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첫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여자와는 다른 무엇이 있을까? 내 생각에 거기에는 약간의 환상이 있고, 그래서 다소 미화되어 평생 안 보고 사는 것이 나은 이상형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 같다. 윤대녕의 글은 사람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그리 가볍지도 않으면서 세심하고,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게 술술 읽히는 드문 글이다. 그래서 그의 글을 간단히 어떤 스토리라고 요약하기에는 그는 너무 많은 얘기들을 하고 있다. 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다소 우유부단하고 무기력한 지식인, 작가 자신을 본다. 동남아 여행의 어디에서 미란과 비슷한 여인을 만났는지, 어떻게 이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작품 속에서 미란은 무기력과 우울에 빠져있던 주인공에게 삶을 살게 해준 원동력이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더 아름답게 기억되는 법. 주인공 옆에서 불행해지는 또 다른 미란의 모습은 다소 전형적이다. 남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여자들은 모두 어김없이 불행에 빠지는지 완벽하게 동의하기는 힘들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은 소설적 재미 그 자체만으로도 추천할만하다. 지루한 일상에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