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인간아 > 2006년의 부귀'영화'

 

영화 한 편을 본다는 의미는 내게 무엇일까. 퇴근을 하고 껑충껑충한 걸음으로 빠르게 5분을 걸으면 내 영혼이 바람에 나부끼는 깃털처럼 가볍게 나려 쉴 수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서둘러 옷을 입고 얼굴과 발을 씻고 노트북을 켠다. 이때부터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본다. 그리고 틈틈이 글을 쓴다. 이게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시간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약속이 없는 한, 별 일이 없는 한, 이러한 일상이 계속 반복된다. 그래도 이러한 시간은 하루에 기껏해야 다섯 시간에서 많아야 여덟 시간, 내게는 늘 턱없이 모자라게 느껴진다. 그야말로 하릴없는 시간이, 날 구원하고 있다고 믿게 한다. (이건 무슨 소용의 삶인지? 나에게만 소용되는 삶은 이타적인 삶으로 환원되고 승화될 수 있을지?)

영화를 볼 때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다. 그리고 영화를 볼 때는 1.2배속으로 속도를 빠르게 해서 돌려 본다. 시간이 아깝기 때문. 익숙해지면, 단련되면, 영화를 보는데 별 지장이 없다. 화장실에 갈 때는 정지를 누르고, 중요한 장면이나 인상 깊은 장면이 나오면 되돌려보거나 화면을 느리게 해서 본다.

2006년 한 해 동안 150편 정도의 영화를 보았다. 영화 한 편을 보는데 걸리는 시간을 어림잡으면 1시간 30분 정도, 대략 200여 시간이 걸린다. 8일에서 9일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면 다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앉은뱅이 책상을 앞에 두고 납작한 분홍색 방석에 앉아 보내는 시간 치고는 꽤나 환상적인 여행이었고, 몹시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낭비하는 시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몇 편의 영화는 차를 타고 나가서 극장을 찾아 만나면 반가운 사람들과 보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화는, 집에서, 홀로, 보았다. 몇 년 정도만 이렇게 시간을 투자해도 꽤나 좋은 공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결국은, 나만의 부귀영화이며, 또한, 신기루와도 같은, 경험이다.

영화를 보고 해가 뜰 무렵에 잠자리에 든다. 꿈을 꾸기를 바란다. 꿈은, 결국은 욕망이다. 그러한 확인, 언젠가는 내 본 영화들의 이미지가 거대한 서사로 뒤섞일 수 있기를, 그래서 잠자는 사이 내 영혼을 끊임없이 정조준해서 폭격하길 바란다. 그리고 잠자면서 울다가, 눈 뜨면, 모든 것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나는 기억도 못하면서, 뭔가를 강렬하게 그리워하다가 머리카락이 하얗게 새어버리기를 바란다. 그때부터 시간은 더욱 빠르게 지나가리라.

 

내게 영화를 보는 행위는, 어디까지나 부귀영화로운 쾌락이다. 사치과 여유로 질펀한 유흥이다.



1. 여자 정혜 - 이윤기

따로 정리했다.

내 상상의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이미지의 여배우는 김지수다. 약간은, 상처받았다는 걸 피할 수 없는 무기력한 눈빛으로 담아내고 있는, 낭창낭창하고 쓸쓸한 억새 같은 이미지. 그러면서 거기에는 꽃도 없지만 나비가 깃들기도 하는 신기루가 피어나기도 하는 마음. 실핏줄이 터지는 약한 아픔과 서글픔이 함께 어울리는 기묘한 눈동자. 남을 찌르지도 못하면서 칼을 준비하다가 결국은 자기를 베어버리고 마는, 그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끝까지 다다르고 또 거기서 머뭇거리고 마는 영혼. 첫 영화에서 자신의 영혼을 만나는 축복을 만나기란 배우의 탄생보다도 어렵다. 하물며 그러한 배우가 화양연화 이후 서서히 늙고 죽어가다니, 인생을 돌이켜보면 결국은 모든 게 처음으로 돌아가버리고 마는 걸까. 다만 우리는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또는 믿지 못하고 늙어갈 뿐. <여자 정혜>로 올해의 영화 보기를 시작한 건, 지나고 보니 무슨 비정한 운명처럼 느껴진다.


2. 율리시스의 시선 - 테오 앙겔로풀로스

테오 앙겔로풀로스라는 이름 들을 때마다 내 몸 속의 피는 태양열에 한참 동안 달궈진 것처럼 끈적거립니다. 막 끓기 직전의 뜨거운 온도, 첫 기포가 오를 찰나의 온도, 99도. 끓는 점은 결코 안 되면서도 항상 준비된 열정, 피범벅으로 태어난 태아의 이미지처럼 짓뭉개진 시의 날비린내, 그리고 그 장면에서 순식간에 느껴지는 침묵과 죽음의 작열. 인간의 삶이 저렇게 순식간에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안개가 걷히고 난 후 진실이 드러나는 거라면, 나는 내 삶에 대해 진즉 감당하지 못했을 겁니다. 저런 화면을 완성해내는 앙겔로풀로스의 삶이란 어떤 걸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감동스럽고, 인생은 저렇게도 살 수 있으니 나도 희망처럼 몽상을 꿈꾸어도 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그대여, 부디 이 영화는 꼭 보세요. 보셔야만 해요.


3. 미치고 싶을 때 - 파티 아킨

도망치고 싶은 사랑, 도망치기 위해서 선택한 사랑, ‘결딴’을 목적으로 시작된 사랑, 그리고 마침내 결딴나버리는 사랑을 나는 소망했었지. 그런 건 결코 사랑이 아니지만 사랑에 담긴 자기파괴와 학대의 이미지를 나는 왜 염원했던 걸까. 매일 스치는 많은 사람들과 나는 상상을 통해 무수한 사랑과 연애를 한다. 깃털처럼 그 많은 사랑들도 하루가 지나가면 다 사라지고 말아, 나는 털 뽑힌 닭처럼 우습고 초라한 영혼으로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다. 포르노 배우에서 시작해 영화배우가 되는 게 그 반대의 경우보다 낫다고 말하는 시벨 케킬리의 당당함은 매력적이다. 포르노 배우였어도, 아니었어도, 그녀의 연기는 훌륭하다. 터키의 정서를 알 수 있어 더욱 깊이 와닿았던 작품이다. 병을 깨고 주먹으로 유리창과 벽을 두들기고 술을 처마시고 길에서 뻗어버리는 그러한 경험을, 운명적인 사랑을 통해 해보고 싶다면, 이런 강렬한 영화는 봐야 한다.


4. 5*2 - 프랑스와 오종

방금 이혼한 부부의 파탄 난 과거를 서서히 보여준다. 그들의 사랑은 이미 깨졌고, 그 균열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그 질료의 형성과 원소는 어떠했는가,를 천천히 되돌려보기로 보여주는 비디오데크처럼 보여준다. 그 단면을 통해 우리는 그 부부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는가, 아니면 더 오해하게 되는가. 오종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봐서 실망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 정도가 오종의 매력이다.


5. 쉬핑뉴스 - 라세 할스트롬

라세 할스트롬, 케빈 스페이시, 줄리안 무어, 케이트 블란쳇. 이 이름의 조합으로 겨우 이런 영화가 나오다니 솔직히 실망이다. 그러나 배우들 자체의 면면은 훌륭하다. 아름다운 퍼즐 조각을 오랜 시간 공들여 하나의 그림을 다 맞추어내니, 정작 그림 자체가 너무 엉성해서 실망해버리는 느낌. 영화 내내 음울하고 어둡고 침침하다. 다만 기억에 남는 이미지는, 집이 날아가지 않도록 묶어놓은 거대한 철근밧줄. 집이 통째로 날아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기억이 쌓이는 게 집이지만 몇 대에 걸친 기억이 쌓이면 집은 서서히 하나의 영혼을 가진 생물로 변해간다.


6. 콘스탄틴 가드너 -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올해의 큰 수확이라면 페르난도 메이렐레스를 알게 된 것! 그를 통해 브라질 영화를 새롭게 주목하게 되었다. <시티 오브 갓>이라는 데뷔작이 너무나 훌륭하고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기에 이 영화는 상대적으로 그다지 인상이 깊지는 않다. 그러나 헐리우드에 안착해서도, 메이저 영화에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연출력을 발휘하는 재능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서정적인 서사에도 수준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는 영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들이 등장해서 더욱 반가웠다.


7. 너는 내 운명 - 박진표

사람이 무섭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사람을 돌게 하는 건 사랑, 사람을 사람이 아니게 만드는 것도 사랑, 모든 걸 가능하게도, 포기하게도 만드는 건 사랑. 사랑은, 사랑을 사랑이 아니게도 만든다. 전도연과 황정민의 연기가 단연 돋보인 수작.


8. 홉 스프링스 - 마크 허만

기억도 안 난다.


9. 게이샤의 추억 - 롭 마샬

몇 가지 예쁜 화면만 벚꽃처럼 흩날릴 뿐,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장쯔이의 성공은 또한 배우로서의 실패로 보이기도 한다.


10. 브라질 - 테리 길리엄

따로 말했다.


11. 비정성시 - 허우샤오시엔

올해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영화를 다섯 편이 넘게 보았다. 올해는 그의 영화를 만끽해서 행복하고 흐뭇했다. 그의 느린 화면과 한결 같은 주제 의식이 계속해서 마음에 남는다. <비정성시>를 맨 마지막에 보았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을, 맨 처음에 보고 말았다. 다시금 본다면 그의 걸작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좀 더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보낼 수 있으리라. 유년 시절의 돌아갈 수 없는 원형에 가까운, 그리움의 고향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가족과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추억에 관한 담담한 서사. 그러면서도 항상 중국 본토와 대만에 대한 작가의식과 담론을 잊지 않고 담아내는 그의 영화들은 시간이 지나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흰 머리가 나면 다시 보고 싶은 작품으로 여긴다.


12. 머시니스트 - 브래드 앤더슨

무슨 말을 하겠는가.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이건 단연 배우 의 몸이 압권의 연기를 보여주는 작품! 그의 살을 깎아내는 연기와 몽환적인 눈빛, 척추와 근육만으로도 완성도 높은 연기를 보여준다. 세밀하게 보여주는 메마르고 황량한 몸의 이미지, 불면증에 시달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가 서서히 드러날 때 나타나고 마는 충격적인 반전! ‘반전’으로 두고보자면 손꼽히는 영화, 추리영화로도 단연 추천할 수 있는 영화.


13. 브로큰 플라워 - 짐 자무시

화양연화와 브로큰 플라워. 꽃의 아름다운 극치가 지나가는 찰나와 부러진 꽃의 이미지. 능글능글하지만 귀여운, 웃기지만 진한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배우 의 눈빛이 내내 기억에 남는다. 흐르는 듯 자연스러운 자무시의 연출은 싹싹하다.


14. 웨이킹 라이프 - 리차드 링클레이터

따로 말했다.


15. 안개 속의 풍경 - 테오 앙겔로풀로스

당신은, 당신이 꾼 꿈을 모두 기억하나요? 물론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난 생각합니다. 만약 인간이 자기가 꾼 꿈을 모두 기억할 수 있다면, 우주의 비밀이 풀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철들고 나서 이런 몽상을 하다가 한때 잠들 때마다 노트와 연필을 베개 옆에다 두고 잠들던 때가 있었습니다. 꿈을 기록하겠노라고 마음 먹었더랬죠. 곧 흐지부지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도무지 기억할 수가, 가록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런데, 가끔씩 꿈이 느닷없이 기억나는 때가 있습니다. 어, 저건 분명히 내 꿈에 존재하던 풍경인데! 그럼 생각이 듭니다. 과연 인간의 꿈에는 미래에 대한 비밀이 담겨 있는 게 맞는 것인가 하는.

테오 앙겔로풀로스가 보여주는 어긋난 풍경, 안개 속에 드러나는 우주의 눈부신 스틸컷을 보세요. 흐려요, 잘 안 보여요, 뭉개져 있어요, 그러나 저 장면을, 보세요! 거기 아직 현상되지 않아 일그러진, 반전된, 뒤집혀 잘 알 수 없는, 그러나 그건 분명한 시(詩)의 현현, 우주가 사뿐 깃털처럼 나려 앉는 기적(奇績)입지, 아직 토해지지 않은 울혈의 검붉은 핏덩어리입지, 뜨겁게 달궈진 쇳덩어리 냄새가 나는 비린내 나는 생명의 핵입지요.

