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로 산다는 것 - 숨어사는 예술가들의 작업실 기행
박영택 지음, 김홍희 사진 / 마음산책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박영택. 나는 이 아저씨가 금호미술관 큐레이터로 오래 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가 경기대 교수로 간 것도 신기했고, 책을 냈다는 얘기도 신기했다. 그는 여기 나오는 예술가들만큼은 아니라도 학연, 지연으로 뭉친 미술계에서 보면 이렇다하게 내놓을만한 배경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기획했던 전시는 나름대로 좋았다. 모두 다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금호에 가면 항상 새로운 전시들, 새로운 작가를 만날 수 있었고, 가끔 아주 맘에 드는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이 책를 통해 그가 금호에 있으면서 만났던, 그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나의 예상은 빗나갔는데, 그는 의외로 그저 주류 미술계에 제대로 끼지 못하는, 혹은 대도시에 살지 않고 미술계와 교류 없이 시골에서 홀로 고독을 씹으며 작업하는 이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가난하지만 치열한 예술혼을 불태우는 이들에 대한 경외를 드러내려는 것일까? 사뭇 그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난 한편으로 이 책이 외롭고 가난하게 살다갔지만, 예술혼만은 살아남아 천재로 인정받은 고호 같은 예술가상에 한겹의 환상을 더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그는 그런 의도로 이 책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읽는 이들은 이 책을 그런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새삼 유명해지는 작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평론가와 미술가의 관계는 미묘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저자가 이후에 그의 선호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는 평론집을 내길 바란다. 이 책은 아무래도 애매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김영하라는 작가는 참 특이하다. 그는 작가적 소명을 받아 근엄하고 엄숙하게 글쓰기를 고집하는 다른 작가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의 글을 어찌보면 가벼워 보이지만 감각적이면서도 구성의 탄탄함을 놓치지 않는다. 현실이라기보다는 가상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듯한 느낌, 그런 느낌이 이전 소설들과 달라 곤혹스러워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의 소설이 만들어내는 상상력들이 무척 맘에 들고 그것에 매혹된다.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에서 시작해서 클림트의 <유디트>에 이어 들라크루와의 <사르다나팔의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그의 소설 코드는 내가 바라던 글쓰기의 일종이다. 소설과 그림의 상상력이 결합되는 것. 그것은 상상력을 증폭시키고 새로운 기표를 만들어낸다. 그가 선택한 그림은 모두 죽음과 관련되며, 그가 이 소설에서 얘기하는 죽음의 다양한 표정을 드러낸다.

그의 글이 다소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면 어떠랴? 지금은 현실과 가상이 혼동되는 시대 아닌가? 무엇이 진짜인가, 리얼한가에 왜 집착하는가? 소설은 그 본질적 속성상 '거짓말'이고, 상상과 허구의 산물이다. 그런 면에서 소설적 재미를 주는 이 책이야말로 진짜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란
윤대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자에게 첫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여자와는 다른 무엇이 있을까? 내 생각에 거기에는 약간의 환상이 있고, 그래서 다소 미화되어 평생 안 보고 사는 것이 나은 이상형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 같다.

윤대녕의 글은 사람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그리 가볍지도 않으면서 세심하고,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게 술술 읽히는 드문 글이다. 그래서 그의 글을 간단히 어떤 스토리라고 요약하기에는 그는 너무 많은 얘기들을 하고 있다.

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다소 우유부단하고 무기력한 지식인, 작가 자신을 본다. 동남아 여행의 어디에서 미란과 비슷한 여인을 만났는지, 어떻게 이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작품 속에서 미란은 무기력과 우울에 빠져있던 주인공에게 삶을 살게 해준 원동력이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더 아름답게 기억되는 법. 주인공 옆에서 불행해지는 또 다른 미란의 모습은 다소 전형적이다. 남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여자들은 모두 어김없이 불행에 빠지는지 완벽하게 동의하기는 힘들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은 소설적 재미 그 자체만으로도 추천할만하다. 지루한 일상에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문학 이야기
박경리, 신경림, 이제하 외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집어든 건 막연한 호기심에서였다. 이렇게 유명한 작가들은 자신들이 하는 문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일반인들하고 다를까, 같을까 등등.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 각각의 답은 달랐지만, 그처럼 답이 다양했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 맨 앞에 실린 박경리의 글이 가장 맘에 든다. 너무나 빠르게 앞을 향해 전진 또 전진하는 이 시대를 염려하며, 문학이 부분만 바라보지 않고 인간과 세계 전체를 조망하는 총체성을 회복하기를 바라고, 죽은 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닌, 생명있는 살아있는 꽃을 얘기하기를 바라는 대가의 마음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 책의 주제가 다소 막연한 부분이 있기 때문인지 어떤 글들은 자기 자랑으로 일관되어 있거나, 상황에 대한 불평불만으로 일관하고 있어서 약간 짜증이 나기도 했다. 가끔씩 느껴지는 작가들의 나르시시즘과 감정의 과잉분출을 내가 참을 수 없어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문학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좀더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 인큐베이터 한국 3대 문학상 수상소설집 7
박완서 외 지음 / 가람기획 / 1998년 7월
평점 :
절판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이 시대 최고의 소설가와 그들의 신선한 작품에 주어지는 상이다. 박완서의 <꿈꾸는 인큐베이터>를 전체 제목으로 한 이 모음집은 91년부터 93년까지 이 3대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들을 모아놓았다. 한 작품 한 작품이 모두 인상적이었다. 어떤 것은 이미 읽은 것도 있었고, 처음 대하는 작품도 있는데, 각 작품이 소설가의 개성을 좇아 느낌이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되다고 느낀 것은 그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모습을 생생히 전달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원우의 <방황하는 내국인>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 고통스럽고 방황하는 여러 삶의 모습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보여준다. 서로 연관되지 않는 듯한 각 에피스도의 주인공을 통해 작가는 고뇌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듯하다. 조성기의 <우리 시대의 소설가>도 인상적이었다. 마치 작가 자신의 체험담인 듯한, 혹은 그가 가끔 사로잡히는 강박관념인 듯한 오늘날 이 땅에서 소설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애써 답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보였다. 전체 책의 제목인 박완서의 <꿈꾸는 인큐베이터>는 여아 낙태가 보이지는 않지만 일반화될 수 밖에 없는 현실과 그에 대한 분노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모처럼 재밌고 유익한 책을 읽은 기분이다. 다른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