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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이승우 지음 / 문이당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신학대를 대학원까지 나온 매우 독특한 이력의 작가 이승우의 작품들을 처음 읽었다. 나에겐 처음이지만, 그가 소설을 쓴 것은 적지 않을 세월 동안이다.
이 소설집에서 <도살장의 책>,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를 특히 흥미롭게 읽었다. <도살장의 책>은 새로 생긴 도서관 자리가 원래 도살장이었다는 설정, 도살장에서 일했던 사람이 공간에 대한, 어쩌면 죽음에 대한 집착과 책을 통한 죽음에 대한 암시 등 읽기에 따라 엽기적일수도 있고, 추리소설 같은 흥미를 느낄 수도 있다. 이야기의 전개 자체보다 사건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을 철학적 명제들로 던져놓아 생각할 꺼리를 준다.
IMF 위기로 어느날 자신이 일구어온 회사를 노조에 빼앗긴 한 남자가 오랜 불면증에 시달리다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 같은 동굴, 자신이 만들어 놓은 널판 속에 들어가 비로소 잠이 들 수 있다는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는 상처 입은 사람의 고통 치유법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 글 잘 쓰는 소설가가 많은데, 이제껏 내가 알아오고 읽어본 소설가들은 왜 그리 적은지...유명 작가가 아니면 먹고 살기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