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헤는 밤
발레리 홉스 지음, 모난돌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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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헤는 밤' 이라는 제목만 보고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짐작이 되지 않던 책이다.

책을 받자마자 후루룩 훑어 보았는데도 도무지 내용을 감 잡을 수가 없었다.

본격적으로 읽으려는데 잭이라는 강아지가 목장에서의 일부터 줄줄 늘어놓는다.

솔직히 처음 부분은 그다지 재미있다던지 흥미롭다던지 읽고 싶은 느낌이 확 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첫인상만으로 모든걸 판단하면 안된다는 말이 책에서도 해당되는 것일까.

중반부를 넘어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 양몰이 개 잭이 개인지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아니 가까운 친구가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문장 하나하나 공감하며 읽고 있는 것이다.

결국 끝까지 다 읽자마자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게 된 책은 이 책이 처음인 것 같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양몰이 개 잭의 험난한 일정들이 우리네 인생과 너무도 닮아 있어

다시 한자한자 되새기며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목장의 갑작스런 화재로 가족들과 헤어지고 평온했던 어린 시절은 꿈에나 그리게 된 잭.

양몰이 개에서 애완견으로 팔려갔다 자유를 찾아 도망쳐 나와 유기견 보호소에서의 짧은 시간을 보내고

동물 서커스단의 끔찍한 생활 속에서 만난 짧지만 진정한 사랑도 느끼게 되고...

금방 정을 붙혔다가 속아 넘어가기도 하고 친구들을 사귀기도 하고...

하지만 양몰이 꿈을 이루기 위해 또다시 자유를 찾아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잭.

채찍질 당하며 서커스단 생활을 하는 부분에서는 충분히 떠날 수 있지만 그 곳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동물들의 삶이

사람에 의해 그들만의 자유를 누릴 수 없음이 너무도 애처롭고 가엾기까지 하다.

이러저러한 여정 끝에 만난 한 소년 루크. 부모에게 버려져 보호원에서 입양되기만을 기다려온 착한 소년이다.

무언가 슬픔을 감지하고 루크에게 자신의 도움이 필요함을 느낀 양몰이 개 잭은 그의 곁에 머물러있기로 한다.

그 소년과 함께 더이상 고단한 삶의 연속이 아닌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

 

이곳저곳 본인도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는 고된 삶을 살아 온 양몰이 개에게 어른인 나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유와 자신의 존재가치를 성찰해 볼 수 있게 하는 책이라 생각된다.

유기견 보호소에서의 강아지들과 보호소에서 입양될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들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해야할 것인가.

책을 다 읽자마자 초등 5학년이 되는 아들이 물어와 간단하게 잭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더니 본인도 읽겠다며 얼른 들고가 읽기 시작한 아들.

잭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는지 처음에 책을 보고 시큰둥하던 아들이 이제는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바쁘게 들린다.

아들은 책을 다 읽고서 또 어떤 것을 느끼게 될까. 물론 어른인 나와는 다른 느낌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작은 것이라도 책을 읽고서 무언가 느낄 수 있고 감동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잠이 오지 않아 양을 헤고 있거나 인생이 고달프다고 느껴진다면 당장 이 책을 펼쳐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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