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훔치다
조완선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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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학동네 임프리트 엘릭시르의 책. 여러 권을 훑어보다 한국 작가의 책이 있기에 먼저 집어 읽었다.

 

2. 서문이 찡했다.

 

3. 초조대장경을 둘러싼 도굴꾼과 보물 사냥꾼, 정부 관료들, 지킴이 스님들의 이야기가 신선하다. 그러고보니 도굴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은 처음 읽어봤다.

 

4. '온몸이 자지러든다'는 표현은 내겐 어색했지만, 초조대장경을 둘러싼 역사적 자료를 두루 살피는 데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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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 2013 제3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재찬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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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가상>이 이렇게 멋지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전에 기억하고 있던 것과는 다른 각 잡힌 푸른 양장본 책이 참 멋지다.

 

주인공 방인영을 세상에 불만 많은 여고생이라 생각했다. 그런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을 보고 한 순간엔 소설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블랙 유머를 넘어서 점점 이상야릇한 긴장으로 몰아간다.

 

엄마가 뭘 주고 갔는지는 모르지만 한동안 날 보는 담탱이의 시선이 따뜻했다. 그 따뜻함은 포근하지 않다. 수영장 안에서 소변을 본 느낌이랄까.(86)

 

내가 여대에 갈 일은 없다. 남자가 좋은 건 아니지만 여자끼리 있는 곳은 정신병원 같다. 그 병원에서 일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변태다.(133)

 

이전에 김려령 작가의 <너를 봤어>낭독회에 갔을 때, 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 본인의 소설에서 엄마부터 죽기이 시작했다고. 만일 자기 딸이 소설에서 자기를 죽일지라도 지저분하게 하지 않고 깔끔하게 단칼에 죽인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인간이 느끼는 깊은 고통과 괴로움에는 분명 유사점들이 있는 것 같다. 그걸 어떻게 풀어가느냐는 다를지라도.

 

신기한 점은, 중년의 남성 작가가 여고생들의 생태를 참 잘고, 그들의 유리가면 같은 관계를 치밀하게 그려냈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아홉살 인생>에서 말하던 '월급기계'같은 '담탱이'와, 오직 돈으로 계산되고 학벌로 증명할 수 있는 학원, 입밖에 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계급이 갈리는 교실과 교회, 외모등급, 내신등급 등등.

 

이 모든 게 방인영의 꿈이라면 어땠을까.

 

"당신이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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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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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함께 있고 싶은 사람하고는 함께 있지 않게 된다는 거. 언제나 그렇지 않은 사람과 있게 되지요. <스타의 눈> 中-40쪽

저녁을 먹을 때 둘 다 말이 없었다. 남편은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아냐의 얼굴이 짜증이 났다. 예쁜 얼굴이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있었다. 아내의 얼굴은 여러 장의 사진 같아서 그중 잘 안 나온 건 골라서 버려야 했다. 오늘 밤 그녀의 얼굴이 잘못 나온 사진 같았다. <나의 주인, 당신> 中-69쪽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요. 마리트가 흐느꼈다.
<어젯밤> 中-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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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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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용하기 어려워 그냥 형용하지 않아버릴 정도의 못생긴 외모를 가진 여자의 아픔과, 그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었던 잘생기고 순수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외모가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천박한 영향력을 미치는지, 또 그로 인해 한 사람이 얼마나 크게 상처받고 망가질 수 있는지 알게 한다. 그리고 그 망가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더 큰 사랑의 힘을 보여준다.


이야기 속에는 잘 살아보겠다고 뻔뻔하게 살아가는 이들 앞에 때로는 툭툭 던지고 때로는 뻥뻥 차버리는 말들이 흘러넘친다. '자본주의의 바퀴는 부끄러움이고, 자본주의의 동력은 부러움'이라던가, '고대의 노예들에겐 노동이 전부였다. 하지만 현대의 노예들은 쇼핑까지 해야 한다'라는 말들은 유머와 함께 진지한 통찰을 담고 있다. 단순한 재치의 수준이 아니다.


"인생에 주어진 사랑의 시간은 왜 그토록 짧기만 한 것인가. 왜 인간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보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가. 왜 인간은, 자신이 기르는 개나 고양 이만큼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것인가. 왜 인간은 지금 자신의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끊임 없이 망각하는 것일까. 알 수 없다."