만일 내가 십 년 정도 한국을 떠나 먼 이국으로 떠날 때 가지고 갈 영화를 골라보라면, 나는 반드시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모든 작품을 꼭 포함시킬 겁니다. 진정한 시는 시간과 함께 흐르는 거니까요. 앙겔로풀로스의 영화를 통해 한 편의 시가 탄생하길! 앙겔로풀로스를 보지 않은 당신의 인생이 내겐 너무 안타깝습니다.


16. 영화 속의 인생 - 스탠리 큐브릭 감독 다큐

스탠리 큐브릭을 좋아한다면 단연 봐야할 다큐. 젊은 시절의 큐브릭의 모습은 노년과 너무 다르다. 주변의 무수한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와 증언도 볼만하다. 그의 열정과 자세는 정말 끔찍하게 성스럽다, 지독하게 간절하다.


17. 시테라 섬의 여행 - 테오 앙겔로풀로스

혁명으로부터 돌아온 사람에게는 발 딛을 한 줌의 땅마저 주어지지 않는다. 허가되지 않아 바다 위의 부표 위에서 홀로 비를 맞으며 밤을 새우는 노인이라니, 그를 평생 기다리다가 마지막 시간에 함께 바다 위로 나아가 함께 하는 사랑이라니.

기억에 남는 이미지 : 노인은 분명히 집에 있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찾지 못한다. 오랜 게릴라 생활로 그는 모두로부터 숨을 수 있고 모든 것에게 깃들 수 있다. 부르면 대답하지만 찾으면, 나오지 않는다. 숨은 자는 메아리로 들리고 찾지 못하는 자는 밖에서 내내 회유하며 부른다. 부부는 끝내, 함께 한다. 그 사랑이라니.


18. 용서받지 못한 자 - 윤종빈

남자에게 군대는 하나의 원죄다. 사소하지만 너무나 사실적인 이야기, 이 영화를 보면서 고해성사하지 않을 전역자가 몇이나 있을 건가. 부끄럽다가 치욕스럽다가 화가 나다가 이내 자신의 죄를 자인하게 된다. 재미나게 웃어넘기다 마침내 양심의 가책으로 통탄과 울분을 느끼고 말았다.


19. 아빠는 출장중 - 에밀 쿠스트리차

사소한 말 한 마디로 떠나는 아빠의 머나먼 출장, 사실은 고립된 강제노역의 길. 그것도 가까운 사람의 밀고에 의한! 몽유에 시달리는 어린 꼬마가 바라보는 세계의 풍경은 어떠한가. 눈 감고 산을 온통 헤매는 아이의 검은 발이 차라리 나아 보인다. 눈뜬 세상은 아이에게 더욱 무섭지 않았을까.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작품 중에서 가장 ‘뽕짝’이 덜 나오는 영화. 그러나 그의 주제의식은 한결같이 닮아 있다. 화면만 봐도 그의 작품이라는 걸 알 정도다.


20. 커피와 담배 - 짐 자무시

쓰디쓴 유머.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개인사가 이 영화를 볼 때는 조금 한심했다. 커피도 즐기지 않는 나는 커피에 대한 갈망을 느끼기도 했다. 욕망은 돋아나는 싹 같아서 내내 돌보고 다듬지 않으면 이내 무서운 바오밥처럼 스스로를 갉아먹는 통재불능의 괴물로 커버린다. 그야말로 괴물의 폭주가 시작되는 거다. 웃음도 미소로 조용히, 마음 아픈 것도 바늘로 찌른 듯 살짜기, 그러한 영화다.


21. 세상의 모든 아침 - 알랭 코르노

읽어본, 파스칼 키냐르의 작품 중에서 『세상의 모든 아침』은 최악이었다. 특유의 문장은 전혀 맛볼 수 없었다. 그의 문장이 완성되기 이전의 글이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번역의 문제일까. 영화가 원작보다 차라리 나았다. 제라드 드빠르디유의 연기도 훌륭하고 그의 젊고 고운 아들도 보기 좋았다. 배움에 대한 열망, 대가의 끝없는 예술혼, 결국은 죽을 때까지 나아가도 나가지 못하는 게 삶이다. 끝이 없으니 인간은 끝까지 나아갈 수 있다. 죽음 너머까지 나아갈 수 있다.


22. 전망 좋은 방 - 제임스 아이보리

별로였다.


23. 가면 속의 아리아 - 제라르 꼬르비오

<파리넬리>를 통해 잘 알려진 제라르 꼬르비오의 작품. 그러나 이 영화는 <세상의 모든 아침>과 더욱 닮아 있다. 내게는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지 못한 작품.


24. 천국보다 낯선 - 짐 자무시

짐 자무시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나, 내게는 별로 이렇다할 감흥을 주지 못했다.


25. 비포 나잇 폴스 - 줄리앙 슈나벨

따로 정리할 예정.


26. 칼리큘라 -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따로 정리할 예정.


27. 리빙 하바나 - 조세프 서전트

따로 말했다.


28. 아리조나 드림 - 에밀 쿠스트리차

다시 봐야 조금 알 수 있을까. 혹평 이후 대단한 변화를 꾀했던 작품이라서 그럴까, 에밀 쿠스트리차와 그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고서는, 왠지 에밀 쿠스트리차는 말 그대로 허공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낯설고 목마르다.


29. 잊혀진 선조들의 그림자 - 세르게이 파라자노프

흑백인데도 피흘리는 듯 강렬한 이미지와 러시아 원초의 풍속에 눈부신 영화다.


30. 프리다 - 줄리 테이머

따로 말했다.


31. 영국식 정원 살인 사건 - 피터 그리너웨이

따로 말했다.


32. 빈집 - 김기덕

따로 말했다.


33. 브로크백 마운틴 - 이안

볼만했다. 조금 불만 있다.


34. 켄지의 봄 - 카와모리 쇼지

따로 말했다.


35. 도그빌 - 라스 폰 트리에

따로 말했다.


36. 크래쉬 - 폴 해기스

따로 말했다.


37. 브라운 버니 - 빈센트 갈로

따로 말했다.


38. 빅 리버 - 후나하시 아츠시

따로 말했다.


39. 금발의 초원 - 이누도 잇신

따로 말했다.


40. 스모크 - 웨인 왕

따로 말했다.


41. 르네상스 - 크리스티안 볼크만

따로 말했다.


42. 천국의 전쟁 - 카를로스 레이가다스

멕시코 영화의 힘. 거대한 비만의 육체는 어떻게 섹스하는가. 범죄 이후 어떻게 회개하고 속죄하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묵직함, 끈적거리는 불쾌감이 가득한 영화. 하지만, 뭔가 스물거리는 것들이 가득하다. 구역질나는 참회와 타락한 속죄라고나 할 수 있을까.


43. 베니스의 죽음 - 루치노 비스콘티

따로 정리할 예정.


44. 일 포스티노 - 마이클 래드포드

따스해서 목이 메인다. 여리고 선한 사람들이 가득한 환한 영화. 마시모 트로이시의 어눌하고 투박한 연기가 잔잔하고 애처롭다.


45. 살로 소돔의 120일 -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따로 정리할 예정.


46. 모터사이클 다리어리 - 월터 셀러스

재미나고 유쾌하다. 월터 셀러스라는 감독의 힘이 느껴지는 작품. 제작자로서도 그는, <파라다이스>나 <시티 오브 갓>을 발굴해냈다.


47. 성스러운 피 -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최고!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만세!

그러나 누구에게 권해주기는 쉽지 않은 작품!


49. 엘 토포 -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최고!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만세!

그러나 누구에게 권해주기는 쉽지 않은 작품!


50. 환도 이 시스 -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최고!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만세!

그러나 누구에게 권해주기는 쉽지 않은 작품!


51. 홀리 마운틴 -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최고!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만세!

그러나 누구에게 권해주기는 쉽지 않은 작품!


52. 텐 미니츠 첼로

그럭저럭


53. 텐 미니츠 트럼펫

그럭저럭


54. 아귀레 신의 분노 - 베르너 헤어조크

따로 정리할 예정


55. 와일드 번치 - 샘 패킨파

따로 정리할 예정


56. 꿈 - 구로자와 아키라

그럭저럭


57. 데루수 우잘라 - 구로자와 아키라

따로 정리할 예정.


58. 거미의 성 - 구로자와 아키라

그럭저럭.


59. 라쇼몽 - 구로자와 아키라

한편의 연극처럼 ‘극’의 재미가 깊다.


60. 밝은 미래 - 구로사와 기요시

오다기리 죠, 멋지다. 방황하는 청춘과 독해파리의 반란. 아사노 타다노부와의 만남도 흥미롭다.


61. 가르시아 - 샘 패킨파

따로 정리할 예정.


62. 메종 드 히미코 - 이누도 잇신

권해주고 싶은 작품. 그러나 이누도 잇신 감독의 면모는 이게 다가 아니다. 다른 작품이 더 낫다.


63. 삶은 기적이다 - 에밀 쿠스트리차

가장 뽕짝거리는 쿠스트리차의 영화. 삶은 기적일 수도 있다.


64. 울부짖는 초원 - 테오 앙겔로풀로스

따로 정리할 예정.


65. 사이드웨이 - 알렉산더 페인

와인에 관한 영화라기보다는 친구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 개망나니 친구를 돌보는 폴 지아미티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덜렁거리며 도망치는 친구의 모습이 기억난다. 잔잔한 재미가 일품인 영화, 레드와인보다는 화이트와인 같은 영화다.


66. 언러브드 - 만다 쿠니토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타인을 사랑하기 어려운 걸까. 자신의 삶이 명확하고 분명한 사람은 타인을 받아들이고 용인하기가 어렵다. 내게 미쓰코는 하나의 그림자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림자도 환할 수 있을까. 나는 사랑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내 이런 사랑을, 누가 믿어줄 수 있을 것인가. 사랑은 감정의 폭주이면서 또한 치밀한 논리적인 싸움이다.


67. 구멍 - 차미밍량

따로 정리할 예정.


68. 영원과 하루 - 테오 앙겔로풀로스

따로 정리할 예정. 역시 최고의 작품이라는 말 밖에는!!


69. 비키퍼 - 테오 앙겔로풀로스

따로 정리할 예정.


70. - 페데리코 펠리니

따로 정리할 예정.


71. 데드맨 - 짐 자무시

따로 정리할 예정.


72. 어떤 나라 - 다니엘 고든

따로 정리할 예정.


73. 레이디 인 더 워터 - 나이트 샤말란

따로 정리했다.


74. 그리즐리맨 - 베르너 헤어조크

따로 정리할 예정.


75. 씨 인사이드 -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따로 정리할 예정.


76. 1900년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따로 정리할 예정.

4시간이 넘는 대작. 지주와 소작인의 관계를 통해 한 시대를 담아내는 거대한 시도가 담긴 영화다. 로버트 드니로와 제라드 드빠르디유의 젊은 나신이 나온다.


77.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 켄 로치

처음 보았을 때는 울컥 했는데, 두 번째로 훑어볼 때는 조금 진부했다. 닭장을 청소하겠다는 할머니의 완고하고 소름끼치는 의지가 기억난다. 개인적으로는 <빵과 장미>가 가장 좋았다.


78. 공각기동대 - 오시이 마모루

명성에 비해서 별 감흥이 없었다.


79. 이노센트 - 오시이 마모루

명성에 비해서 별 감흥이 없었다.


80. 귀향 - 페드로 알모도바르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작품 중에서 의외로 별로였던 작품. 반전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마지막 이야기의 뒤집힘이 내게는 예측되어 맛이 약간 심심했다. 페넬로페 크루즈의 연기가 헐리우드를 벗어나서 존재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게 수확이다.


81. 세계 - 지아장커

따로 정리할 예정.


