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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유월의 복숭아 (총2권/완결) - 제로노블 050
유폴히 / 제로노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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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물 #순정남 #상처녀


반복해서 생을 다시 사는 것. 회귀 혹은 루프물이라고 부르는 장르는 꾸준히 인기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웹소설 ‘이 결혼은 어차피 망하게 되어 있다’, ‘리셋팅 레이디’ 등이 있다. 이렇듯 주인공이 지난 생을 기반으로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는 많은 소비자에게 재미 요소로 다가왔다.

그 중에서 유폴히 작가의 ‘유월의 복숭아’는 기존 작품들과 차별점을 두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선 여자주인공 레아의 일차적인 목표가 회귀를 벗어나는 게 아닌 망쳐버린 지난 생과 다르게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주인공 줄리앙도 회귀자라는 점을 ‘푸른 드레스’나 ‘완벽한 결혼식’을 통해 은은하게 드러낸다. 순식간에 사랑에 빠진 레아가 그의 비밀을 알아챈 순간에서 줄리앙의 첫 번째 생으로 이동하며 어렴풋이 짐작하던 그의 과거가 드러난다.

평범한 회귀물인 줄 알았던 스토리는 레아가 기억하지 못하는, 줄리앙의 수많은 생을 통해 가슴 아픈 로맨스 판타지로 변모한다. 애틋했던 첫 만남부터 반복하는 죽음과 절망을 거치며 줄리앙의 사랑은 깊고 단단해진다. 모든 이야기를 알게 된 레아의 다음 생엔, 아무도 유월의 복숭아를 먹지 않으며 둘은 오랜 시간 바랐던 온전한 삶과 사랑을 갖는다.

작가는 운명과 죽음이라는 초월적인 역경을 딛고 이뤄진 연인의 사랑을 이야기하며, 우리 시대의 사랑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줄리앙과 레아의 첫 번째 결혼 생활을 다시 들여다보면, 사랑하지만 다투는 두 연인의 이야기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다. 여기서 줄리앙은 연인을 잃고, 다시 부여받은 생도 레아를 위해서만 쓰는 점에서 환상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최근 한 설문조사의 ‘다음 생에 태어나도 현재 배우자와 결혼하겠다’는 질문에 남녀 열 명 중 세 명이 다른 배우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렇듯 곁에 있는 사람과 돌부리만한 갈등 때문에라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십대, 이십대의 애틋한 첫사랑은 더더욱 마음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런데 줄리앙은 커다란 역경을 짊어지고서도 레아만을 사랑한다.

수없이 반복하는 생 안에서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건, 카리안의 말처럼 ‘집착’에 가깝다. 그러나 레아를 맞이하기 위한 줄리앙의 완벽에 가까운 준비와 그의 행복, 설렘은 이 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환상적인 요소다. 그 마음을 이해하고 열렬히 사랑한 레아와의 관계는 동화 속 왕자님과 공주님처럼 느껴지며, 절절한 사랑에 눈물 맺게도 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간의 갈등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저주라는 커다란 운명이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해하는데도 두 사람의 끈끈하고 영원한 사랑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가끔은 불행할지라도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약속은 독자를 애정으로 충만한 현실과 다른 세계로 데려다 주기에, 많은 사람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레아, 당신은 좀 특별한 사람이군요. 꼭 미래와 과거가 뒤죽박죽된 사람처럼 말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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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살아남은 왕녀의 웃음 뒤에는 (19금 개정판) (외전 포함) (총5권/완결)
아미드 / FEEL(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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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략결혼 #다정남 #상처녀


<살아남은 왕녀의 웃음 뒤에는>을 처음 마주한 건 네이버 시리즈였다. 로판 웹소설 일간 순위 상위권에서 내려오지 않는데다 댓글창에는 사람들의 극찬도 줄줄이 달려있어 재미가 보증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침 내가 애용하는 리디에 완전판 단행본으로 판매 중이길래 구매하였다. 시리즈에서는 15세 이용가로 제공되고 있던 터라, 리디에서 잘리는 장면 없이 볼 수 있겠다는 판단도 한 몫 하였다.

