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설이란 무엇일까.
아니 내가 감히 좋은 소설이 대해 감평한다는 게 주제 넘은 일이다.
그래, 추리소설이라면 어쩌면 조금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1주일에 1권꼴로 책을 읽는다면 그 책들 중 절반은 추리소설.
글을 깨우치고 취향이란 것이 형성된 이후, 그러니까 내 나이 스무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십 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고(아, 미안하다. 십 년이 좀 넘었다) 그 기간 동안 읽은 추리소설을
따지자면 어림잡아 200권 정도 되지 않을까.
200이란 숫자가 어떤 자격을 부여하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내가 한 여자와 200번 키스를 나눴다한들 내가 그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거라곤,
기껏해야 그녀의 입술 감촉과 약간 어긋난 치열, 손 안에 모이던 가슴 크기 정도밖에 없을지도.
아니 200번의 키스를 나눴다면 조금 더 말할 것이 있을지도.
25번째 키스쯤에 그 이상의 것을 원하고 45번째쯤 청혼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하지만 현실은 첫번째 키스에 그녀의 몸을 탐하고 200번째의 키스는 기억하지 못하거나
200번째 키스를 채우지도 못하고 그녀가 떠나갔겠지...(말줄임표라니, 비겁하게.)
지금 다시 생각하니 내가 '좋은' 추리소설에 대해 말한다니 당치도 않다.
내가 좋은 여자에 대해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바에 혼자 앉아 새벽 2시까지 술병을 붙들고 있다가
변기를 붙들고 하소연하는 인간, 그게 나인데.
내가 200권의 추리소설을 읽었다 한들
그녀와의 남은 200번의 키스를 채울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이제는 쓰지 않는 블로그에 이런 글이 있었다.

그 블로그, 이제 보니 참 심란한 블로그였는데 이제 보니 웃기기도 하다ㅎ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6-08-25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