82. 마인드게임 - 유이사 마사아키

거의 6분에 달하는 질주는 삶에 대한 욕망과 의지를 처절하게 보여준다. 무엇이든 박차고 날아올라라. 도달하는 건 누구나가 아무런 자각 없이 향유하고 있는, ‘일상’이다. 그러나 한번 죽음을 맞이하고 고래 뱃속에 갇혀 있다가 나온 존재에게 일상은 축봉이며 천국이다. 이 게임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삶이 끝나지 않는 이상.

상쾌하고 재기발랄한 애니매이션. 실험적인 화면이 인상적이다.

고래 뱃속에서 벌이는 섹스는 하나의 우화등선, 영화에 등장하는 섹스신 중 단연 손꼽을만한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음악이 나오고 날개가 돋고 서로가 서로를 문대면서 온 몸뚱아리가 서로에게 묻어 지워지다가 마구 헝클어지고 해체되었다가 간신히 파편 몇 개를 흘려대면서 겨우 조립되었다가 흥건하게 바닥에 추욱 늘어져버리는 절절한 행복과 완전한 피로감의 섹스!를, 해본 적이 있나요.


83. 올가 - 제이미 몬자딤

브라질 영화가 점점 좋아진다. 올가의 주연 카릴라 모가도의 맑은 눈빛이 기억에 남는다. 첫 영화로 필모그라피에 나오는데 주목해볼만한 배우다. 눈빛 연기가 뛰어나다. 아름다운 화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 카릴라 모가도의 아름다운 몸의 이미지, 몸과 뺨에 돋아나 섬세하고 아름답게 살랑거리던 솜털들, 그리고 함박눈이 한참은 쌓일 듯 소담스럽고 파리한 그녀의 속눈썹, 그리고 무릎 꿇은 숭고한 사랑. 혁명이냐, 사랑이냐를 선택한다는 담론은 지극히 진부하지만 그 진부함을 통해 우리는 사랑의 위대함을 더욱 깊이 느끼게 된다.

사랑을 선택하게 되는 주인공은 실패한 인생을 살았는가, 라고 느낄 수 있다. 혁명을 갈망하고 실천했던 인간의 전향, 혹은 배반은 용납될 수 없는가.


84. 의지의 승리 - 레니 리펜슈탈

이 엄숙하고 장엄한 군중들의 운집, 히틀러라는 존재의 강력한 카리스마, 종교 제의와 우상 숭배로 한없이 들려 올려지는 거대한 의식, 절도 있고 아름다운 순종들끼리의 행진과 퍼레이드와 집합의 순수한 기쁨, 그러나 거기에 담긴 치명적인 공허와 맹렬함은 끔찍한 재앙을 생산한다. 히틀러를 모르면서도, 그 존재를 모르면서도, 이 영화를 볼 때 무엇인가 창백한 두려움이 생겼다. 잘 세워진 칼날의 눈부신 빛남, 슬래셔나 하드고어와는 다른 무서움, 하지만 끝없이 분명한 파괴와 광기의 갈망. 저 화면은 그토록 숭고하고, 어리고 젊은 존재들은 때 묻지 않았지만, 역사는 저 아름다움을 끔찍함으로 기록해야 한다.


이 영화 이후, 지금 나는 <히틀러 평전>을 읽고 있다.


85. 엘리펀트 - 구스 반 산트

따로 정리할 예정.

수채화로도 지옥의 풍경을 묘사하는 건 가능할 일이더군. 지옥의 모습이 저렇게 따스하고 환하고 순수할 수도 있겠군. 거기는 영원한 무한반복만이 있을까. 물어볼 사람도 없이 고통은 계속되기만 할까.


86. 안드레이 루블료프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타르코프스키는 1973년 4월 16일의 일기에서, 고르끼가에서 내리면서 <안드레이 루블레프>의 대본을 택시에 두고 내렸다고 썼다. 초고도 갖지 않은 상태에서! 두 시간 뒤 원고를 잃어버린 그 모퉁이로 다시 내려오고 있을 때 한 대의 택시가 법을 어기며 섰고, 운전자가 그 원고를 건네주었다고 썼다. 타르코프스키는 ‘기적이었다.’라고 썼다. 나는 이름도 모르는 그 택시 운전사에게 감사한다. 그는 신이었을까.

<안드레이 루블레프>는 신의 말씀으로 말미암아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며 존재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영화다. 지금 보기에도 도저히 불가능한 장면이 나온다. 어떻게 저러한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을까.

타르코프스키에 대한 책과 그의 일기를 좀 더 읽고 기록할 예정이다.


87. 연연풍진 - 허우샤오시엔

사랑, 사랑 이야기. 순수하고 가난해서 고통스러운 사랑 이야기. 옛날옛적부터 사랑해왔던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헤어지고 마는가, 그리고 그런 삶을 살 수밖에 없는가.


88. 동년왕사 - 허우샤오시엔

이거 느껍다. 허우샤오시엔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말하는 영화, 가년스럽고 야지랑스럽게 유년의 기억을 고해성사하는 그의 영화를 보다보면,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이 절박하게 떠오른다. 밤늦도록 구슬치기에 몰두하다가 밥 먹으라고 부르러 나온 엄마에게 등짝을 맞아 억지로 끌려가던 아쉬운 마음, 밥을 재빠르게 먹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구들이 다시 동네 큰마당으로 놀러 나왔을까 밖에 나갔는데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아 나 혼자 서성이다 환한 달만 보면서 쓸쓸하게 집으로 돌아왔었던 적이 많았다. 딴 구슬은 할머니가 청자 담배와 비사표 성냥을 담아두는 양은쟁반에 침을 발라 광을 내어 넣어두었고 할머니는 잘 맡아두다가 내가 달라고 할 때마다 웃으면서 꺼내주셨다. 막걸리 받으러 수암리 양조장 갈 때 타던 큰 짐자전거를 옆자전거로 타던 기억, 비가 올 때 나던 마당의 흙냄새와 제비집에서 나던 비린내, 어린 새끼들의 재잘거림, 신작로에 장화 신고 나가보면 배가 터져 조각조각 죽어 있던 개구리들의 퉁퉁 불어 있던 파편. 할머니는 절에 다니셨는데 꼭 나를 대동하고 다니셨다. 중풍을 맞아 왼쪽 손과 발을 거동 못하시던 할머니, 다른 사람들은 마다하고 꼭 내 부축만 받으셨다. 가끔 외출하실 때 리어카에 담요를 깔고 거기다 할머니를 태우고 실어 날랐다. 힘이 모자란 게 그때 너무 원망스러웠다. 먹을 것을 꼭꼭 쟁여두었다가 몰래몰래 나에게만 조금씩 쥐어주시던 할머니, 갖가지 먹거리가 가득 쌓인 벽장을 열 때마다 물큰하게 뒤섞인 알싸한 냄새가 지금도 기억난다. 홍시가 물러 썩어가던 냄새, 밤과 고구마가 말라가던 냄새, 박하사탕과 오꼬시 냄새, 설탕에 버무려진 바나나의 달콤한 냄새와 살구와 자두의 시큼한 냄새, 그리고 향비누 냄새와 향 냄새. 간혹 우리는 전신주의 카바이트를 깨트려 밤낚시할 때 써먹었고, 전신주 작업을 할 때마다 버려지던 알록달록한 전선을 주워 모으곤 했다. 그때는 고물장수가 다녔는데 우리는 빈병과 양은냄비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폐품과 신문지를 팔아 엿을 바꾸어먹곤 했다. 아버지는 끼니때만 되면 밖에 나가셨고 우리는 늘 아버지보다 먼저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건 아버지의 오랜 버릇이었는데, 지금에 와서야 그건 맛난 반찬을 자식들에게 먼저 주기 위한 아버지의 애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지금도 아버지는 자식들과 한 상에서 식사하시는 걸 수줍어하신다.

허우샤오시엔은 서두에서 특히 아버지에 관한 기억에 관해 말한다고 밝힌다. 그의 아버지는 식사 때마다 책상에서 혼자 밥을 먹고 밥그릇과 수저를 따로 쓰고 거리를 두어 자식들을 멀리했는데, 훗날 그의 아버지가 죽은 다음에야 그 이유가 밝혀진다.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죽고 그리고 할머니가 죽고 나서야 이 회상은 멈춘다. 1985년에 나온 영화인데, 내 생의 1988년 때가 거의 이 영화의 장면과 비슷하다. 두 달이 넘도록 컴퓨터에 담아두고 있다가 겨우 꺼내본 영화인데, 보다보니 내 과거를 보는 것 같아 사무친다. 내 할머니는 내가 6학년 여름 때 돌아가셨고, 나는 벌써 그때의 기억을 거의 갉아먹어버렸다. 기억에 남는 건, 그 무더운 여름날 할머니가 죽었다는 걸 자각하고 나서 두꺼운 솜이불을 꺼내어 그걸 머리끝까지 쓰고 엎드려 울었다는 정도, 어른들이 나오라고 해도 싫다고 버둥대며 한참을 그 속에서 죽을 것 같이 숨막히면서 버티고 있었다는 정도. 할머니는 내가 숟가락으로 떠준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돌아가셨다. 기억에, 할머니의 오른손에 은가락지가 하나 있었는데 굳은 손가락에서 그걸 빼내기 위해 어떤 아저씨가 펜치로 뭔가를 끊었는데, 그때의 “까드득!”하던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은가락지가 끊어진 거겠지?

이건 뭐,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삶이고 이야기다. 연출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


89. 희몽인생 - 허우샤오시엔

따로 정리할 예정


90. 야연 - 펑 샤오강

그럭저럭.


91. 삶의 가장자리 - 벤트 헤머

찰스 부코우스키의 삶을 담아낸 영화. 자유로운 영혼의 부랑자로 살았던 그의 삶이 아주 희미하게 나온다. 소설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그의 삶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깔끔한 장면에 비해서는 더욱 참혹하고 비참했으리라. 알아주지도 않는 자신만의 삶을 끝까지 밀고 나아가기란 정말로 어려운 법. 그러한 삶을 끝까지 살아갔다는 것만으로도 그러한 존재의 삶은 존중받아야 한다. 상처가 아물기 전에 서둘러 다른 상처를 창조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 배불뚝이 맷 딜런의 연기는 좋았지만 찰스 부코우스키의 삶은 그보다 더 깊고 더 누추하기에, 여전히 두 삶의 거리는 아득하다.


92. 빌리지 - 나이트 샤말란

소문의 벽, 폐쇄, 말의 끔찍한 비밀, 마을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그럭저럭.


93. 괴물 - 봉준호

첫인상은 좋지만 갈수록 호감이 떨어지는 여인같은 영화.


94. 시간 - 김기덕

김기덕 감독 작품의 질은 여전한 수준을 보장하고 있다만, 갸우뚱하게 만드는 영화.


95. 디스턴스 - 고레에다 히로카즈

<아무도 모른다>의 감독 작품이다. 사이비 종교의 사건 이후 그 사건과 연관이 있는 가족들이 모여 그 사건에 대해 기억하고 추억하는 이야기. 여전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감독이다. 잔잔하고 검푸른 새벽의 물빛 같은 화면들이 출렁출렁 일렁인다. 코밑에서 찰랑거리는 듯한 위협감이 왠지 정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금발의 초원>에서 기억에 남는 연기를 보여주었던 이세야 유스케의 껄렁껄렁한 연기도 기억에 남는다.


96. 박치기 - 이즈츠 카즈유키

따로 정리할 예정.


97. 피와 뼈 - 최양일

따로 정리할 예정.


98. 다케시스 - 기타노 다케시

다케시가 연기하는 다케시의 삶.

몇 개의 이미지는 흥미로웠지만 전체적으로는 별로다. 탭댄스는 이제 그만.


99. 가족의 탄생 - 김태용

재미있다. 이러한 사람들도 모이면 가족이 될 수 있느니, ‘가족’이란 의미에 대한 섬세한 정의가 다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유미의 맹하고 선한 연기가 마음에 꼭 든다.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물론 환장하게 복장터질 일이지만.


100. 디파티드 - 마틴 스콜세지

무간도와는 완전 다른 영화. 스콜세지의 스타일은 확고하다.


101. 스크렙 헤븐 - 이상일

오다기리 죠의 모습은 매력적이지만 영화 전체는 별로.


