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여름 인도 맥그로드간즈에 있을 때 읽을거리에 고파 한국인 카페에 갔다가
이 책을 빌려 읽으며 꽤나 감동받았었다
(그때 <그리스인 조르바>도 다시 읽었는데 역시 너무나 좋은, 좋아하는 소설이라는 걸 실감).
얼마 전에 <에코토이, 지구를 인터뷰하다>를 샀더니 이 책 1권을 끼어줬고
오늘 네이버 '오늘의 책'도 이 책.
다음은 인도에서 읽으며 따놓은 문구들.
오늘 나는 누구인가? 지금의 이모습인 나는 어떻게 해서 이루어졌나? 그것이 내가 바라던 모습인가? 나는 내 노선을 고수했는가, 반대로 꿈을 저버렸는가? 길을 가는 동안 어떤 타협을 했으며, 어떤 의무를 포기했는가? 퇴장하기 전에 어떤 돌을 어떤 벽에 올려놓을 것인가?
다시 길을 떠났는데 여전히 기분이 우울했다. 누군가를 만나서 지금까지 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 손짓 몸짓으로 나누었던 것 이상의 대화를 하고 싶었다...... 모든 것이 공중에 매달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대장치가 있고 인물이 대기 중이고 이제 연극이 시작될 준비가 돼 있는데, 생명을 불어넣을 조명만 없었다. 어쩌면 내가 세상을 대낮같이 밝게 비추는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늙은 농부가 다가왔다. 우린 얘기를 나누었다.
"여기를 지나 실크로드로 간 사람이 있어."
나는 갑자기 도보여행의 동지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오래됐어요?" 모르겠다는 표정.
"이탈리아 사람이었어." "젊었어요, 늙었어요?" 또 모르겠다는 표정.
"이름이 마르코......"
"마르코 폴로?"
"그래, 그래......"
-<나는 걷는다 2> 60~61쪽
내 몸은 아우성치고 있다. 뻣뻣한 근육, 몇 킬로미터를 걷기만 해도 통증이 밀려오는 다리, 갑작스런 더위에 익숙하지 않아 아무리 물울 마셔도 가시지 않는 갈증,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금욕 생활을 부정하며 야한 장면을 연출하는 꿈 때문에 잠을 설치는 밤......
-<나는 걷는다 3> 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