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 여인에게서
윤대녕 지음 / 하늘연못 / 1996년 10월
평점 :
절판


설마 이렇게 짧은 소설인줄 몰랐다. 성석제의 소설만큼 짧디 짧은, 단편이라 부르기도 뭐한 소설들이 모여있는 책이었다.

읽는 내내 잠깐씩 미소를 짓기도 했다. 왠지 윤대녕이 사는 모습을 훔쳐본 것처럼, 그의 다른 소설보다 더 친근하고, 덜 소설스스럽고 더 인간적이다. 그가 아내와 했을 대화들이 녹아있고, 그 아내의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상상해보았을 여러 에피소드들이 꼭 윤대녕이라는 작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에 사는 평범한 기혼남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고 겪어봤을 일들을 다소 유머스럽게 그려낸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앞으로 그가 이런 류의 소설을 계속 쓰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이 소설은 소품에 가깝고, 수필과 소설 중간 쯤에 위치하는 자기고백적 꽁트 같으므로. 사실 윤대녕이 썼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지는 않다. 그래도 유쾌하다. 그도 평범한 한국 남자라는 점이 너무나 여실히 증명된 셈이라 위로(?)가 된달까.

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하루키의 소설과 수필을 읽어서 그런지, 약간 비교되는 점은 하루키는 결혼한 부부의 관계를 소재 삼아 글을 쓴 적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작가들이 결혼을 하면 남자건 여자건 결혼 관계에서 오는 모순과 갈등을 진지하게 다루는 것에 비해 대조된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키가 좀 독특한 것도 같고, 우리나라가 좀 문제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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