102. 버드 - 클린트 이스트우드

포레스트 휘태커의 배우로서의 재능은 정말로 엄청나다. 그의 영화 목록을 보고 있노라면 찌질이 헐리우드 영화에서부터 뛰어난 예술 영화까지 골고루 섞여 있다. 그의 존재함, 멋지다. 찰리 파커의 삶에 대한 이야기.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역량은 이제 거장의 반열에 들어섰다. 1988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를 통해서도 벌써 확인할 수 있다. 2006년 만들어진 태평양 전쟁을 소재로 한 두 편의 영화 <아오지마에서 온 편지>와 <아버지의 깃발>을 통해 아카데미를 휩쓸 기세다. 그는 2007년 난징 대학살을 주제로 <남경호겁>이라는 영화를 벌써 찍고 있다. 쉼 없는 부지런한 작업이다. 오래 살아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배우이며 감독. 존경을 표한다.


103. 밴디트 - 카챠 폰 가르니에

그럭저럭.


104. 보이지 않는 물결 - 펜엑 아타나루앙

그럭저럭.

강혜정의 연기와 아사노 타다노부의 연기가 나온다.


105. 관타나모로 가는 길 - 마이클 윈터바텀

성스러운 미국의 영토는 결코 미국의 땅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미국이 마음먹는 것에 따라, 미국의 이익이 있는 곳에 미국의 영토는 존재할 수 있다. 힘은 곧 영토다. 오키나와, 용산, 관타나모,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신성한 금단의 영토,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존재는 미국인과 미국인이 적으로 간주하는 모든 것들 - 결코 인간이거나 생명으로 취급받지 못하므로 ‘사물’로 지칭하는 게 옳을 듯하다. -


106. 언피니쉬드 라이프 - 라세 할스트롬

그럭저럭.


107. 인사이드맨 - 스파이크 리

스파이크 리의 훌륭한 헐리우드 영화, 대단히 멋지고 깊이 있는 블록버스터.


108. 꽁치의 맛 - 오즈 야스지로

따로 정리할 예정. 오즈 야스지로의 평범의 극치, 그러나 끝없이 밀려오는 잔물결처럼 감동은 조용히 너울너울 밀려온다. 공기의 흐름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이다.


109. 동경이야기 - 오즈 야스지로

따로 정리할 예정.


110. 돌리벨을 아시나요 - 에밀 쿠스트리차

소년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필요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어야하나. 싹을 키우듯 영혼으로 키우는 상처, 정체를 알 수 없는 울분, 복수가 불가능한 슬픔, 빗물에 씻겨버리는 눈물, 모든 방향의 분노,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는 비참, 그리고 또 뭐가 빠졌나? 쿠스트리차 작품 중에서는 조금은 별로였다.


111. 시인의 피 - 장 꼭토

난해하다. 장 꼭토의 작품을 보았다. 그리고 통 모르겠다. 그러나 뭔가 있다.


112. 컨피던스 - 제임스 폴리

늙은 더스틴 호프만의 망가짐이 내내 가슴 아팠다. 그럭저럭도 안 되는 싸구려퍼즐 같은 영화였다. 레이첼 와이즈는 참 좋아하는 배우인데, 연기력이 별로인가, 아니면 작품을 선택하는 능력이 본능적으로 없는 건가 참 안타깝다.


113. 망상가 - 네일 버거

재미있다.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는 역시 훌륭하다. 하지만 좀더 뛰어난 배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114. 숏컷 - 로버트 알트만

좋고 좋다. 이 다양한 이야기를 이렇게 꿰맨 흔적없이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다니. 로버트 알트만의 부고 이후 곧바로 본 영화였기에 내내 기억에 더 남는다.


115. 비리디아나 - 루이스 부뉴엘

성과 속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결말이 너무 통속적이고 단순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병신과 환자와 매춘부와 난장이와 장님들이 벌이는 카니발의 장면은 매력적이지만 왠지 영화 전체에 사소한 괴리가 깃든 것처럼 쉽게 마음에는 다가오지 않았다.

116. 이사벨라 - 팡호청

포르투갈과 홍콩의 문제, 그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기류, 막무가내로 살아가는 중년의 경찰과 함께 잠을 잔 젊은 여자, - 그 여자는 경찰에게 자기가 딸이라고 말한다. - 이후 부녀로 살아가는 삶.

기억에 남는 장면 : 맥주병은 이제 요령껏 확실하게 깰 수 있다.

                  칭카칭카 양양양 ~~~ 하는 귀여운 악다구니와 막춤.

딸 역할의 여자배우는 내 초등학교 시절, 유치원 동기였다가 나보다 생일이 빨라 일 년 빨리 초등학교에 입학해 선배가 되버렸던, 교장 선생님 댁 딸과 너무 닮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녀는 중학교 선생님이 되었는데, 우연히 대전 한밭도서관 뒷길 큰 공원으로 걸어서 산책을 나가게 되었다. 그녀는 다람쥐를 보고 기절할 듯 놀라서 큰 비명을 지르며 자지러졌다. 나도 놀랐다. 그 이후로 만나지 못했는데, 한번쯤은 만나보고 싶다. 그녀의 키는 계속 자라고 있을까. 내가 만났을 때는 178cm였다. 그때 그녀는 나이를 먹어도 계속 키가 자라는 중이라 고민이라고 말했다.


117. 나 없는 내 인생 - 이자벨 코이셋

시한부 인생을 확인받은 여인이 할 수 있는 몇 가지 일들.


118. 내 곁에 있어줘 - 에릭 쿠

따로 정리할 예정.

갈수록 기억에 남는 멋진 영화다. 에릭 쿠, 주목할만한 이름이다.


119. 나쁜 교육 - 페드로 알모도바르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다리가 이토록 숏다리였나싶었다. 그가 불렀던 노래는 매혹적이지만.

욕망에 대한 이야기, 겹치고 겹쳐 욕망으로 뒤엉킨 인연이 만들어진다. 성과 금기를 뛰어넘는 이야기구조가 환상적이다.


Self interview by Almodovar………………………………………………………


"난 절대로 행복하지 않다. 하지만, 글쎄

내가 무척 열정적으로 산다고만 말해두고 싶다"



Q: 당신은 이 영화가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부인했다.

A: 파코 움브랄은 자전적인 것이 아닌 모든 것은 표절이라고 말한다. 이 영화는 자전적이지만 보다 심오한 면까지 보여주고 있다. 등장 인물들 뒤에 내가 있긴 하지만 내 인생 이야기 자체를 말하고 있진 않다.


Q: 성가대에서 솔로이스트 였다고 알고 있는데.

A: 그렇다. 미사 때 라틴어 성가를 무반주로 부르곤 했다. 난 모든 종교행사나 성찬식 때 노래를 했다. 내 생각에 못하진 않았던 것 같다. 신부님들은 내가 부른 몇 곡을 녹음해서 신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성당 입구에 틀어 놓았었다. 그리고 우리의 노래들은 성당을 가득 채웠다. 그 테잎들을 복원시킬까 생각도 해봤지만 아마 전부 없어졌을 것이다. 학창 시절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종교 행사들이었다. 난 불가지론자이지만 카톨릭 미사는 분명 멋진 행사이고, 매력적이고 감동적이다. 하지만 미사에 참석한지는 아주 오래 되었다. 지금은 어떠한지 잘 모르겠다.


Q: 마놀로 신부는 실제 인물인가?

A: 그렇다. 등장 인물로서 말이다.


Q: 하지만 그는 진짜로 존재했었나?

A: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만들어진 캐릭터다. 내 학창 시절의 두 신부님에게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몇 장면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Q: 특별히 어떤 장면을 말하는가?

A: 강가나 성구실에서 희롱하는 장면이다.


Q: 그 장면들이 실제란 말인가?

A: 친구 중에 두 명이 그런 이야기를 해줬다. 기숙사에 있다 보면 결국엔 모든 것에 대한 진상을 알 수 있다.


Q: 가엘은 다른 배우들과 무엇이 달랐는가?

A: 그는 남자로서나 여자로서나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 캐릭터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모두가 그에게 망상을 가지게 되는 격렬함을 이해하는데 있어 그의 매력은 필수적이었다.


Q: 이야기거리를 찾는 작가 겸 감독의 이야기인데

A: 그리고 그것을 찾게 된다. 트루먼 카포테가 케레사 수녀를 인용해 말했듯이, '기도에 응답을 받지 못한 자보다 응답을 받은 자에게 더 많은 눈물이 있는 것'이다. 난 항상 자기 자신의 본성을 다루는 아티스트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왔다. 그것은 끝이 좋지 않다 해도 환상적인 모험임에 틀림없다.


Q: 왜 그렇게 '보이스 오버'를 많이 썼나?

A: 보이스 오버는 보이지 않는 것을 설명하고, 나레이션의 리듬을 빠르게 하기 위해 사용했다. 마치 캐릭터가 영화에서 당신을 만나러 와서 테이블에 마주앉아 그의 혹은 그녀의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보이스 오버는 내게 있어 하나의 이야기를 다른 이야기로, 한 시점에서 다른 한 시점으로 바꾸는데 필수적이었다.


Q: 이 영화 때문인지 무척 행복해 보인다.

A: 난 절대로 행복하지 않다. 하지만, 글쎄 내가 무척 열정적으로 산다고만 말해두고 싶다. 



120.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 - 키타로 코시카


121. 사랑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 시오야마 텐, 이 치엔, 장 이바이

깔끔하고 아름다웠던 청춘 연애물. 지나고 나니 기억나지 않는, 길거리에서 보았던 멋진 차림의 여인들 같다.


122. 하나 그리고 둘 - 양덕창

따로 정리할 예정.

대만 영화. 차이밍량 이후 주목할 두 번째 좋은 감독.

꼬마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찍어대고 어른들은 그 사진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 이걸 찍었니?” “사람들은 이걸 보지 못하잖아요.” 꼬마는, 사람들이 보지 못한 걸 본다. 로버트 알트만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변주된다. 하지만 가족 전체의 이야기다.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대만의 정서는 내게 퍽이나 낯설었다. 사람과 사람의 상처에 대해서도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스모크>에서 매일 같은 거리의 풍경을 찍는 존재와 비견되는 꼬마의 뒷모습 찍기는 많은 의미를 자아낸다.


123. 다섯은 너무 많아 - 안슬기

<가족의 탄생>과 마찬가지로, 새로이 가족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에 대한 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 조금은 투박하고 어설프지만, 충분히 힘이 있는 따스한 영화다. 참 대책이 없지만 저토록 놀라운 낙관과 사랑이 가능한 모순이 존재할 수 있는 시공간이, 바로 인생이다. 다섯은 너무 많지만, 더욱 더 많아져도 상관은 없겠다, 헤헤.


124. 메트로폴리스 - 린 타로

거장 린 타로의 작품. 하지만 생각보다 깊은 내용은 아니었다. 몇몇 이미지는 뛰어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도는 아쉽다. 로봇의 정체성의 문제는 여전히 미래에서 계속 발생하는 화두로 보인다. 그 문제는 곧 현실이 되리라. 그럼 이전에 단순히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 치부했던 것들로부터 우리는 철학과 개념과 명제와 정의를 다시금 배우게 되고, 원칙과 법을 세우게 되리라. 


125. 스캐너 다클리 - 리차드 링클레이터

그의 전작에 비해, 필립 케이 딕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매우 난해하다. 솔직히 잘 이해되지 않는다. 정체성의 혼란 문제이긴 하지만, 그 방법으로 ‘약물 중독자’를 빌려왔다. 키아누 리브스의 모습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이야기는 계속해서 혼몽스럽다. 나는 내가 아닐 수도 있고, 나는 내가 아니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나인가.


126. 블랙 달리아 - 브라이언 드 팔마

정말 재미없는 스릴러. 스칼렛 요한슨은 팜므 파탈이 되기에는 너무 어리벙벙하고 조쉬 하트넷은 르와르의 이미지에는 도저히 알맞지 않는 귀여운 입가의 미소와 어설픈 오대오 가르마를 가졌다.