위의 대목과 같은, 이 책에 가득한 사람과 사랑을 향한 고민은 공감되는 바가 많다. 같은 생각이라도 다르게 표현될 때, 그리고 적실하게 표현될 때 더 새롭고 깊게 다가오는 것임을 깨닫고 감탄한다. 뉘우친다. 생각을 바꾸게 한다는 것이 놀랍다. 이런 힘은 관념적인 사유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정직한 부딪힘 가운데서 나오는 것이리라. 이 소설에서 끊임없이 던지고 있는 인간의 본질을 향한 물음은, 사회 전반에 흐르는 인식의 문제와 인간적 고통의 서글픔, 그 안에서 몸부림치는 처절한 아름다움과 잘 어우러져 깊은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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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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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의견으로는, 예술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예술가의 개성이 아닐까 한다. 개성이 특이하다면 나는 천 가지 결점도 기꺼이 다 용서해 주고 싶다. 나는 벨라스케스를 엘 그레코보다 훌륭한 화가로 보지만 그는 너무 인습적이어서 칭찬하려면 맥이 빠진다. 그에 비해 관능적이고 비극적인 저 그리스인은 제 영혼의 비밀을 마치 산 제물을 바치듯 우리에게 바치고 있다. 화가이든 시인이든 음악가이든, 예술가는 숭엄하고 아름다운 자신의 장식물로써 우리의 심미감을 만족시켜 준다. 하지만 심미감이란 성 본능과 비슷해서 일종의 야만성을 띠게 마련이다. 예술가는 그러한 점에서도 대단한 재능을 보여준다. 예술가의 비밀을 캐다 보면 우리는 탐정 소설에 빠지듯 그 일에 빠지고 만다. 그 비밀을 불가해한 우주처럼, 해답을 주지 않는 수수께끼 같다. 스트릭랜드의 그림은, 가장 대수롭지 않은 것조차도 기이하고, 복잡하고, 고뇌에 가득 찬 개성을 보여준다.-8쪽

예술이란 정서의 구현물이며, 정서란 만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한다.-9쪽

신비주의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보고, 정신병리학자는 입에 담을 수 없는 것을 알아내는 법이다.-15쪽

어떤 책이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봐야 한철의 성공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다 책을 산 독자에게 그저 몇 시간의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 또는 여행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많은 애를 썼으며, 얼마나 쓰라린 체험을 하였고, 얼마나 골머리를 앓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서평들을 통해 판단해 보건대, 이들 책 가운데에는 심혈을 기울려 쓴 좋은 책들이 많다. 구상에 고심한 책도 많다. 심지어는 평생의 노고를 바친 책들도 있다. 내가 여기에서 얻는 가르침은 작가란 글쓰는 즐거움과 생각의 짐을 벗어버리는 데서 보람을 찾아야 할 뿐, 다른 것에는 무관심하여야 하며, 칭찬이나 비난, 성공이나 실패에는 아랑곳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16~17쪽

예술가에게는 보통 사람들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 친구들의 외모나 성격뿐 아니라 작품까지 풍자의 제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22쪽

그때만 해도 나는 인간의 천성이 얼마나 모순투성이인지를 몰랐다. 성실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가식이 있으며, 고결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비열함이 있고, 불량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있는지를 몰랐다.-56쪽

"하실 말씀이 없으신가요?"
"있소. 당신 참 멍청한 사람이오"-65쪽

아스팔트에서도 백합꽃이 피어날 수 있으리라 믿고 열심히 물을 뿌릴 수 있는 인간은 시인과 성자뿐이 아닐까.-70쪽

양심은 사회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앞에 두라고 강요한다. 그것이야말로 개인을 전체 집단에 묶어두는 단단한 사슬이 된다. 그리하여 인간은 스스로 제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받아들인 집단의 이익을 따르게 됨으로써, 주인에게 매인 노예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를 높은 자리에 앉히고, 급기야는 왕이 매로 어깨를 때릴 때마다 아양을 떠는 신하처럼 자신의 민감한 양심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리고는 양심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온갖 독설을 퍼붓는다. 왜냐하면 사회의 일원이 된 사람은 그런 사람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음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77쪽

"당신 생각은 왜 그래?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름다움이 해변가 조약돌처럼 그냥 버려져 있다고 생각해? 무심한 행인이 아무 생각 없이 주워 갈 수 있도록? 아름다움이란 예술가가 온갖 영혼의 고통을 겪어가면서 이 세상의 혼돈에서 만들어내는, 경이롭고 신비한 것이야. 그리고 또 그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고 해서 아무나 그것을 알아보는 것도 아냐. 그것을 알아보자면 예술가가 겪은 과정을 똑같이 겪어보아야 해요. 예술가가 들려주는 건 하나의 멜로디인데, 그것을 우리 가슴속에서 다시 들을 수 있으려면 지식과 감수성과 상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해."-102쪽

사람들은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너무 가볍게 사용한다. 말에 대한 감각이 없어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함으로써 그 말의 힘을 잃어버리고 있다. 별것 아닌 것들을 기술하면서 온갖 것에 그 말을 갖다 쓰기 때문에 그 이름에 값하는 진정한 대상은 위엄을 상실하고 만다.--191쪽

-그저 아무것이나 아름답다고 말한다. 옷도 아름답고, 강아지도 아름답고, 설교도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작 아름다움 자체를 만나게 되면 그것을 알아보지 못한다. 사람들은 쓸데없는 생각을 돼먹지 않은 과장된 수사로 장식하려는 버릇이 있어 그 때문에 감수성이 무뎌지고 만다. 신령한 힘을 어쩌다 한번 체험하고선 그것을 늘 체험할 수 있는 것처럼 속이는 돌팔이 의사처럼, 사람들은 가진 것을 남용함으로써 힘을 잃고 마는 것이다.-192쪽