미친 척을 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했던 왕녀 미에사와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에이릭의 첫 만남부터 나쁘지 않았다. 미친 사람도 사람으로 대우하는 그의 다정함은, 로맨스판타지 장르에서 꾸준히 유행하고 있는 '후회남'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오히려 반가웠다.

누군가는 에이릭이 미에사에게 빠진 개연성을 못 찾겠다고 한다. 예쁜 얼굴 외엔 사방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게 하루 일과인데다, 말도 생각도 어수룩한 미에사의 어떤 점이 눈에 밟혔을지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에사의 순수하면서도 꺼지지 않는 삶의 열망이 그를 잡아챈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에사는 실수도 잦고 상처도 많지만 그건 에이릭에게 중요하지 않다. 더 배우고 기억하려는 의지, 그에게 도움이 되려는 마음, 그를 필요로 하는 조금은 이기적인 마음까지도 다 사랑의 원인이 된 것이다.

이 소설에서 빌런은 미에사의 이복형제 베르멜 왕이었는데, 미에사에게 크나큰 고통과 상처를 주는 이유가 너무 멍청해서 허무할 지경이다. 바로 선황제와 똑 닮은 딸임에도 미에사의 어머니가 부정을 저질렀을 거라는 심증 때문이다. 미에사에게 큰 상처를 준 베르멜이 사연 있는 빌런이 아닌 비이성적인 폭군이라 오히려 소설의 진행 자체는 쉬웠다. 전개 자체는 권선징악의 문법을 따르고 있지만 미에사는 그들을 용서와 자애로 감싸준 것이 아닌 잔인한 복수를 진행한다.

그 전의 순수하던 미에사가 맞는지 의문이 들지만, 유약한 사람이었다면 유혈이 낭자하던 왕궁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기를 쓰고 아득바득 살아남았다. 그랬던 그가 금의환향한 후로 자비를 보여줄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그에게 괴로움을 준 인물들에게 새 인생이나 고통 없는 죽음을 주었으면 어색했을 것이다. 순수하기에 거리낌없이 마음 가는대로 행동한 것이다.

그런 미에사에게 제동을 건 사람이 바로 에이릭이다. 완전한 복수를 빼앗는 대신 좋은 기억으로 채운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겠노라 말하는 에이릭을 보며 미에사와 독자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누군가 내심 멈추어주길 원했던 구간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을 완독하니, 리디 취향의 독자들에겐 크게 호감으로 다가오지 않지만 시리즈 독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을 만한 소설이라고 느껴졌다. 우선 리디 로판 웹소설에서는 농밀한 관계가 잘 드러나는 19금 소설이 주류다. 반면 네이버 시리즈의 경우 네이버 웹툰을 통해 유입되는 독자가 많아서인지 웹툰 원작 소설이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독자들도 카카오페이지나 리디에 비해 대중적인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보인다.

완전판으로 구매했음에도 둘 사이의 관계가 잦지도 않고 엄청나게 수위가 높은 것도 아니라 리디의 자극적인 소설들에 길들여진 독자들에겐 지루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살아남은 왕녀의 웃음 뒤에서>를 읽고 원작이 궁금해진 사람들에겐 네이버 시리즈의 15금 버전의 소설도 충분히 개연성과 재미를 두루 갖춘 소설로 느껴질 것이다.