127. 바벨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그나투로

따로 정리할 예정

문자로 말미암아 인간은 소통하고, 소통을 통해 인간은 거대한 단절을 경험한다. - 나의 시는 결코 너의 영혼에 가 닿지 못한다. 그건 비극도 되지 못한다. 그게 내 비극이다. - 브레드 피트와 야쿠쇼 코지와 가브리엘 가르시엘 베르날이 만나는 건 의외로 한심했다. 베르날은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이후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왠지 머물고 있는 듯, 방황하고 있는 듯 보인다. 브레드 피트는 늙어 초췌해보이고, 야쿠쇼 코지는 길을 찾지 못해 피곤해 보인다. 기획력은 돋보였으나 뭔가 어긋난 연대감과 서툰 공감을 느낀다. 영화와 독자도 결코 완전하게 소통할 수 없으리니, 그럼에도 뭔가 아쉬운 영화다. 잘 짜여질 수 있었는데 뭔가 서툰 느낌을 일부러 살리기 위해서 성긴 매듭으로 뜨개질한 목도리 같은 이미지가 미진하게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영화는 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미보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은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128. 묵공 - 장 지량

따로 말했다.


129. 천하장사 마돈나 - 이해영, 이해준

입가에 한가득 미소를 머금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무겁고 까다로운 소재를 재미난 발상과 아이디어로 포장하면서 메시지 의식도 깔끔하게 담아내는 감독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 오동구의 말, “난 어떤 게 되길 바라는 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은 거야.”라는 말은, 가슴에 울린다. 맞다, 누군가는 소망하지만, 누군가는 그렇게 되는 게 당연한 거다. 그걸 가슴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지만, 그러한 삶이 있다는 건 인정해줘야 한다.


130. 라디오스타 - 이준익

사람들의 입소문과는 달리 의외로 스산했던 영화. 좀 너무 티가 난다고나 할까. 주인공은 결코 죽지 않는 불사신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는 걸까. 단연 멋진 연기는 안성기의 몫이었다. 『묵공』을 보고 나서 바로 봤더니, 새삼 배우 안성기의 연기에 감탄하게 된다. 정말 멋진 배우다.


131.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송해성

<파이란>에 비하면 3류 연애담이다. 송해성의 전락이라고 볼 수 있다. 상황 설정이 거의 환타지 수준이 아닌가. 이나영과 강동원의 연기는, 솔직히 전혀 걸맞지 않는 배역이다.


132. 란도리 - 모리 준이치

사랑으로 구원받는 이야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머리를 다친 순백의 순수청년이 상처와 고통으로 가득한 여인을 구원한다는 역설은 가능하다. 연애를 시작하는 연인들이 보기에 좋을 영화로 손꼽고 싶다.


133. 가가서리 - 루 주안

따로 정리할 예정.

굉장한 영화다. 다큐멘터리인지 영화인지도 잘 모르겠다. 엄청난 걸 담아낸 작품이다.

기억에 남는 대사, 티벳에서는 내딛는 발자국 하나하나가 인류 최초의 첫발일 수도 있어.


134. 코카서스의 죄수 - 세르게이 보도로프

러시아와 체첸 분쟁에 관한 이이기. 관심 있는 분야였지만, 통 모르다가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알듯말듯 갸우뚱하지만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톨스토이 소설이 원작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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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절과 엉치를 바로잡는 법
  
  고관절은 사람의 골격 구조에서 가장 중심에 위치한 중요한 관절이다. 직립보행을 하기 위해 두 다리만으로 몸을 지탱하도록 진화한 인간은 양 다리 위에 골반이 놓여 있고, 그 위에 척추가 마치 탑처럼 쌓여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골반이 척추라는 탑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고, 양 다리는 주춧돌을 받치고 있는 지반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골반을 받치고 있는 양 다리 중 한쪽이라도 제 위치에서 벗어나게 되면 골반이 균형을 잃게 되고 그 위에 놓여 있는 상체 전체가 균형을 잃게 된다. 따라서 고관절의 이상은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로 사람에게 오는 병의 90% 이상은 고관절이 틀어진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다른 관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고관절 역시 틀어지는 원리만 알고 있으면 고관절을 바로잡는 방법은 무수하게 많이 있을 수 있다. 지금 필자가 몇 가지 제시를 하지만, 이것 외에도 얼마든지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실제로 몸살림운동 수련생 중에는 자기 나름대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현재 개발된 방법 중에는 전회에 소개한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몸살림운동의 원리를 충분히 알게 되면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 방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몸살림운동은 우리 민족 고유의 방법이고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누구나 이 방법을 배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몸살림운동은 필자가 무애 스님께 공짜로 밥을 얻어먹으면서 배웠듯이 누구나 공짜로 배워서 자기의 것으로 가지라는 것이다. 몸살림운동 홈페이지에 위험할 수도 있는 운동법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개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공짜로 가져가라는 의미이다. 지금은 위험할 수도 있지만 이 운동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더 높아지면 위험하지 않게 되는 운동법을 더 공개할 것이다.
  
  더 나아가면 이 탁월한 우리의 민족문화유산을 세계의 사람들이 공짜로 써먹게 될 것이고, 필자는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비싼 돈 들여도 낫지도 않는 전 세계의 의료체계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온 인류가 간단한 운동을 통해 몸을 폄으로써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이때가 되면 몸살림운동은 민족문화유산을 넘어 세계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이 한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세계의 사람들이 "원더풀!"을 연발하면서 써먹게 될 것이다. 그러면 "코리아, 넘버 원"이 될 것이다. 한민족으로서 이 어찌 가슴 벅찬 일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고관절은 옆골반을 구성하고 있는 좌와 우의 장골과 넓적다리뼈가 연결되는 관절을 의미한다. 이 연결되는 지점에서 장골은 이중으로 파인 절구 모양으로 땅을 향해 45도 각도로 뚫려 있고, 넓적다리뼈의 머리가 이 절구 속에 몸 안쪽으로는 135도 몸 바깥으로 45도 각도로 꽂혀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모든 관절이 틀어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관절 역시 틀어질 수 있게 돼 있다.
  
  고관절이 틀어졌다는 것은 우선 고관절이 앞으로 또는 뒤로 돌아가 고정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돌아가면 발이 서면서 각도가 작아지고, 뒤로 돌아가면 발이 누우면서 각도가 커진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다 알 수는 없는 것이 무릎이 틀어져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소위 퇴행성관절염이다. 무릎이 틀어지면 반드시 정강이뼈가 바깥쪽으로 틀어지기 때문에 무릎이 틀어진 쪽의 발은 누우면서 각도가 커진다. 이것 때문에 무릎이 틀어진 쪽 고관절이 밖으로 틀어진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고관절이 뒤로 틀어지면 골반이 밑으로 말려 내려간다. 그러면서 허리가 1자가 되거나, 아주 심하게 틀어지면 1자를 넘어 후만의 상태가 된다. 허리가 후만이 되면 아무리 똑바로 앉으려고 해도 똑바로 앉아자자가 앉는다. 구부정한 자세 외에는 되지를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1자 허리보다 허리가 서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방석숙제를 할 때에도 1자 허리보다 더 높게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꾸준하게 하면 모두 정상으로 돌아오게 돼 있으므로 실망하지 말고 꾸준하게 숙제를 해야 한다.
  
  고관절이 앞으로 틀어지면 반대로 골반이 위로 말려 올라가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 오리궁둥이가 된다. 오리궁둥이는 선천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고관절이 안으로 틀어져서 생긴 후천적인 것이다. 이런 사람은 허리가 1자나 후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앞으로 굽는 전만이 된다. 이 역시 방석숙제를 꾸준하게 돌아가면 정상적인 위치로 돌아가게 된다. 서양 사람들에게는 오리궁둥이가 많은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오리궁둥이가 극히 드물다.
  
  또 고관절은 위나 아래로 틀어질 수도 있다. 위로 틀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넓적다리뼈의 머리가 장골에 있는 고관절 절구에서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야 하는데, 위로 올라가 있을 때 위로 틀어졌다고 표현한다. 보통 고관절은 틀어질 때에만 뜨끔한 통증을 느끼고 틀어져 있는 상태에서는 통증이 없게 마련인데, 이렇게 위로 틀어지면 극심한 통증이 온다. 머리가 장구에 닿아 있어 그 마찰 때문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대개는 아래로 틀어지게 되는데, 아래로 틀어졌다고 해서 넓적다리뼈 머리가 장골의 절구에서 완전히 빠져 이탈하는 경우는 없다. 최대로 틀어지면 2cm 정도까지는 아래로 빠질 수 있다. 보통 2mm 전후해서 아래로 빠지면서 앞이나 뒤로 틀어지게 된다. 5mm 정도 빠지면서 틀어지면 병원에서는 고관절 괴사증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그 이상 빠지면 고관절 큰돌기와 닿아 있는 주변 근육에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어렸을 때 이런 상태가 되면 소아마비가 된다. 빠진 쪽 다리에 거의 힘을 주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그쪽 다리는 성장을 멈추게 된다. 현대의학에서 보는 것처럼 척수에 폴리오바이러스가 침범하거나 두뇌에 이상이 생겨 소아마비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고관절이 많이 빠졌을 때 다리에 힘을 주지 못해 쓰지 못해서 소아마비가 되는 것이다.
  
  현대의학에서는 고관절 괴사증에 대해서는 수술을 하든지 인공관절을 끼워 넣으라고 하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고관절만 바로잡으면 괴사했다고 하는 고관절은 멀쩡하게 정상으로 돌아온다. 소아마비는 일찌감치 발견해야 한다. 아이의 걷는 모양새가 이상하다고 판단되는 즉시 고관절을 바로잡아 주면 소아마비로 진전되지는 않는다. 이미 성인이 돼 다리 길이가 많이 차이가 나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면 고관절을 바로잡아 주어도 별 소용이 없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니지 않을 정도로 약간 차이가 난다면 고관절을 바로잡아 주는 것만으로도 많이 편하게 걸어 다닐 수 있다. 다만 스스로 바로잡기가 쉽지는 않을 것인데, 그럴 때에는 몸살림운동에 숙달된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양쪽 고관절 중 어느 쪽이 틀어졌는지 어떻게 하면 알 수 있느냐는 질문이 많은데, 그 방법은 간단하다. 누워 있는 상태에서 양 허벅지의 움푹 패인 곳에 조금 튀어나와 있는 고관절 큰돌기를 검지로 누르고 손바닥을 일직선으로 펴 검지로 사타구니를 누를 때 찌르르하게 아프면 그쪽 고관절이 틀어져 있는 것이다. 양쪽이 다 찌르르하게 아프면 양쪽이 다 틀어져 있는 것이다. 또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도 알아볼 수 있다.
  
  ● 엎드려서 발뒤꿈치를 모으고 양 발뒤꿈치가 일치하는지 본다. 이 경우에는 스스로 볼 수 없으므로 다른 사람이 봐 주어야 한다. 차이가 나지 않으면 대개 정상인 것이고, 차이가 많이 날수록 고관절이 더 심하게 틀어져 있는 것이다. 긴 쪽이 틀어져 있는 것이다.
  ● 같은 자세에서 무릎의 뒤쪽에 있는 오금을 보아도 된다. 오금에 보이는 선이 일치하면 이상이 없는 것이다. 선이 밑으로 내려와 있는 쪽이 틀어져 있는 것이다.
  ● 자연스러운 자세에서 궁둥이 두 쪽이 정확하게 대칭을 이루고 있는지를 본다. 정확하게 대칭을 이루고 있으면 정상인 것이고, 대칭이 파괴돼 있으면 이상이 있는 것이다. 대칭이 파괴됐을 때 이를 짝궁둥이라고 하는데, 이는 고관절이 틀어져 있는 쪽의 궁둥이에 있는 근육이 아래로 처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당연히 궁둥이가 작은 쪽의 고관절이 틀어져 있는 것이다. 요즘에는 고관절이 틀어져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짝궁둥이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데, 고관절을 집어넣으면 짝궁둥이에서 해방될 수 있다.
  ● 허벅지 비만으로 고민하는 여자 분들이 많은데, 이는 모두 고관절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양쪽 허벅지가 모두 굵으면 양쪽이 모두 틀어져 있는 것이고, 한쪽만 굵으면 한쪽 고관절이 틀어져 있는 것이다.
  ● 확실하게 자신의 다리 길이가 다르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꽤 많다. 특별히 외상을 입거나 다른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다리 길이가 달라져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 여기에는 한마디로 고관절이 틀어진 것 외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다. 긴 쪽이 틀어져 있는 것이다.
  