"난 사랑 같은 건 원치 않아. 그럴 시간이 없소. 그건 약점이지. 나도 남자니까 때론 여자가 필요해요. 하지만 욕구가 해소되면 곧 딴 일이 많아. 난 그 욕망을 이겨내지는 못하지만 그걸 좋아하진 않아요. 그게 내 정신을 구속하니까 말야. 나는 언젠가 모든 욕정에서 벗어나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내 일에 온 마음을 쏟을 수 있는 때가 있었으면 하오. 여자들이란 사랑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 사랑을 터무니없이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야. 그래서 우리더러 그게 인생의 전부인 양 믿게 하고 싶어해요. 하지만 그건 하찮은 부분이야. 나도 관능은 알지. 그건 정상적이고 건강해요. 하지만 사랑은 병이야. 내게 여자들이란 쾌락을 충족시키는 수단에 지나지 않아. 나는 여자들이 인생의 내조자니, 동반자니, 반려자니 하는 식으로 우기는 것을 보면 참을 수가 없소."-202~203쪽

"여자는 사랑을 하게 되면 상대의 정신을 소유하기 전까지는 만족할 줄 몰라. 약해서 지배욕이 강하지. 지배하지 않고서는 만족하지 못해. 여자는 마음이 좁아요. 그래서 자기가 모르는 추상적인 것에는 화를 내는 버릇이 있어. 마음을 쓰는 건 물질적인 것뿐이야. 관념적인 것은 시기나 하고. 남자의 정신은 우주의 저 머나먼 곳에서 방황하는데 여자는 그걸 자기 가계부 안에다 가둬두려고 하는 거요. 내 아내 생각나오? 블란치도 차츰 같은 수작을 쓰려고 하더란 말야. 자기 딴엔 무한한 참을성을 발휘해서 나를 함정에 몰아넣고 올가미를 씌울 작정을 하고 있었어. 나를 자기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싶었던 거지. 나 자신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 내가 자기 것이 되어주기만 바랐지. 하기야 나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려고 했어요. 내가 원하는 것 한 가지만 빼놓고 말이오. 난 혼자 있기를 바랐거든."-203~204쪽

"당신은 자신의 확신에 용기가 없군. 목숨이란 아무런 가치도 없어요. 블란치 스트로브는 나한테 버림을 받아서 자살한 게 아냐. 어리석고 균형 잡히지 않은 인간이라 그랬지. 자, 이제 그만하면 그 여자 이야기는 충분하오. 전혀 중요할 것 없는 사람이니까. 갑시다. 내 그림을 보여줄 테니."-205쪽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단편적인 것들뿐이다. 나는 이미 소멸해 버린 동물을 뼈 하나만 가지고 그 형상뿐 아니라 습성까지 재구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생물학자와도 같은 입장에 있다.-246쪽

"스트릭랜드를 사로잡은 열정은 미를 창조하려는 열정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마음이 한시도 평안하지 않았지요. 그 열정이 그 사람을 이리저리 휘몰고 다녔으니까요. 그게 그를 신령한 향수에 사로잡힌 영원한 순례자로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그의 마음속에 들어선 마귀는 무자비했어요. 세상엔 진리를 얻으려는 욕망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이 있잖습니까. 그런 사람들은 진리를 갈구하는 나머지 자기가 선 세계의 기반마저 부셔버리려고 해요. 스트릭랜드가 그런 사람이었지요. 진리 대신 미를 추구했지만요. 그 친구에게는 그저 한없는 동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어요."-276~277쪽

방바닥에서 천정에 이르기까지 사방의 벽이 기이하고 정교하게 구성된 그림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뭐라 형용할 수 없이 기이하고 신비로웠다. 그는 숨이 막혔다. 이해할 수도, 분석할 수도 없는 감정이 그를 가득 채웠다. 창세의 순간을 목격할 때 느낄 법한 기쁨과 외경을 느꼈다고 할까. 무섭고도 관능적이고 열정적인 것, 그러면서 또한 공포스러운 어떤 것, 그를 두렵게 만드는 어떤 것이 거기에 있었다. 그것은 감추어진 자연의 심연을 파헤치고 들어가, 아름답고도 무서운 비밀을 보고 만 사람의 작품이었다. 그것은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신성한 것을 알아버린 이의 작품이었다. 거기에는 원시적인 무엇, 무서운 어떤 것이 있었다. 인간 세계의 것이 아니었따. 악마의 마법이 어렴풋이 연상되었다. 그것은 아름답고도 음란했다.-293쪽

<달과 6펜스>도 광적인 천재를 소재로 하는 전통적인 이야기의 기본 패턴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편이다. 순진 세계와 체험 세계, 자연과 도시의 대조, 거기다 저주의 병을 통해 낙원의 비전이 깃들인 위대한 예술이 탄생한다는 이야기는 낭만적 환상을 자극한다._작품 해설. 송무, <예술에 사로잡힌 예술> 中-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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