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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칸토 2
앤 패챗 지음, 김근희 옮김 / 민음인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아름다운 '소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비롯한
비범한 소설들이 그러하듯 동시에 인류학적 '보고서'이기도 하다는 걸 증명한다.
일본인 사업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각국의 사람들이 모인 부통령의 관저를
테러리스트들이 점령한다. 이제 이곳은 인간이 관계맺는 방식에 대한
시험관으로 변하여 현실이라는 세균에 저항력을 키우며
사랑이라는 방부제를 통해 육신의 부패를 견디며, 살아간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을 때의 그 설레임, 애틋함이 담방거리는 심장 박동소리가 들리듯
전해져 오며 파르르 떨리는 숨결의 미세함까지 포착하려는 작가의 시도는
문장이란 스포이트에 오롯이 담기어 점점이 종이에 떨궈져 아름답게 퍼져나간다.
그 아름다운 무늬의 파동은 점차 전염되어 시험관은, 그 공간은 어느 이상향을 닮아간다.
그러나, 실험에서 얻고자하는 바를 취득한 연구원 마냥 작가는 어느 순간 그곳을 파괴한다.
그 돌발적인 파국은 강렬하게 심장을 할퀴며 고통의 비명을 내게 만들지만
납득할 수밖에 없는 노릇. 인간은 꿈에 취해 살 수 없기 때문에.
그 서글프나 압도적인 교훈에 가만히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읽은 지 대여섯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소설 속 인물들의 그 감정의 흔들림에
키보드를 두드리는 내 손에 아스라한 진동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