  이런 고관절은 다른 관절과 마찬가지로 뼈가 틀어지면 그렇게 틀어진 상태가 지속되게 된다. 이 지속의 고리를 끊는 것이 고관절을 바로잡는 것이다. 그 방법에는 전회에 소개한 것 말고 다음과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 참고로 <몸살림운동 교본>에서 거의 그대로 옮긴 것임을 밝혀 둔다.
  
  ■ 옆으로 다리 들어 올리며 고관절 치기
  ① 오른쪽 고관절이 틀어져 있을 경우 몸이 반대편으로 기우는 것을 막기 위해 왼손으로 벽이나 의자 등을 짚고 선다.
  ② 오른쪽 주먹을 가볍게 말아 쥐고 가슴 높이 정도로 들어서 고관절 바로 옆에 있는 대퇴골의 돌출된 부분인 고관절 큰돌기를 칠 준비를 한다.
  ③ 오른쪽 다리를 옆으로 들어 올리면서 주먹으로 타점을 골반 쪽으로 때린다. 다리가 올라가는 도중에 맞도록 해야 한다.
  ④ 왼쪽 고관절이 틀어져 있을 경우에는 반대 방향으로 하면 된다.
  
  □ 세부사항
  ① 타점 찾기: 골반 옆에 손바닥을 대고 허벅지 쪽으로 내려오면 뼈가 달걀 모양으로 돌출되어 있는 것이 만져지는데, 이곳이 고관절의 큰돌기인 타점이다.
  허벅지에 살이 많아서 돌출된 뼈가 만져지지 않는다면, 이런 사람은 뼈가 돌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는 찾기가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치골과 같은 높이의 허벅지 옆을 치면 된다.
  ② 다리가 올라가는 도중에 정확하게 맞도록 해야 하는데, 처음 하는 사람은 이것이 쉽지 않아 다리가 다 올라간 다음에 때리게 된다. 이럴 때에는 들어 올린 팔을 내리는 동작과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을 동시에 시작하게 하면 쉽게 타이밍을 맞출 수 있다.
  ③ 다리는 30도 정도 살짝 들어 주기만 하면 된다. 너무 많이 들어 올리려고 하면 다리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교정이 되지 않는다.
  
  □ 주의사항
  ● 몸이 기울면 대퇴골이 고관절에 맞물려 있는 각도와 주먹으로 치는 방향이 일치하지 않게 되어 교정이 되지 않는다.
  ● 고관절이 틀어져 있어 허벅지 근육이 심하게 경직되어 있는 사람은 잘못 쳐서 근육을 맞으면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 고관절에 수술을 한 사람은 함부로 교정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철심을 박아 넣은 경우에는 교정을 하면 안 될 뿐만 아니라 전혀 소용이 없다.
  

▲ ⓒ프레시안

  ■ 옆으로 누워 꺾기
  ① 오른쪽 고관절에 이상이 있는 경우 몸을 오른쪽으로 모로 눕히고 오른손으로 머리를 받친다. 왼쪽 무릎을 굽히고 왼발로 바닥을 딛고 왼쪽 다리가 삼각형 모양으로 서게 한다.
  ② 오른쪽 무릎을 구부린 후 왼손으로 오른쪽 발을 최대한 잡아 당겨 발목을 왼쪽 대퇴부 위로 올려놓는다. 오른 무릎을 최대한 왼발 쪽으로 밀어 몸통과 다리가 1자를 이루게 하고 허리를 편다.
  ③ 왼발로 바닥을 밀어 오른쪽으로 구르면서 넘어진다. 넘어지는 도중에 고관절에 힘이 가해져 교정이 된다. 오른발을 잡고 있는 손은 동작을 마칠 때 까지 놓지 않도록 해야 한다.
  ④ 왼쪽 고관절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반대 방향으로 하면 된다.
  
  □ 세부사항
  ① 교정하려는 다리를 몸통과 완전히 일직선으로 만들어야 한다. 고관절이 틀어져 있는 사람은 몸통과 다리를 일직선으로 만드는 것이 어렵고 통증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일직선으로 만들지 않으면 제대로 교정이 되지 않으니 조금 고통스럽더라도 최대한 몸통과 다리를 일직선으로 만든 후 넘어가도록 한다.
  ② 교정하려는 다리의 발을 잡고 있는 손은 완전히 넘어지는 순간까지 놓지 말고 계속 당겨 주어야 한다. 손을 놓으면 교정이 되지 않는다.
  
  □ 주의사항
  ● 몸에 힘을 빼지 못한 상태에서 넘어지면 오히려 고관절이 더 틀어지게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상이 없던 다리도 이 동작을 잘못 하게 되면 틀어질 수도 있다. 긴장을 풀고 힘을 최대한 뺀 상태에서 동작을 해야 하며, 스스로 힘을 뺄 수 없을 때에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다.
  ● 이 경우에도 고관절에 수술을 한 사람은 함부로 교정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철심을 박아 넣은 경우에는 교정을 하면 안될 뿐만 아니라 전혀 소용이 없다.
  
▲ ⓒ프레시안

  □ 바로잡은 후 조치
  ● 고관절이 틀어지면 엉치뼈도 틀어지게 되므로 고관절 교정을 한 후 바로 엉치 바로잡기를 해야 한다.
  
  전회와 합쳐 세 가지 방법을 소개했는데, 어떤 방법이 자신에게 맞는지는 해 보아야 안다. 마지막의 '옆으로 누워 꺾기'가 가장 어려운 방법인데, 어려운 만큼 효과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하든 상관은 없다. 처음에 할 때에는 누구나 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잘 되지를 않는다. 자동차 운전도 처음에는 잘 안 되다가 점차 익숙해지듯이, 우리 몸을 바로잡는 데서 가장 기초적인 방법인 고관절 바로잡기도 여러 번 하다 보면 요령을 익히게 된다.
  
  고관절을 바로잡은 다음에는 반드시 엉치를 바로잡아야 한다. 엉치를 바로잡는다는 것은 틀어져 있던 골반을 제 위치로 가져다 놓는 것을 말한다. 골반이 틀어지면 골반의 맨 뒤에 있는 엉치가 틀어지는데, 이 엉치를 바로잡으면 골반도 제 위치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엉치를 바로잡는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고관절을 바로잡고 엉치를 바로잡지 않으면 다시 고관절이 쉽게 틀어지기 때문에 고관절을 바로잡은 후에는 연속동작으로 엉치를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 엉치가 밑으로 말려 내려와 있는 경우
  ① 두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양 발이 수평을 이루도록 하게 하고 서서 양 주먹으로 엉치뼈를 받쳐 준다. 양 주먹이 八자를 이루게 하고 엉치뼈를 위로 모으면서 밀어 준다.
  ② 목을 먼저 뒤로 넘긴 후 순간적으로 상체를 20도 정도만 뒤로 젖혀 준다. 이와 동시에 엉치뼈를 받치고 있던 주먹을 45도 각도로 밀어 주어 엉치뼈가 허리 쪽으로 올라오게 한다.
  
  □ 세부사항
  ① 엉치뼈를 받치는 양 주먹이 서로 八자를 이루게 하는 준비 상태에서도 약간 힘을 주어 밀어 주도록 한다.
  ② 허리를 젖힐 때 상체를 직접 움직이지 말고 골반을 앞으로 살짝 밀어 주면 더 쉽게 몸의 힘을 뺀 상태로 동작을 할 수 있게 된다.
  
  □ 주의사항
  ● 허리를 무리하게 젖히거나 균형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굽히면 엉치뼈가 앞으로 밀리거나 고관절이 앞쪽으로 틀어질 위험이 있다.
  ● 허리에 힘이 들어가 있으면 아무리 동작을 반복해도 소용이 없다. 몸에 불필요한 힘을 최대한 빼도록 해야 한다.
  
▲ ⓒ프레시안

  ■ 엉치가 위쪽으로 말려 올라가 있는 경우
  ① 두발이 수평을 이루게 하고 서고 양 손을 가슴 앞까지 올린다.
  ② 상체의 힘을 뺀 상태에서 양손을 내리면서 순간적으로 허리를 굽힌다.
  
  □ 세부사항
  ① 허리를 굽힐 때 무릎이 굽혀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릎이 굽혀지면 엉치뼈에 힘이 전달되지 못한다.
  ② 허리에 힘을 주어 굽히지 말고 상체를 지탱하고 있던 힘을 빼 상체가 밑으로 떨어지며 허리가 굽혀지게 한다.
  
  □ 주의사항
  ● 허리를 무리하게 굽히거나 균형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굽히면 엉치가 뒤로 밀리거나 고관절이 뒤쪽으로 틀어질 수 있다.
  ● 허리에 힘이 들어가 있으면 아무리 동작을 반복해도 소용이 없다.
  
▲ ⓒ프레시안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가 고관절이 뒤로 틀어져 있어 엉치가 밑으로 말려 내려가 있기 때문에 뒤의 동작보다는 앞의 동작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스로 오리궁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뒤의 동작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동작을 실어 놓은 것은 어쩌다가 오리궁둥이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틀어진 관절이 바로잡히면 주변의 근육이 부어오르면서 열이 발생하는데, 이 열은 관절을 바로잡는다고 해서 바로 없어지지 않는다. 근육이 부어서 열이 나 있으면 뼈를 잡아 주는 힘이 약해지게 되므로 관절이 쉽게 다시 틀어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관절을 교정한 후에는 반드시 주변 근육을 차게 식혀 주어야 한다. 고관절을 바로잡은 한 후에는 반드시 냉수에 하반신을 10분 동안 담그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열흘간은 심한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은데, 심한 운동을 하면 고관절이 다시 틀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고관절과 엉치를 바로잡은 후 지켜야 할 수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10분간 배꼽 밑 냉수욕
  ●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하반신 냉수욕을 해야 한다. 몸 전체를 담가도 상관은 없다. 바로 근처에 있는 목욕탕에 가든지 바로 집으로 돌아가서 하든지 하는 것이 좋다.
  ● 이것은 고관절과 엉치를 바로잡은 후 1회만 하면 된다. 고관절의 열이 식으면 고정이 되기 때문에 다시 할 필요는 없다.
  ▶ 찬물에 들어가는 것을 힘들어하는 분은 어깨를 위로 올리고 뒤로 돌린 다음, 양손을 깍지를 끼고 안으로 약간 비튼 상태에서 온몸에 힘을 주면서 쭉 내리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3분 정도만 이 자세를 하고 있으면 몸에서 열이 나면서 냉기를 느끼지 않게 된다.
  
  2. 열흘간은 심한 운동 금지
  ● 다시 고관절이 틀어지게 할 우려가 있는 등산, 골프, 수영 등 심한 운동이나 힘든 일(노동)은 10일간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러닝머신을 타거나 요가나 에어로빅 등 심한 스트레칭을 하면 쉽게 고관절이 틀어질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 평상적인 일상생활은 그대로 하고, 가볍게 걷는 운동 정도를 하는 것이 좋다.
  ● 여자 분들은 절대로 양다리를 모아 한쪽으로 꼬고 앉지 말아야 한다. 이런 자세는 다시 고관절이 틀어지는 원인이 된다. 이런 자세는 평상시에도 몸이 틀어지게 하는 원인이 되므로 금해야 한다.
  
  평생 숙제: 1, 2번 방석숙제와 걷기숙제
  
  고관절이 틀어지는 것은 골반이 말려 내려가 있기 때문이고, 골반이 말려 내려가 있는 것은 평상시에 허리를 굽히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상시에 허리를 펴고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또 역으로 고관절이 틀어지면 골반은 말려 내려가고 허리는 굽게 된다. 고관절을 바로잡지 않으면 말려 내려간 골반이나 굽은 허리가 정상르로 돌아오지를 않는다. 그래서 몸을 바로잡을 때에는 제일 먼저 고관절과 엉치부터 바로잡는 것이 순서이다.
  
  그러나 고관절과 엉치를 바로잡았다고 해서 근육까지 바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굳어 있던 근육은 바로잡힌 뼈대를 잡아당겨 다시 틀어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틀어진 뼈대와 굳은 근육 때문에 잘못돼 있던 자세는 쉽게 바로잡히지 않는다. 원래의 자세로 돌아가면 또다시 골반이 말려 내려가고 고관절도 틀어진다.
  
