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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오수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오수연의 소설을 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엌'이라는 제목이 뭔가 다른 소설들과는 다를 듯 했고, 역시나 상당히 특이한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채식주의자와 육식주의자 사이에서 그 어느 한쪽도 버리지 못하고 서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같은 관계를 갖는 인물들. 상당히 엽기적인 상상력이긴 했으나, 극단으로 치우쳐 서로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들이 자기를 지키고 자기 주장을 옹호하려는 몸부림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한국이라는 공간을 떠나 이국적인 상황, 인도라고 한 번도 얘기한 적 없지만, 명백한 계급이 존재하고 삶이 되물림되며, 육식하는 이들을 경멸하는 나라에서 이국인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삶은 외로움이 극도로 사무쳐 벼랑 끝에 선 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의 전작들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소설로 그녀의 담담하나 끈적끈적하게 빨려들게 하는 문체에 매료됐다. 그녀가 그 나라에서 돌아왔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