한 목표를 세우고 행동해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이 피드백이다. 제대로 평가하고 연습해서 다음 단계로 올라가야 한다. p.52
이 내용은 엄마가 내 아이에 대해서만큼은 최고의 육아전문가라는 내용 중 일부이다. 핵심은 아이의 '피드백'이었다. 이 부분을 읽고 책을 읽어줄 때 아이를 주의 깊게 지켜봤다. 아이는 기차 책을 아직도 최고로 좋아하지만, 다른 책들도 조금씩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다만, 새로운 책을 나와 함께 읽는 건 거부했다. 내가 중간중간 '물건 이름'을 말해주는 정도는 괜찮았다. 아! 아이 평소 성향이 매우 신중한 아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탐색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다음부터는 일부러 내가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책장에서 빼놓았다. 몇 번씩 넘겨보고 익숙해지면 그때부터는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었다. 그래도, 기차는 하루에 한 번은 읽어줘야 했다.
이제 나는 안다. 같은 책을 수없이 읽어주는 일에 끝도 있다는 것을. "엄마 이제 그만 읽어 주세요." 하는 날, 드디어 책 읽어 주기를 졸업한다. 그 뒤에는 아무리 읽어 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다.p.111
최근 아이는 윗도리 빼고는 나머지 옷들을 스스로 입는다. 신생아 때처럼 하나에서 열까지 해주던 시기는 생각보다 금방 지나갔다. 이제 4살. 생각해보니 책을 엄마 목소리로 읽어줄 시기는 정말 짧다. 아무리 늦어도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주로 혼자 읽는 일이 많을 테니까.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지겨운 <화물열차>도 생각보다 금방 안녕할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또 반가웠던 내용은 다섯 살 정도면 소설을 함께 읽어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어머나!!!! 15~20분 정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힘이 생긴다니 귀가 솔깃했다. 아이랑 내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로얼드 달의 작품이나 <나니아 연대기>를 함께 읽는 날이 온다니! 지금 4살이니 열심히 더 그림책을 읽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게 최고의 책인 <나니아 연대기>. 하루에 한 쪽씩이라도 아이랑 함께 읽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아이와 함께 필사하는 시간을 가지신다는 것도 신기하고 좋았다. 아직 아이가 4살일 때 이 책을 읽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랑 함께 고전을 읽고, 시도 읽고, 이야기책을 읽을 날이 있다고 생각하니 할 일이 많아졌다.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나도 성장해 있어야 하니까.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그동안 꼭 완독하고 싶었던 <논어>를 필사해서 읽어보기로 했다. 그림책도 하루에 한 권은 꼭 읽어주고, 독후 활동도 무리하지 않고 5분 대화로.
지에스더 작가님의 마지막 추천 목록이 참 좋았다. 줄거리와 함께 독후 활동으로 좋은 것들이 들어있다. 독후 활동을 5분 대화로 하라고 하신 것처럼, 정말 5분이면 할 수 있는 것들, 생활 속에서 아이랑 함께 하기 좋은 활동들이 들어 있어서 부담 없이 시작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여기에 있는 목록 중에서 아이가 좋아할 법한 책들을 중고서점에서 주문했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을 쓴 케이트 디카밀로는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책을 읽어주면 우리는 긴장을 스르르 푼다. 그 순간 우리는 따뜻함과 빛 속에서 공존한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아이와 함께 편안하게 빛 안에서 머무는 때이다. 서로 긴장을 풀고 사랑을 표현하는 시간이다. 느림, 느긋함. 여유를 가지고 읽어주는 이야기책. 그 안에서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느낀다. p.161
아이에게 책이 아니라 사랑을 읽어주고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오늘도 한 권의 그림책을 펴야겠다고 다짐한다. 아직은 내 무릎에 앉아서 책을 읽힐 수 있음에 감사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