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오수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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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의 소설을 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엌'이라는 제목이 뭔가 다른 소설들과는 다를 듯 했고, 역시나 상당히 특이한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채식주의자와 육식주의자 사이에서 그 어느 한쪽도 버리지 못하고 서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같은 관계를 갖는 인물들. 상당히 엽기적인 상상력이긴 했으나, 극단으로 치우쳐 서로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들이 자기를 지키고 자기 주장을 옹호하려는 몸부림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한국이라는 공간을 떠나 이국적인 상황, 인도라고 한 번도 얘기한 적 없지만, 명백한 계급이 존재하고 삶이 되물림되며, 육식하는 이들을 경멸하는 나라에서 이국인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삶은 외로움이 극도로 사무쳐 벼랑 끝에 선 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의 전작들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소설로 그녀의 담담하나 끈적끈적하게 빨려들게 하는 문체에 매료됐다. 그녀가 그 나라에서 돌아왔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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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점 여인에게서
윤대녕 지음 / 하늘연못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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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렇게 짧은 소설인줄 몰랐다. 성석제의 소설만큼 짧디 짧은, 단편이라 부르기도 뭐한 소설들이 모여있는 책이었다.

읽는 내내 잠깐씩 미소를 짓기도 했다. 왠지 윤대녕이 사는 모습을 훔쳐본 것처럼, 그의 다른 소설보다 더 친근하고, 덜 소설스스럽고 더 인간적이다. 그가 아내와 했을 대화들이 녹아있고, 그 아내의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상상해보았을 여러 에피소드들이 꼭 윤대녕이라는 작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에 사는 평범한 기혼남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고 겪어봤을 일들을 다소 유머스럽게 그려낸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앞으로 그가 이런 류의 소설을 계속 쓰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이 소설은 소품에 가깝고, 수필과 소설 중간 쯤에 위치하는 자기고백적 꽁트 같으므로. 사실 윤대녕이 썼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지는 않다. 그래도 유쾌하다. 그도 평범한 한국 남자라는 점이 너무나 여실히 증명된 셈이라 위로(?)가 된달까.

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하루키의 소설과 수필을 읽어서 그런지, 약간 비교되는 점은 하루키는 결혼한 부부의 관계를 소재 삼아 글을 쓴 적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작가들이 결혼을 하면 남자건 여자건 결혼 관계에서 오는 모순과 갈등을 진지하게 다루는 것에 비해 대조된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키가 좀 독특한 것도 같고, 우리나라가 좀 문제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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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확실한 행복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사상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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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라는 작가는 참 매력적이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므로 소설에서도 그의 매력이 약간 느껴지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하루키의 모습이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고나 할까.
그는 대단한 작가이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평범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남들이 별로 호응하지 않는 야구단을 줄곧 응원하고,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채식 위주의 식사를 약간 하는 것을 좋아하고, 책과 음반을 많이 모으고, 일정 시간 글을 쓰면서 산다. 그를 생각하면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거리를 어슬렁대며 편안하게 산책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삶에 큰 집착이 없고, 그저 나름대로 열심히 살다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얘기하며, 작가에 대한 환상을 거부한다.

이 책 가득 그의 유머러스한 면모가 드러나는데,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잘못한 부분이 있어도 그저 그러려니 넘어가기도 하고, 화를 내야 할 상황에 대해서도 약간 우회해서 얘기함으로써 오히려 생각할 거리를 마련해준다. 평범한 듯 하지만, 넓고 여유있는 마음이 그를 그렇게 대단한 작가로 만든 게 아닐까. 이 책을 통해 하루키와 더 친밀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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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창 - 작가정신 소설향 4 작가정신 소설향 23
윤대녕 지음 / 작가정신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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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이란 작가를 알게 된지 얼마되지는 않았지만, 그의 글쓰기는 매력적이다. 어찌 보면 흔하디 흔한 얘기일 수 있고, 내용도 자못 감상적일 수 있는데, 그의 글은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고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 상투적이라는 느낌을 지워준다.

그의 작품에는 유난히 공간에 대한 묘사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여행지에 관한. 그래서 그 공간을 아는 이들에게는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모르는 이들도 상상력을 발휘하게 한다. 이 작품의 경우 나는 한번쯤 가본 적이 있는 장소들이라 그의 행보를 추적하는 것이 즐거웠다.

작가는 서로 진정으로 만나기를 원하지만, 정작 제대로 만날 수 없는 남녀 관계에 관해 갈증을 느끼게 한다. 제대로 의사소통할 수 없는 관계, 각자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해버리고, 짐작하고 넘어가고 상처 받는 관계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다.

비밀이 많은 인물들, 하나 같이 정상적이지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이들이다. 어쩌면 조금씩 나를 닮은 듯도 한 것 같아서. 그래서 자꾸 윤대녕의 글에 손이 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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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교육의 쟁점과 전망
김은전 외 지음 / 월인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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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국어를 배우다보면 가장 어려운 것이 아마 현대시일 것이다. 그리고 또한 교사로서 가르치기 가장 어려운 것도 현대시일 것이다. 그만큼 현대시는 배우는 사람이가 가르치는 사람 모두에게 골치아픈 분야이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대로 현재의 시교육에 대해서 비판하고, 시를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는 사람대로 비판하는게 지금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현대시 교육의 여러가지 측면을 검토하고 시 교육의 방법과 교실에서의 적용에 대해서 쓰고 있다. 여러가지 내용들이 그리 길지 않는 글 속에 들어있기때문에 자세하거나 심도깊은 논의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겠지만 전반적인 시 교육의 문제가 교육 방법등에 대해서 살펴보는데는 어려움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시 교육의 문제를 공감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 쯤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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