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루티드
나오미 노빅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조금만. 조금만 더.

내려가자.

내려가면 된다.

검은색으로 칠해지면 된다.

NG.

잘 내려가다가 왜 올라가나?

동공이 돌아버린다.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가서, 깜깜하게 암 전이되면.

하루의 완벽한 영화를, 잘 마무리했을 터.

두뇌에서는 하루 동안 느끼고 봤던 일들을.

밤새 편집해서, 꼭꼭 간직할 터.

언제든 힘든 상황이 올 때, 상영을 하면.

살덩이와 마음이 힘을 낼 텐데.

협업은 어렵다.

눈꺼풀이 도와주지 않으니.

탓할게 뭐 있나.

한 달, 두 달에 한 번.

그런 날이 왔도다.

노력해도 버벅대고 꼬인다.

근데 왜 수면인지?

하나가 말썽이니, 문제가 이곳저곳에서 생긴다.

머리가 가렵고, 허리가 뻐근하다.

난방이 방안에, 따뜻한 방귀를 뀌어서인지.

목덜미가 가렵고, 갈증이 난다.

물을 마실까?

안 차갑다-_-..............................................

추운 겨울밤이라도.

열정이 붙은 갈증은, 차가움으로 맞서야 돼!

잡지에서 읽었던 기사가, 왜 이때 넌지시 나타날까?

직장인들이 추천한 숙취 해소 음료 1위.

갈아 만든 배.

기사 읽고, 뭔 귀신 시나라 까먹는 소리인가 했는데.

가만.

그걸 마셔 볼까?

집 근처 Lotte Mart에, 뚱 can이 진열된 걸 봤다.

600원.

문 닫기 전 20분.

못 참겠다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

Hood T-shirt로 갈아입고, 모자를 뒤집어썼다.

동전 지갑을 챙겨서 주머니에 넣고, 신발을 구겨신었다.

뛰자! 

영화 "Enemy of the State"의 Will Smith보다, 더 빨리!

그는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뛰지만, 나는 자아를 갉아먹는 갈증을 뿌리 뽑으려 뛴다!

음료 냉장고로 뛰어갔다.

갈아 만든 배를 집어서, 계산대로 갔다.

아직 10분의 여유가 남았다.

동전지갑에서 600원을 꺼내서, Casher에게 냈다.

계산 완료.

그냥 마시면 더러우니.

화장실로 가서, 입 닿는 부분을 물로 씻었다.

진한 노란색으로 굵고 큼직하게 써진 '배'.

'국산배 사용'이 장승처럼 곧추서있다.

pinking 가위로 자른 듯한 빨간 원이.

'갈아 만든 배' Logo를 둘러싸고 진을 펼쳤다.

반으로 잘린 배의 그림.

와사삭 깨물었으면.

자. 이제 얼마 안 남았어.

갈증. 이제 항복하시지?

오른 검지로 can 고리를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앞쪽의 입 닿는 부분을 받쳤다.

검지에 힘을 줘서, 위로 can 고리를 잡아당기자.

퓌이이식. 토악.

열렸다.

왼손으로 can을 잡아서, 바로 입으로 갖다 댔다.

목이 17도 정도 뒤로 젖혀지고.

갈아 만든 배가 꿀랑이는 이두박근처럼.

달고 까끌까끌한 음료가, 콸콸콸 몰아친다.

이게 왜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지?

의심을 품는 순간.

눈꺼풀이 스르르 감겼다.

이걸 원했구나.

갈아 만든 배를 모두 비우자.

동공과 눈꺼풀은, 그제야 서로를 이해했고.

어서 못다 한 일을 마무리 짓자며.

굳세게 마주 잡으려 한다.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이제 집으로 가면 되지?

다 잘 될 거야.

우리가 원하는, 아름다운 밤의 평화.

다 마신 can을 버리고, 집으로 다시 뛰어갔다.

옷을 벗고, 자리에 누웠다.

하나둘 셋.

암전. 

피곤과 갈증을 풀어주는, 갈아 만든 배처럼.

"업루티드"는 새로운 fantasy에 목말랐던 갈증을, 해결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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