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되, 애쓰지 말 것
김은희 지음 / 젤리판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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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되, 애쓰지 말 것》 을 처음 봤을 때, 제목이 참 재밌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되, 애쓰지 말라니. 사랑을 하려면 원래 애를 써야 하지 않나? 드라마만 봐도 눈물 콧물 다 빼가며 전전긍긍 사랑하고, 동화책도 하다못해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결말을 맞기까지는 주인공이 온갖 수난을 당하지 않는가. 책 뒤표지에 있는 '서른아홉 살에 찾아온 엄마 사춘기'. 서른아홉에 작가는 무슨 일이 있어서 '사춘기'를 겪은 걸까? 정말 궁금했다. 사춘기를 겪어낸 작가가 왜 애쓰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걸까.

작가는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를 보고 15년 간 근무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맘으로 이직을 한다. 그 때가 작가의 나이가 서른 아홉이라고 했다. 워킹맘 7년, 전업맘 5년을 거친 작가는 이야기한다. 엄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작가의 모든 이야기가 공감이 됐지만, 워킹맘에서 전업맘이 된 이후의 내용은 정말 공감 만프로 였다. 나 또한 전업맘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전업이 되면 알뜰살뜰, 아이도 남편도 잘 보살피고 매끼 집밥을 뚝딱 차려내는 그런 주부가 될 줄 알았다.

워킹맘이었을 때는 일과 시간에 쫓겨 전업맘들의 여유가 부러웠고 아이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음에 부러웠다. 맘들과의 수다도, 브런치 모임도,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하는 그들의 여유를 무의미한 사치라고 여기며 인정하지 않았다. 

전업맘이 되어보니,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육아에서 탈출할 수 있는 피난처인 직장이 있음에 워킹맘들이 부러웠다. 청소하고, 밥하고, 빨래하고,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쳐있는 나를 발견할 때면 한때 잘나가던 호텔리어 매니저였던 시절이 과연 있었던가 싶을 정도였다. 전업맘이 되면 매일 엄마표 간식에 영양 가득한 집밥으로 아이들을 맞을 줄 알았는데 빵집에서 사 온 빵이나 분식집에서 사 온 떡볶이로 간식을대신하는 날이 더 많았다.p.286~287

이 부분은 책 거의 말미에 나오는 부분이다. 앞서 붙인 많은 인덱스가 무색하게 이 내용은 꼭 내 속에 누가 들어갔다 나온 것 같았다. 앞의 내용들이 이 말을 하기 위한 '서술어'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마도 수많은 전업 혹은 워킹맘들이 가진 물음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워킹맘이 좋을까? 전업맘이 좋을까?

모두 해 본 작가는 단언한다. '무의미한 질문'이라고. 여유는 어떤 상황이든 원하면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지, 그것이 워킹맘이어야, 전업맘이어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둘 다 '일하는 엄마'라는 것은 결국 같다고 말한다. 

나는 전업맘이다. 24시간 아이랑 있고, 신랑은 육아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움 줄 친정, 시댁 모두 멀리 사셔서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고, 남편 직장 때문에 타지로 이사 와서 동네 친구도 거의 없을뿐더러, 친구들 중에서도 가장 빨리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나를 공감해 줄 친구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나는 참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도 허탈하고, 우울감이 드는 이유는 뭐였을까? 

난 그 해답을 한 번의 강의로 1억을 번다는 김승호의 <돈보다 운을 벌어라>라는 책에서 찾았다. 
좋은 날은 우연히 찾아오지 않는다. 좋은 운을 만들어야 좋은 날이 온다. 운은 시간을 평범하게 쓰는 사람에게는 절대 오지 않는 법이다. 무언가가 달라야 한다. 무작정 열심히 사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열심히'가 아니라 '특별하게' 살아야 한다. (중략) 삶의 관성에 묶여 한자리에서만 맴돌지 말고 일상에서 벗어나 보라. 내 삶에 무엇을 더할지 계속 생각해보고 하나라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조금이나마 실천하면서 지내면 된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았던 나의 삶에 만족감 대신 허탈함과 불만족을 느꼈던 이유는 열심히만 살았기 때문이다. '특별하게' 사는 것이 내게 필요했다. '특별하게 산다'라는 것은 내게 행복감이나 만족감을 주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p.70

작가는 두 아이의 엄마로 열심히 살았다. 그럼에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고, 그 원인을 '특별하게' 살지 못한 것이 있다고 진단을 내렸다. 작가는 '삶의 관성에서 벗어나 일상의 특별함'을 더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책을 쓰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나도 참 열심히 살았는데, 이제는 특별하게 사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하게 살고는 싶지만 아마, 대부분 엄마들은 머릿속이 이미 할 일로 가득 차 있을 거다. 나도 그러니까.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아이는 꼭 설거지나 요리를 시작할 때쯤 꼭 와서 책을 읽어달라고 하고, 그걸 달래다 보면, 일이 늦어지고, 그러다 보면 화를 내고...바쁘게는 사는데, 그냥 바쁘게만 사는 느낌이다. 작가는 이 '바쁨' 속에 내가 꼭 붙들고 있어야 할 '하나'를 찾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 안에서 중심을 잡으려면 '단 하나의 법칙'을 사수하는 방법밖엔 없다. '단 하나의 법칙'은 <원씽>이란 책에서 제시된 것으로 우리가 자주 작성하는 '할 일 목록'을 8:2 법칙을 이용하여 '성공 목록'으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25가지의 할 일 목록을 작성했다면 그중 20%에 해당하는 5가지의 성공 목록을 작성하고, 다시 그 5가지 중에 제일 중요한 '단 한 가지'를 찾는 방법이다. 생각은 크게 하되, 가장 중요한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단 하나의 법칙'이 매우 강력한 결과를 이끌어 낸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중략) 나의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만큼 정말로 공들일 가치가 있는지, 또 왜 그것을 추구하려 하는지 고민해본다면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p.131~133

작가가 찾아낸 단 한 가지는 '독서와 글쓰기'였다. '독서와 글쓰기'를 우선순위에 놓고, 남은 시간에 다른 해야할 일을 찾기 시작하니까 집중할 수 있는 여건과 심리적, 물리적 여유가 동시에 생겼다고 한다. 나의 원씽을 찾아보니 나는 '운동'이었다. 독서와 글쓰기와 운동 중 무엇을 고를지 고민했지만 내게는 아이를 버텨낼 체력이 우선순위였다. 하루에 30분이라도 운동을 우선하고, 그다음에 나머지. 우선순위를 정하자 하루 일과가 중심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유용한 조언들이 참 많았다. '엄마 사춘기'를 이겨낸 선배의 따뜻한 조언은 지금 사춘기를 겪고 있는 내게는 참 반가운 내용들이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저자가 왜 제목을 <사랑하되, 애쓰지 말 것>이라고 지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책 내용 중에 작가가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라'라는 내용이 나온다. 희생하지 말 것. 희생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만큼 보상을 바라게 되고, 보상이 돌아오지 않으면 원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엄마가 기운이 있어야 아이도 돌보고, 가정도 챙길 수 있다. 요는 '나 자신을 알라'. 내가 해낼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참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사는 건 좋지만, 방향성이 없는 '열심'은 나 자신을 메마르게 할 뿐이었다. 저자가 애쓰지 말라는 건 바로 이 지점인 것 같다. 열심히만 살지 말고, 특별하게 살라고. 애쓰지 말고, 넉넉하게 자신을 채우며 주변에게 베푸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아마도 유년시절 아이들에게 최고의 아이돌인 '엄마'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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