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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농장 ㅣ 책 읽는 우리 집 25
유지니 도일 지음, 베카 스태틀랜더 그림, 신소희 옮김 / 북스토리아이 / 2017년 11월
평점 :
4년 전 10월.
5년 동안 살았던 집을 떠났다.
301호를 주소로 쓸수 없구나.
집으로 올라가는 1층 입구의 미용실도.
손님이 있는지 없는지, 기웃거릴 수 없겠네.
6분 정도 걸으면, Emart와 신세계백화점과 전철역까지 갈 수 있고.
한여름 밤에 탄천 앞 도로를 지나서, 분당 정자동까지 산책할 수 있었는데.
cafe 골목 안 사람들을 구경하며, 심심함이 마음 속에 와도 못 알아봤는데.
이 동네를 떠나야 하다니.
주인 아저씨는 왜 전세를 더 올리는가?
아저씨. 얼마나 부자가 되려고 더 받으세요?
최순실 못지 않으시네.
목도리도마뱀처럼 성대를 파르르 떨며, 항의하고 싶지만.
무전유죄로구나.
ㄱ자의 통veranda.
세탁기를 두고도.
항아리, 그릇 등을 놔둘 정도로 넓어서.
이런 곳 찾기 힘들다 기뻐했는데.
왼손으로 코밑 수염을 비비며, 입술을 꾹 눌러 오므렸다.
이제 가면, 다시 못 오겠지?
bus로 약 15분 거리의 동네에서, 이사갈 집을 구했다.
짐이 많지 않으니, 용달 업체를 검색해서 연락했다.
집 근처 Mart에서, 포장 상자를 갖고 왔다.
상자에 짐을 담았다.
memo지, 연필, 공책, 엽서, 탁구공, Donald Duck 인형, 목도리, 양말, 장갑, 속옷 등.
놔두고 가기 싫은 물건들이 많은데.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보살펴주는, 훌륭한 인간을 만나길.
상자의 가로 선에 맞춰서, 물건을 담았다.
작은 물건은 상자 꼭지점 구석으로.
양손으로 상자 모서리의 날개를 잡아서.
조직폭력배가 양옆으로 서서, 두목에게 90도 각도로 고개 숙여 인사하듯 접고.
boxtape를 오른손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끝으로 잡아, 60cm 정도로 뽑았다.
cutter칼로 끊어서, 상자 바닥 부분의 선에 맞춰 붙이고.
상자 위에 검은색 magic pen으로, 담긴 물품을 적었다.
신발장 앞에, 엄마와 상자를 옮겼다.
여기를 누가 와서 살지.
거실 바닥에 싸리눈이 내린듯.
하얀 빛이 자분자분 퍼졌다.
5일 후. 이사가는 날.
아침 6시 50분.
용달 업체가 왔다.
오줌을 누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변기의 물을 내리고, 몸을 왼쪽으로 돌려 나오려는데.
집에 인사를 안 했네.
왼손바닥을 펼쳐서, 벽에 댔다.
눈을 감고.
그동안 고마웠어.
인사했다.
벽이 마음을 모를 수 있으니, 소리를 내어 말했다.
목장갑을 낀 용달업체 아저씨 직원 2명이 왔다.
1층 입구에 사다리Truck이 서 있다.
사다리가 괘애애애애앵 거리며, 올라왔다.
무거운 큰 상자를 내리고.
가벼운 상자들은 직접 옮기려나 보다.
동강처럼 굽이굽이 머리가 벗겨진 직원이, 집 현관문에 나와 함께 섰다.
목에 파란색 수건을 감았다.
쉰내가 난다.
직원이 상자를 살피더니.
"내가 하나 알려드릴게. 상자 포장하실 때요. boxtape를 열십자로 붙이면, 절대 안떨어져요. 높은 데서 떨어뜨려도."
아! 그렇군요!
유자차를 마실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동그랗고 딱딱한 물체가 입안을 뱅글뱅글 돌아 짜증나듯.
정든 집을 떠나려니, 심란했는데.
순간이동을 하듯 사라졌어요!
지금 해볼 수 없지만, 꼭 시도해볼게요!
짐을 다 싣고, 용달 truck에 탑승했다.
고개를 돌려서, 집을 올려다보고 출발했다.
이삿짐을 풀고, 다시 짐을 꺼내서 정리했다.
용도별로. 사용빈도가 적은 순으로.
근처에 lotte super가 있어서, 빈 상자를 갖고 왔다.
boxtape를 날개 입구에 붙이고.
약 17cm 정도로 끊어서.
가운데 부분에 세로로 붙였다.
튼튼할지 모르겠다.
경험의 조언을 믿고.
우리 가족에게 어떤 좌절과 시련이 와도.
믿음과 희망이 빠져나가지 않게 꽉 묶어주길.
튼튼하게 포장을 지켜주는, boxtape로 붙인 열십자 모양처럼.
"잘 자요, 농장"은 아름다운 농장의 풍경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꼭꼭 묶어 담아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