이렇듯 잘 쓴 소설이라도 어떤 독자층을 타겟으로 하는지에 따라 평가와 판매량이 달라질 수 있다. 최근에는 플랫폼 독점으로 소설을 출간하는 경우가 많던데, 소설의 특징과 컨셉에 따라 하나의 플랫폼에 집중하는 방법도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당신, 죽, 는 거 싫어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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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내 벽을 움킨 해일 (외전 포함) (총4권/완결)
디키탈리스 / 에이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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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물 #학원물 #라이벌/앙숙


<내 벽을 움킨 해일>의 첫 인상은 '새롭다'였다. 왜냐하면 주인공 이야라가 벽 안으로 들어와 아카데미로 떠나기 전까지의 서사 때문이다. 부모가 바뀌어 벽 바깥에서 부랑자 생활을 하던 이야라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지만, 그 자리를 채우고 있던 사촌 산도르아와 갈등을 겪는다. 가지고 있던 자리를 잃어 자격지심으로 대하는 산도르아와 그에게 다가가려는 이야라의 서사는 이 작품이 로맨스판타지라는 걸 잊게 만든다.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어리숙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두 아이를 응원하게 된다.

로맨스판타지의 여주인공을 둘러싼 주변인물들은 무조건적인 내 편 혹은 무조건적인 악역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야라가 새로운 가족 안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적응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시작하여 독자에게 새로움을 주었다.


작품의 세계관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판타지적 요소를 적절히 가미해 남주인공 일린저와 만나는 등 여러 상황들을 만들어갔다. '빛'은 일반적인 판타지물의 '마나'나 '정령'과 비슷한 개념으로 등장하여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제목에도 등장하는 '벽'의 비중이 적은 점이 아쉽다. 게다가 이야라가 벽 바깥에서 살다 벽 안으로 들어와 예레카라는 '벽을 지키는 자'의 임무를 맡기 위해 노력했기에 독자는 자연스레 '벽'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전반적인 세계관 구축을 위해 짧게 등장했을 뿐 제목으로 사용할 만큼의 의미가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아카데미에 들어서서는 기숙사 생활과 1년마다 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평범한 학원물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쌍둥이 룸메이트 폰과 린, 유력한 약혼 후보 에이버넷 등 여러 등장인물이 새로 나왔으나, 주인공 이야라 시점으로 그들의 행보가 납작하게 표현되곤 했다. 특히 아카데미에 오기 전 이야라와 대립을 세웠던 아킨은 이유 없는 괴롭힘을 당하다 유급을 당하며 작품에서 퇴장하게 되었다. 이야라의 관심 속에 있는 일린저만 비중 있게 등장하고, 서브남주 위치에 있는 에이버넷은 약혼 후보라는 빈약한 이유로 챙겨주는 듯하지만 금새 내팽겨친다. 아카데미에서의 인연이 졸업과 동시에 끊어지고, 혈육인 산도르아마저 존재감이 매우 희미해졌다.

로맨스판타지 장르 자체가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관계 속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학원물의 묘미는 여러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유독 돋보이는 두 주인공의 서사와, 그들의 사랑을 돕거나 방해하는 여러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졸업 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이야라와 일린저의 위치가 귀족과 왕족이지만, 한번쯤은 아카데미의 인연들이 잘 지낸다는 안부라도 물어왔으면 좋았을 것이다. 독자들은 두 주인공의 행복은 물론, 그들을 도운 등장인물들의 행복도 함께 빌기 때문이다.


신분 차이로 갈등을 겪으며 사랑을 의심하던 두 주인공의 결말은 평범한 로맨스판타지의 정석이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그들이 원하는 자리에서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다. 상당히 뻔하지만 이 결말에 의미가 있다면 남주인공인 일린저가 왕족으로서 지위를 포기하고 여주인공 이야라의 곁으로 왔다는 것이다. 물론 두 주인공 모두 적법한 혈통이기에 각자의 지위를 얻었다. 이야라는 벽 바깥 출신으로 스스로를 증명하며 자신을 아껴준 가족을 위해 예레카의 자리를 지켜야했고, 일린저는 왕이 되고 싶지 않다는 스스로의 마음을 깨달아버렸다.