  이를 방지하고 골반이 완전히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긴요한 일이다. 그래야 다시 고관절이 틀어지고, 그로 인해 온몸이 틀어지고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골반이 정확하게 제자리를 잡음으로써 고관절도 다시 틀어지지 않게 되는 선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몸살림운동에서는 이렇게 골반이 제자리를 잡게 하는 운동을 1번 방석숙제라고 부른다. 평생 이 운동을 하면 골반이 제자리에 있고, 그러면 허리도 세워지고 가슴도 펴지고 등도 똑바로 서게 된다. 가슴이 펴지고 등이 제대로 서면 고개도 바짝 세워지고 목 근육도 부드러워진다. 만사에 몸에 큰 병이 날 이유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운동이므로 평생 해야 할 숙제 중에서도 으뜸이 되는 숙제이므로 1번 방석숙제라고 부른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 너무 두껍거나 너무 얇지 않은 방석을 반으로 접는다. 너무 두꺼우면 힘이 들고, 너무 얇으면 효과가 없기 때문에 중간 정도의 방석을 권하는 것이다.
  ● 접힌 부분을 엉치보다 조금 위로 밑에 놓고, 접히지 않은 부분을 머리를 향하게 하고 눕는다. 이렇게 누우면 허리가 굽어 있는 사람은 허리가 뻐근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 느낌이 처음부터 없거나 꾸준하게 숙제를 해서 그런 느낌이 사라지면 방석을 세 겹으로 접거나 하나씩 더 쌓고 하면 된다. 사람에 따라 또 방석의 두께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중간 정도의 방석이라면 세 개까지 접어서 올려놓고 해도 된다.
  ● 팔은 바닥에 댄 채 만세 부르는 자세를 해도 되고, 이것이 불편하면 편하게 밑으로 내려 팔꿈치가 어깨보다 조금 내려가게 해도 된다..
  ● 시간은 10~15분이면 된다. 이 정도의 시간이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신경이 한 바퀴 충분히 돌아 확실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러한 느낌을 우리 몸이 기억하고 평상시에도 그러한 자세를 가지려고 스스로 노력하게 된다.
  ▶ 15분 이상 하면 척추를 둘러싼 근육이 굳기 때문에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역효과가 난다. 특히 이 숙제를 하다가 자게 되면 근육이 완전히 굳어 다음날 허리가 상당히 아플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이럴 때에는 다시 10~15분간의 방석숙제로 풀어 주면 된다.
  ● 일어날 때에는 몸을 180도 뒤집어서 엎어진 다음에 엉덩이부터 뒤로 빼면서 일어난다. 고양이가 기지개를 펴는 것과 같은 자세를 취하고 나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때 허리는 만곡을 긋는 좋은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런 경험에 대해서도 우리 몸이 기억을 하고 그러한 자세를 가지려고 스스로 노력하게 된다.
  
▲ ⓒ프레시안

  위의 그림이 1번 방석숙제를 하는 방법이고, 아래 그림은 2번 방석숙제를 하는 방법이다. 2번 방석숙제는 굽은 등과 가슴, 어깨를 펴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기본은 당연히 1번 숙제이지만, 당장 흉추 1~7번이 틀어지고 가슴 공간이 좁아져 심장이나 폐, 간, 위, 어깨 등에 문제가 생겨 있는 사람은 이 숙제를 해야 한다.
  
  방법은 방석의 접힌 부분을 흉추 7번 뼈(여자의 경우 뒤로 브래지어 끈이 지나가는 지점, 남자의 경우 젖꼭지에서 수직으로 밑에 있는 지점, 또는 견갑골이 끝나는 지점)보다 조금 밑으로 올려놓고, 접히지 않은 부분을 엉덩이를 향하게 하고 눕는다. 나머지는 1번 숙제와 동일하다.
  
  다만 2번 숙제에서는 방석을 하나 이상 놓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방석을 흉추 7번보다 위에 놓고 하게 되면 얼마 되지 않아 숙제를 하는 동안 느낌이 없어지는데, 이때 느낌을 갖기 위해 두 개를 놓고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등 근육이 굳어 해가 되면 됐지, 득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방석의 접힌 부분을 흉추 7번 밑에 놓고 하면 우선 엉덩이가 위로 올라온다는 느낌이 들고 허리는 만곡을 그으며 꺾인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마치 1번 숙제를 할 때와 같은 낌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흉추 7번이 접힌 방석에 의해 위로 밀려올라간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가슴도 펴지고 어깨도 펴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함몰돼 있던 흉추 7번이 위로 올라가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역으로 허리가 만곡을 긋게 되고 말려 내려가 있던 골반도 위로 올라오게 된다. 또 1번 방석숙제를 하면 골반이 제자리를 잡게 되고, 그러면 당연히 허리가 만곡을 긋게 된다. 허리가 만곡을 긋게 되면 함몰돼 있던 흉추 7번이 제자리로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1번 과 2번 방석숙제는 모두 결국은 골반과 척추 전체를 제 위치로 돌아가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효과의 정도가 다를 뿐이다. 1번은 허리를 세우는 데 더 큰 효과가 있고, 2번은 등을 펴는 데 더 큰 효과가 있을 뿐이다. 1번이 허리를 세우는 데 4의 효과가 있다면 등을 펴는 데는 1의 효과가 있고, 2번은 등을 펴는 데 4의 효과가 있다면 허리를 세우는 데는 1의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석숙제는 자기 전에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자기 전에 이 숙제를 하면 굳어 있던 척추 주위의 근육이 풀어지면서 하루 동안 일하면서 쌓였던 피로가 싹 풀리게 된다. 오히려 방석숙제를 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피로가 풀리면서 졸음이 와 자게 된다는 것이다. 위의 운동법에서 지적했듯이 그렇게 되면 아니 함만 못하게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방석숙제는 자기 전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그렇다고 낮에 하면 안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낮에 해도 괜찮다. 특히 직장에 나가지 않는 분은 낮에 시간이 날 때마다 수시로 숙제를 해 주면 그만큼 효과를 본다. 다만 1, 2번 숙제 사이에는 한 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어야 한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한 시간 이상 간격을 두지 않으면 오히려 풀린 근육이 굳어 아니 함만 못한 결과가 오게 된다.
  
  평생숙제에는 방석숙제 외에 걷기숙제가 있다. 조선시대 때 선비들의 건강법이 양반걸음이었는데, 걷기숙제는 그 원리를 그대로 살린 것이다. 이 운동 역시 방석숙제와 마찬가지로 1자나 후만이 된 허리를 세워 주고, 굽은 등을 펴 주며, 좁아진 가슴 공간을 넓혀 주고, 앞으로 처진 어깨가 뒤로 가도록 함으로써 펴 준다. 특히 목이 굽어 1자로 돼 있는 사람이나 뱃살이나 등살이 많은 사람에게 효과적인 운동법이다. 다리 근육이 굳어서 아프거나 당기는 사람도 이 운동을 하면 근육이 풀어진다.
  
  이 숙제는 가능하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하는 것이 좋다. 자면서 틀어졌던 몸을 바로잡고 정신을 맑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시간에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날 때면 언제 해도 좋다. 그리고 이 숙제 역시 특별히 아픈 데가 없어도 꾸준하게 해서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펴면 평생 큰 병에는 걸리지 않게 된다.
  그 방법에는 '깍지 끼고 걷기'와 '양반걸음'이 있다.
  
  ▷ 깍지 끼고 걷기
  ● 어깨를 위로 들어올리고 충분히 뒤로 돌린 다음 양손을 뒤로 해서 깍지를 낀다. 깍지 낀 손의 손바닥은 하늘을 향해 수평이 되도록 해야 한다. 손등이 하늘을 향하거나 손바닥이 수평이 되지 않으면 운동의 효과를 보지 못한다.
  ● 깍지 낀 손을 아래로 쭉 내리고 양팔을 안쪽으로 약간 튼 다음 걸으면 된다. 양팔을 안쪽으로 틀면 어깨가 뒤로 젖혀지면서 가슴 공간은 최대로 넓어진다. 이렇게 가슴이 넓어져야 가슴 안에 들어 있는 폐나 심장이 눌리지 않아 기능이 살아나게 된다.
  ● 이때 깍지 낀 손은 자연스럽게 엉덩이에 닿도록 해야 한다. 힘을 주면 손이 엉덩이에서 뜨게 되는데, 그러면 오히려 근육이 굳어서 역효과가 난다.
  ● 고개는 15도 정도 들어 멀리 바라보는 자세가 되도록 해야 한다. 고개를 숙이면 허리도 잘 세워지지 않고 가슴도 잘 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목도 풀리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 눈을 감거나 뜨고 제자리걸음을 해도 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근하는 사람은 집 근처에서 바로 차를 타지 말고 20분 정도 깍지 끼고 걷고 나서 타고 가도 좋다. 눈을 감고 제자리걸음을 하면 평형감각이 살아나 효과가 더 좋다. 또 발뒤꿈치만 들었다 놓았다 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
  ● 이 운동은 10~20분 정도만 하면 된다. 젊은 사람은 20분 정도, 나이 드신 분은 10분 정도 하면 된다. 이 정도만 해도 숨이 약간 가빠지고 날씨가 따뜻할 때에는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도 한다. 그 이상 하게 되면 오히려 기력이 떨어지므로 도움이 안 된다.
  ▶ 더울 때에도 땀이 나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자세를 잘못 잡고 힘을 주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자신의 자세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아야 한다. 힘을 빼고 하면 땀이 나게 된다.
  ▶ 이 운동을 할 때에는 절대로 어깨나 팔, 허리, 등 어디에도 힘을 주지 말아야 한다. 힘이 들어가면 근육이 굳게 돼 아무런 운동효과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거꾸로 몸을 더 굳게 함으로써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 배를 내밀거나 상체를 뒤로 젖혀도 안 된다. 이렇게 하면 배가 나오고 상체가 뒤로 굽게 될 뿐만 아니라 허리로 힘을 받지 못하게 되므로 운동을 하지 않음만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자세를 교정하는 방법은 엉덩이를 약간 뒤로 빼서 올려 보는 것이다. 그러면 엉치께에 있는 허리에 빡 힘이 들어간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허리에 힘이 들어간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으면서 운동을 해야 허리가 제대로 세워진다.
  
▲ ⓒ프레시안

  ▷ 양반걸음
  ●그냥 뒷짐을 지고 걸어도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것이 양반걸음이다.
  ● 이때 서로 위아래로 포갠 양손을 놓는 지점은 요추와 흉추가 만나는 지점이나 약간 위 정도이면 되는데, 허리에서 가장 안으로 들어간 지점의 바로 위라고 보면 된다. 양손에 힘을 주어 허리를 누르면 뻐근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것은 아직 허리가 세워지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 걸을 때에는 양손으로 허리를 지그시 눌러 주어야 좋다. 누르지 않으면 몸이 앞으로 굽을 수 있고, 너무 세게 누르면 근육이 굳고 상체가 뒤로 굽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 주의사항은 깍지 끼고 걸을 때와 똑같다.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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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이, 세계오지를 가다 - 만화 오지 탐험, 이색 문화 체험 반쪽이 시리즈 2
최정현 글 그림 / 한겨레출판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우물안 개구리다. 이 나이가 되도록 남들은 다 가는 해외여행이라고는 가 본 적이 없다. 바다 건너 가 본 곳이라고는 제주도가 유일하다. 아직 울릉도도 못 가 보았다. 특별히 바쁘게 산 것 같지도 않은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주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해에 한번 정도 나라 밖으로 나가는 것은 기본이다. 중국은 기본이고 일본, 동남아, 미국, 유럽까지 어지간하면 다들 다녀왔더라. 하도 주위에서 해외여행을 다니니까 이제 나도 슬슬 나라밖 구경을 한번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올 겨울방학때는 중국을 한번 다녀올까 싶어서 인터넷을 뒤적거리고 있다.  반쪽이의 오지여행은 여러모로 참고가 되는 책이다. 여행을 안 가더라도 그림보는 재미만 해도 좋다. 배울 것도 많다.

