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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확실한 행복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사상사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키라는 작가는 참 매력적이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므로 소설에서도 그의 매력이 약간 느껴지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하루키의 모습이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고나 할까.
그는 대단한 작가이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평범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남들이 별로 호응하지 않는 야구단을 줄곧 응원하고,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채식 위주의 식사를 약간 하는 것을 좋아하고, 책과 음반을 많이 모으고, 일정 시간 글을 쓰면서 산다. 그를 생각하면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거리를 어슬렁대며 편안하게 산책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삶에 큰 집착이 없고, 그저 나름대로 열심히 살다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얘기하며, 작가에 대한 환상을 거부한다.
이 책 가득 그의 유머러스한 면모가 드러나는데,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잘못한 부분이 있어도 그저 그러려니 넘어가기도 하고, 화를 내야 할 상황에 대해서도 약간 우회해서 얘기함으로써 오히려 생각할 거리를 마련해준다. 평범한 듯 하지만, 넓고 여유있는 마음이 그를 그렇게 대단한 작가로 만든 게 아닐까. 이 책을 통해 하루키와 더 친밀해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