다양한 로판 작품들에서 '신데렐라' 여주인공이 고위 신분인 남주인공의 신분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왕족인 일린저가 본인의 신분을 포기한 점에서 소소한 반전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이야라의 시선에서 따라온 독자들은 그리 놀라운 사실이 아닐 것이다. 저자는 충분한 서사를 통해 당연히 일린저가 이야라를 선택할 것이라고 알려주었고, 그의 선택은 굉장히 개연성 있는 행보다.


총 세 권에 외전 한 권으로 분량도 적지 않고 그들의 서사도 잘 녹아들어 있으나, 이야라와 산도르아의 독특한 관계성을 조금 더 부각했더라면 일반적인 학원물과 다른 매력으로 독자에게 어필되었을 것이다. 작품 초반에 공들여 쌓은 그들의 관계를 돌이켜 생각하면 산도르아의 퇴장이 마냥 납득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밀려오는 감정을 느끼며 주인공들을 응원하게 되는 건 분명하다. 앙숙에서 연인으로, 연인에서 군신으로, 군신에서 다시 연인으로 변화하는 관계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한 번만 나 사랑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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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독립출판 우리, 독립출판 1
북노마드 편집부 엮음 / 북노마드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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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독립출판의 과정이나 방법을 말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펼쳐보니 '자기 자신만의 책을 완성한 독립출판 작가들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작가님들에게 하는 질문의 구성은 한두 개를 제외하고 거의 같았다. 그 덕분에 한 주제에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 중 내게 도움이 되었던 질문을 꼽아보았다.


1. 자신의 책을 쓰고 만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언제, 어떤 것과 마주했을 때 '굳이'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하나요?

2. 독립책방과 독립출판물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은 왜 독립책방을 찾아서 독립출판물을 사고 읽는 걸까요? 그곳에서, 그 책을 통해 어떤 가치를 찾고 있는 걸까요?

3. 첫 책은 몇 부를 찍었나요? 총 제작비는 어느 정도 소요되었나요? 제작비는 어떻게 마련했는지 궁금합니다.

4. 독립출판은 작가가 직접 제작-입고-유통을 주도적으로 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편집-디자인-인쇄 등은 어떻게 해결했나요? 독립책방 유통도 직접 챙겨서 하고 있나요?


  각기 다른 이유로 독립출판을 시작한 이야기를 보며, 내가 독립출판을 고민하게 된 이유가 너무 세속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어쩜 이렇게 삶을 직시하고 인간을 바라보는지 대단하고 멋지다고 느꼈다.


  작가님들이 생각하는 독립출판을 찾는 이유를 보며 내가 도전하고자는 독립출판의 대상을 고민해보았다. 기성출판, 서점에서 말하지 않는 진솔하고 발칙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서점이 정해준 목록이 아닌, 내 입맛대로 책을 고를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자 하고, 스스로 결정하고 사는 삶을 동경하기 때문이라는 말에 공감했다. 물론 어떤 작가님은 '독립출판물을 사서 읽는 이유나 가치는 보통의 책과 다르지 않다'고 했지만.


  초판은 20부부터 300부까지 다양한 부수로 찍었다는 걸 알았다. 검색해서 찾아보았을 땐 대부분 100부 정도라고 어렴풋이 알게 되었는데 역시 모아보니 각자 스타일에 맞추면 되겠다.


  어떤 작가님은 정말 삶의 깊이가 남 다르게 깊다는 인상을 주었지만, 어떤 작가님은... 예술에 심취한 듯 보였다... 각자의 개성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이 책의 재미가 오지만 '엥?'스러운 부분도 분명 있었다... 독자를 생각하지 않고 뱉는 말들에서 이 작가의 책은 읽어보고 싶지 않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가 떨어져나가는 인터뷰는 왜 했을까? 독립출판의 '발칙함'이 이런 거라고 생각하는 분인가 싶었다. 전혀 아닐 듯하지만.


  독립출판에 이제 막 입문을 준비하는 예비 과정 중(ㅋㅋㅋㅋ)이라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 <언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아트북 페어도 알게 되었다. 인스타그램도 팔로우해두었다.


