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특강
이여영 지음 / 맛있는책방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1. 작년 9월 중순 토요일. 


손으로 젓가락을, 집기가 싫다.


숟가락으로 그릇의 음식물을 떠서.


씹고 으깨고 짓눌러 굴리지 않고, 목구멍으로 불어넘기기.


휴대용 Pump로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채우듯, 뱃속이 슉슉 부풀어 올랐으면.


뜨거움과 차가움 사이.


넘어지지 않는 온도가 널부러진 음식?


뭐가 있을까?


팥죽!


미금역 근처 "팥집"으로 갔다.


낮 1시 10분. 손님이 없다.


팥죽 주문.


햇볕이 입구 문에, 35도 각으로 비스듬이 기댔다.


나무 식탁에 양팔꿈치를 대고.


몸을 기울이다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한명 두명. 가게 앞길을 지나가는데.


pinball 구슬이 장애물에 안 부딪히고, 남서쪽으로 떨어지듯.


동공이 가게 바닥으로, 멈추거나 망설이지 않고 굴러간다.


초록색 업소용 현관mat에서 약 2cm 앞으로.


검은색 매미가 누워 있다.


아니 어쩌다 저기에 있지?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이승을 떠나는구나.


매미는 검은색을 알까?


제 몸이 검은색임을 알고, 눈 앞이 검어짐을 느끼면.


어떤 기분일까?


아니면. 


자신 앞의 평평한 mat와, 


날개를 떨며 날아다닐 때, hotel lobby의 직원처럼.


방해하지 않고,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나뭇잎의 색이 같음을 깨달았을까?


매미를 손으로 집어서, 휴지 위에 올려놨다가.


팥죽을 어서 먹고, 깨끗한 나무 밑에 묻어줘야겠다 계획을 짰다.


순간 직원이.


누런 빗자루와, 암회색 철쓰레받이를 들고 현관문 앞으로 가더니.


매미를 빗자루로 쓸어서 철쓰레받이에 담아, 밖으로 내던졌다.




2. 아침 출근.


bus에서 내렸다.


정류장 앞 횡단보도 신호등이.


푹 삶아낸 올갱이처럼, 녹색으로 켜졌다.


10분 전.


뛰어가면 지각 안하겠는데.


바로 연결되니, 숨을 고르며 걸어가도 되겠다.


가로수 앞길에, 안경을 쓴 40대 추정의 남자가.


담배를 왼손 검지와 중지손가락으로 잡아, 입에 댔다 떼면서.


오른손으로 종이cup을 기울여, 임자 없는 입으로 밀어붙인다.


시선이 옮기지 않는다.


뭘 보시는지?


약 1.5m 앞.


왼쪽 다리를 절뚝이는 비둘기가.


날개를 펄럭이며, 땅에서 날아오르려 한다.


다리는 다치지 않은 듯한데.


날아오를수 있지 않나?


비둘기 앞에, 


조약돌처럼 둥글면서 길쭉한 회색빛 물체가.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좌우로 휭휭 휘어지며.


바닥을 튀어댄다.


매미.


조각으로 찢긴 날개가, 땅을 굴러다닌다.


비둘기의 부리를 피하려, 찢긴 날개를 팔딱여 날아가려 하지만.


살아남으려 찍어누르는 비둘기를, 어떻게 피하나.


영화 "영웅"(감독:  张艺谋)에서, 대나무 숲을 날라다니며.


서로의 삶을 밀어내려, 칼을 휘두르듯.


둘은 바람, 먼지를 뒤집어쓰며 뒹굴었고.


비둘기는 매미를 부리로 잡아.


고개를 앞뒤로 젖혔다 펼치면서, 목 안으로 삼켰다.


남자와 나는, 끝까지 지켜봤다.


비둘기가 날아오르기까지.




한순간 한순간, 목숨을 지키려 투쟁한 매미처럼.


"장사특강"은 한순간 한순간, 장사의 성공을 위한 진정한 노력과 투쟁이 담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