반쪽이가  다닌 곳은 주로 오지국가들이다. 뉴질랜드가 예외라고 볼 정도겠다. 산업화가 진행된 선진국은 거의 없다. 만화의 내용을 보니 여행 목적이 '한국청년해외봉사단'들이 있는 곳을 취재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해외봉사라는 것이 살기어려운 나라들에 집중될 수 밖에 없을 것은 당연지사. 여행경로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김포공항-도미니카공화국-페루-파라과이-탄자니아-에티오피아-이집트-우즈베키스탄-피지-뉴질랜드-중국-베트남-파푸아뉴기니-김포공항. 한달쯤 여행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초판 1쇄가 나온 것이 1999년인데, 머리말에 보니 여행간지 1년이 되었다고 했으니 1998년쯤 되는 모양이다. 페루에서 후지모리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하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는 장면이 있었으니 아마 그 때쯤되겠다.

편에 따라서는 자세하게 그려진 곳이 있고, 간단하게 다룬 곳도 있다. 파푸아뉴기니 같은 나라는 길게 소개되고 있는 데 견주어보면 베트남은 지나치게 간략하다.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의 후진국들을 다녀왔다고 보면 되겠다. 반쪽이 만화이 그렇듯이 슬며시 미소짓게 하는 장면이 많은데 특히 재미있는 부분들은 이과수 폭포 이야기가 나오는 파라과이 편, 마사이족이 나오는 탄자니아 편, 각종 복지정책으로 심심한 천국을 구가하고 있는 뉴질랜드, 700여 언어와 800여 부족이 어울려 사는 파푸아 뉴기니의 원시적인 사람살이가 재미있게 읽혔다.

역시 후진국일수록 여자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의 대부분 후진국들은 남자들은 놀고 여자들은 뼈빠지게 일하는 풍경을 보여준다. 에티오피아나 이집트 같은 나라에서는  여자들의 할례가 당연시되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여자들이 성형수술을 해서 살을 빼고 몸을 예쁘게 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듯이 그 나라들에서는 여자들의 성기를 할례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취급되고 있다고 한다. 문화란 참 무서운 것이다. 

 역시 제일 가보고 싶은 나라는 뉴질랜드. 완벽한 복지와 자연보호에다 환경오염이라고는 거의 없다고 하니 우리네 정서에서 보면 천국같은 곳이다. 거기 이민 간 우리나라 사람도 많이 증가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너무 바쁜 지옥이라면 거기는 심심한 천국이란다. 속도와 경쟁, 재미에 익숙한 우리 문화에서 보면 그 곳은 절간 같은 곳이겠지. 그래도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여자, 아이, 강아지, 남자 순으로 복지가 진행된다니 대한민국 남자들은 가서 살기가 어려운 곳이겠지. 워낙 남자대접받는 데 익숙하다보니 말이다. 그 밖에 꼭 가고 싶은 나라를 꼽으라면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산도 보고 용맹한 마사이족도 만나보고 싶다. 정말로 마사이워킹으로 걷는지, 사자를 투창 한번으로 잡을 정도로 팔힘이 센지도 한번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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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아난시 열린어린이 그림책 6
제럴드 맥더멋 글.그림, 윤인웅 옮김 / 열린어린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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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럴드 맥더멋. 이름 외우기가 어려운 작가다. 이제는 이름을 잊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태양으로 날아간 화살 만든 사람이 누구야? "하고 물으면 "글씨? 거 제랄드 머라고 하던데"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이제 맥더멋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다. 이 책 <거미 아난시>도 맥더멋의 책이 더 없나하고 찾아본 뒤 주문했던 책이다.  맥더멋의 또다른 걸작이라는 <까마귀>는 우리말로 옮긴 것이 없어서 영문판으로 구해서 볼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어쩌다 맥더멋의 그림에 열광하게 되었나? 모두 우리 둘째 꼬맹이 때문이다.

맥더멋의 <태양으로 날아간 화살>은 칼데콧 상 수상작이라는 명성을 믿고 구입한 책이었다. 그런데 나는 처음 받아본 뒤 한번 읽고 나서 바로 책꽂이에 정리한 뒤 거의 손에 대지 않았다. 왠지 그림이 끌리지 않았다. 기존에 봐왔던 그림과는 너무나 다른 그림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피카소와 렘브란트를 두고 좋아하는 작가를 고르라고 하면 당연히 렘브란트를 고르는 게 나다. 그만큼 그림보는 눈이 초보적인 수준인지라 그림책도 주로 그런 쪽을 고른다. 존 버닝햄의 그림에 익숙해지는데도 시간이 좀 필요했다. 맥더멋의 그림은 피카소 그림처럼 느껴진다. 나에게는 비호감이었다.

어느날인가부터 우리 둘째 꼬맹이가 <태양으로 날아간 화살>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나는 한번 읽어준 뒤 그만두어버렸는데, 아내가 여러번 읽어준 모양이었다. 심심하면 그 책을 꺼내들고 읽어댔다.나중에는 그 내용을 거의 다 외워서 줄줄 읽는다. 글자라고는 자기 이름 석자 쓰는 게 전부인 녀석이 그림과 기억에 의존해서 책을 읽어대는 모습은 자못 감동적이다. 보고 있으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은 심정이 된다. 나에게 읽어달라는 책의 목록에도 <태양으로 날아간 화살>이 자주 들어갔다. 나는 그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다가 어느 순간 그 책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칼데콧 상을 받은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하학적인 문양과 함께 강렬한 색감이 깃들인 그림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나도 그 책을 읽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마치 주몽과 유리의 신화와 닮은 이야기의 내용도 새롭게 느껴졌다.  그 인연으로 이 책 <거미 아난시>도 사게 되었다.

<거미 아난시>의 내용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 구조들 중의 하나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여러재주꾼들이 힘을 모아서 구한다. 마지막으로 보상을 받는다.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이야기양식들 중의 하나다. 단지 주인공이 거미라는 것이 특이하다. 이것이 아프리카의 신화라고 해서 낮추어볼 필요는 없다. 유럽이나 중국문명의 신화라고 해서 높게 보고, 아프리카나 오세아니아의 신화라고 해서 낮추어보는 마음이 내 속에 있었음을 고백한다. 희한하게도 그런 마음이 있다. 인간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신기한 이야기들이 있고, 그 내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비슷하다. 인간이 사는 것이 대개 거기서 거기인 탓이다. 단지 기후가 다르고, 사는 장소가 다르다보니 등장하는 인물이나 무대가 좀 달라질 뿐이지.

아난시에게는 여섯 아들이 있다. 이름도 재미있다. 큰일났다, 길내기, 강물다마셔, 먹잇감손질, 돌던져, 방석이 자식들 이름이다. 꼭 아들이라고 하지 말고 '자식'이라고 하는 것도 좋은 해석이 아닐까 싶다. 아난시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반드시 아들일 필요는 없으니까. 아난시는 집을 떠나 먼곳으로 떠난다. 그러다가 위험한 일을 당한다. 위험은 두곳에서 온다. 강물의 물고기, 하늘의 새. 이 위험을 해결하는 것은 자식들이다. 자식들의 도움으로 위험을 해결하고 그들은 다시 행복을 찾는다. 온 힘을 다 써서 아버지를 구한 그 가족 앞에 보물이 나타난다. 누가 주었는지는 모른다. 빛구슬이라고 나온다. 아난시는 빛구슬을 자식들에게 주려고 한다. 그런데 그 때문에 다툼이 일어난다. 서로 자기가 더 큰 일을 했다고 다투는 것이다. 이 때 세상 모든 것들의 신 '니아메'가 등장한다. 니아메는 그 구슬을 하늘 높은 곳에 놓아둔다. 밤이 되면 우리는 언제나 그것을 볼 수 있다.  

소개글에 보니 지은이는 조셉 캠벨을 만나면서 신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작업 상당부분이 세계 각지의 신화를 그림책으로 그리는 것이라고 한다. <태양으로 날아간 화살>은 푸에블로 족의 신화, <거미 아난시>는 아프리카 가나의 신화를 원작으로 한다. 모든 이야기의 원형으로 들어가다보면 우리는 신화를 만난다. 신화적인 이야기들의 원형을 탐구하기 위해서 캠벨을 읽어보아야겠다고 작정하고 있었는데, 마침 맥더멋이 캠벨 때문에 이런 작업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무슨 인연인 것 같다. 신화는 소설이나 동화와 다르게 직접 현실을 가르키지 않지만, 삶의 배면에 깔린 어떤 것들을 환상적인 이야기속에 담아 보여준다. 신화와 전설을 다룬 그림책들은 아이들에게 인류의 정신세계에 깔린 원형들을 보여주는데 쓸모있는 도구가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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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외지사 1 - 우리 시대 삶의 고수들
조용헌 지음, 김홍희 사진 / 정신세계원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조용헌은 요즘 내 탐구대상 중 한 사람이다. 몇년 전에 유홍준이나 강준만 같은 이들이 혜성처럼 등장해서 독서계를 들쑤셔 놓았듯이 조용헌도 요즘 거기에 버금가는 기세로 책을 써내고 있다. 기억나는 이름만 해도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고수기행>,<사주명리학 이야기>같은 것들이 있다.  우리 옛 전통과 특이한 인물들에 대한 탐구가 주를 이루는데 그 솜씨와 내공이 만만치 않다.

     이 책 <방외지사>1,2권은 두 권을 모두 합쳐서 440여쪽 정도의 두께를 가지고 있다. 왜 나누었는지는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 이 책에서는 모두 '방외'를 거니는 이들 13명을 다루고 있다. 1권에서는 '밥걱정을 뛰어넘은 귀거래사'와 '사바세계에서 도를 찾는다'를 주제로 하여 7명의 삶을 다루고 있다. 2권에서는 '정신의 길을 가는 탐험가'와 '우리 곁의 이단자'를 주제로 6명의 삶이 펼쳐져 있다.

      공무원 생활 20년을 접고 은퇴하여 고향집에 돌아온사람 박태후, 기자생활을 그만두고 강산을 떠도는 시인 이원규, 걱정없이 오로지 백수생활만 해온 처사 강기욱, 산중무술인 기천문의 2대 문주인 박사규, 차잎 냄새만 맡아도 원산지를 알아내는 차맛 품평가 손성구, 역술 하나만으로 가족을 꾸려오고 성공한 부산의 젊은 역술가 박종화, 내과의사이면서도 도를 구해 끊임없이 자신을 수련하는 의사 이동호, 제주도 한라산에서 '이뭣꼬' 화두만 붙들고 30년 세월을 홀로 살아온 대각심, 뗏목을 타고 동해와 서해를 누비는 탐험가이며 교수인 윤명철, 여자의 몸으로 중국의 도가 화산파 23대 장문인으로 등장한 여자 신선 곽종인, 전국의 산하를 오로지 발로만 걸어다닌 신정일, 지리산에서 태어난 뒤 실상사 앞에서 발우만 만드는 지리산의 지킴이 김을생, 나무를 다루는 소목장으로 폐교에서 민족전통의 솜씨를 이어가는 이정곤. 이렇게 열세명이다.

    하나같이 특이한 사람들이다. 지은이 조용헌은 이들을 방외에서 노니는 이들이라 해서 '방외지사'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리처럼 도시와 일터에 몸붙여 사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위해 삶을 자유롭게 꾸리는 이들이라 이거지. 이 책은 그 자유에 대한 헌사이면서 방내에 사는 이들에 대하 죽비같기도 하다. 네 삶을 여기 한번 비추어 보아라 이거다.

    방외지사들 모두가  결단의 순간이 있을 때 과감히 자르는 힘이 있다. 공무원 생활 20년 뒤 은퇴를 단행하는 이나, 깨달음을 위해 남편과 자식도 버린 이나, 항해를 위해 뗏목을 만들고 거친 바다 위에서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다는 사람이나 모두들 무엇인가에 미친 사람들이다. 물론 빛이 있다면 어둠이 있다. 그게 세상이치. 이들의 삶 뒤에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희생과 뒷받침, 가슴저림이 있을 것이다. 허영호같은 등산가나 김근태같은 민주화운동가의 삶도 이들과 같은 방외의 자유를 추구한 삶이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가까운 이들의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자기의 길을 간다면 희열이 있을지? 그 희열의 정체는 무엇일지 궁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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