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1, 2월에 비해서 확실히 덜 읽고 있다.
아무리 걸어가면서 책을 읽는다 해도 출퇴근 시간이 10분 남짓으로 확 줄어든 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
리얼월드
기리노 나쓰오/윤혜원/마야
-기리노 여사님께서 어깨에 조금 힘을 빼고 쓰셨나 싶은.
더 파고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거기서 멈춘다. 그럼에도 기리노 여사의 인장은 오롯하다.
삼국전투기 1, 2
최훈/길찾기
-이 만화 칸칸에 무지막지하게 쑤셔놓은 패러디 코드에 감탄하기에 앞서
웃음이 먼저 터져나온다. 삼국지가 논술교재 따위로 소비되는 것보다
이런 패러디가 훨씬 건강하다.
로큰롤 보이즈
미카엘 니에미/정지현/낭기열라
-이 출판사에서 소개되는 책들은 우선 흥미가 당기지만, 읽으면 이상하게 나와 엇갈린다.
좋은 소설인 것 같기는 한데 말이지.
이름없는 독
미야베 미유키/권일영/북스피어
-아직까지는 올해의 베스트.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모리 에토/김난주 옮김/시공사
-표제작 읽기 전까지는 지나치게 모범적이고, 마치 90년 초중반 한국 단편집을 보는 듯한
(이후 한국 소설은 거의 전혀 안 읽어서 모르겠다) 느낌.
그렇지만 마지막에 수록된 표제작에 후둑 무릎이 꺾인다. 감탄스럽다.
그럼에도 너무 모범적으로 잘 쓴 게 마이너스라는 건 역시 어불성설인가.
살육에 이르는 병
아비코 다케마루/권일영/시공사
-놀랄 만한 서술트릭이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그리고 18금인 이유도 잘 모르겠다.
바리에떼
고종석/개마고원
-고종석의 글은 둘 중 하나다. 베끼고 싶게 포개지거나, 받아적고 싶게 계몽적이거나.
이번은 다소 후자.
쌀
쑤퉁/김은신/아고라
-세다. 383쪽 내내 징그럽게 세다. 그렇게 이끌고 가는 작가의 뚝심도 징그럽고
그걸 읽고 있는 나 자신도 징그럽다.
100번 울기
나카무라 코우/오근영/노블마인
-담담한 신파. 이런 소설을 즐겨보진 않지만, 가끔은 땡긴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별똥별 머신>처럼.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닉 혼비/이나경/문학사상사
-닉 혼비도 늙어가나보다. 남 늙음에 핀잔 줄 입장은 아니지만,
닉 혼비의 늙음은 아쉽다.
철콘 근크리트 1~3
마츠모토 타이요/김완/애니북스
-그의 진가는 한 권 한 권 더 보면서 새삼 절감한다.
에로틱
나예리 외/거북이북스
-성적 고양감과 상관 없이 분위기로 에로틱을 자아내는 몇 편의 단편들.
단어 에로틱에 짓눌린 어깨 굳은 몇 편의 단편들.
그리고 왜 실렸는지 이해할 수 없는 한두 편.
그대로 두기
다이애나 애실/이은선/열린책들
-동서나 고금이나 편집자 신세란 별볼일 없는 신세라는 걸 역설적으로 서술하며
거기서 살아남는 비법은, 신랄한 유머감각이라는 걸 보여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