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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김영하라는 작가는 참 특이하다. 그는 작가적 소명을 받아 근엄하고 엄숙하게 글쓰기를 고집하는 다른 작가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의 글을 어찌보면 가벼워 보이지만 감각적이면서도 구성의 탄탄함을 놓치지 않는다. 현실이라기보다는 가상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듯한 느낌, 그런 느낌이 이전 소설들과 달라 곤혹스러워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의 소설이 만들어내는 상상력들이 무척 맘에 들고 그것에 매혹된다.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에서 시작해서 클림트의 <유디트>에 이어 들라크루와의 <사르다나팔의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그의 소설 코드는 내가 바라던 글쓰기의 일종이다. 소설과 그림의 상상력이 결합되는 것. 그것은 상상력을 증폭시키고 새로운 기표를 만들어낸다. 그가 선택한 그림은 모두 죽음과 관련되며, 그가 이 소설에서 얘기하는 죽음의 다양한 표정을 드러낸다.
그의 글이 다소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면 어떠랴? 지금은 현실과 가상이 혼동되는 시대 아닌가? 무엇이 진짜인가, 리얼한가에 왜 집착하는가? 소설은 그 본질적 속성상 '거짓말'이고, 상상과 허구의 산물이다. 그런 면에서 소설적 재미를 주는 이 책이야말로 진짜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