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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
기리노 나쓰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지독히 잔인하다.
방실방실 웃으며 폐부에 칼을 뽑고 한 바퀴 돌리듯 잔인하다.
어떤 등장인물에도 깊은 호감을 가질 수 없을 만치 모든 인물들은
어딘가 끔찍하게 비뚤어져 있고, 그걸 드러내는 데 작가는 일말의 망설임이 없다.
등장인물에 대한 혐오는 읽으면 읽을수록 점층되고 그 등장인물이 표하는
악의들, 역시 점차 강렬해진다. 그리고 그 악의는 인간의 외면마저 추하게 만든다.
그리고 작가는, 역시 잔인하게 "너는 추하다"라고 노골적으로 서로 이야기하게 한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다다르고 작가는 '구원'을 잠시 보여주는 척하다가
인간의 '악의'는 변할 수 없다는 걸, 그 추함은 영원불멸토록 추하다는 걸
확인시키며 매조지한다.
이 지독한 이야기를 침대가에서 해치우고 밤새 악몽에 시달렸다는 건
내 안의 선함이 그나마의 존재감을 표출한 것일까
아님 내 안의 추함이 이제 나를 뒤덮으러 하는 것일까.
외모의 추함이 그 증거라면 나에게 너무 잔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