  인터뷰 모음집인 만큼 정보를 얻기 좋은 책은 아니지만, 각자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마음에 와 닿았던 이야기들은 조금 발췌해두었다.

순간순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일상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을 잘 해낼 때 꿈을 이루었다고 하는 것 같아요. 우리에게 삶이란 오늘 하루예요. 그 하루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면 그것보다 아름다운 삶은 없을 거예요. - 김경희 《컨셉진》 편집장의 말 - P92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의 책으로 담아내는 일은 어떤 매체도 대신할 수 없는 손에 잡히는 완결성이라는 매력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 라야의 말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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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무엇인가
유종호 지음 / 민음사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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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체적 독자가 되기 위한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


주체적 독자란 정보를 무작정 수용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문학을 읽는 사람을 뜻한다. 흔히 초중고 교과 과정에서 시나 문학을 배우면서 주체적 독자로서의 모습을 잃게 된다. ‘눈’은 ‘소복소복’ 내리고 ‘봄’은 ‘생명의 탄생’으로 굳어졌다. 혹은 조지훈의 <승무>가 그의 최고의 시라고 말하기도 한다.


고등학생 때 나는 이상의 시와 산문을 좋아해서 전집을 구매해 읽었다. <날개>를 읽으며 근대 문학인의 방황과 남들과 다른 특별함에 반했다. 보통 <오감도 시제1호>나 <날개>만이 교과서에 실려 있어, 다른 작품들은 내 나름대로 해석을 덧붙이며 읽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제대로 읽은 것이 맞는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 몇 없는 해설을 찾곤 했다. 올바른 독서와 해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사람의 견해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더 쉽게 문학을 이해하려 했다.


주체적 독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야 한다. 박꽃이 흰색인 걸 알아채야 ‘숯불이 박꽃처럼 새워간다’에서 하얗게 타고 있는 숯불을 바라볼 수 있다. 스스로 문학을 읽어서 체화된 간접 경험들은 등에 사과가 박힌 청년이 누구인지 알게끔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시 안에 숨어있는 표현들을 잘 잡아채야 한다. 행과 행 사이에 발견되길 원하는 말들이 있다. 누가 찔러주기 전에 먼저 파악해야 한다. 사실 내 또래들은 거의 잘 하지 못하는 일이다. 문학에서 정답을 찾는 일을 십수년 간 했더니 이젠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문학을 접하고 있다.


결국 주체적 독자가 되기 위해선 훈련이 필요하다.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책에서는 쉬운 시와 어려운 시가 아닌 좋은 시와 안좋은 시가 존재한다고 한다. 너무 많은 정보를 숨기거나 알려주지 않는 시는 안좋은 시이고 수수께끼같은 시라고 한다. 하지만 적절히 <맹아적 힘>을 갖춘 시들에서 다양한 암시를 찾아내고 여러 해석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주체적 독자가 되기 위해선, 좋은 시를 읽고 그 안에서 나의 뜻대로 시어들을 해석하고 드러난 정보들을 조합해 나의 감상으로 만드는 훈련이 필요하다.



2. 비유가 말의 장식이 아니라 언어의 구성요소라면 어떻게 시에 써야 할까?


책에서 비유는 ‘말의 장식이 아니라 언어의 구성요소’이고 ‘사람들은 말로써 생각하고 비유로써 생각한다’고 말한다. ‘집값이 오른다’도 오를 수 없는 집값이 헬리콥터마냥 오른다고 표현되어 있으니 비유라고 한다. 우리가 쓰고 있는 많은 말들은 비유이기 때문에 그저 수사적 장식으로 치부하면 안된다.


그렇다면 이런 비유는 어떻게 시에 쓸 수 있을까? 시란 나의 말로 99%를 채우는 문학이고, 관습과 상투는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배웠다. 평화의 상징으로 비둘기를 내세우고 열정을 불꽃으로 표현하는 것은 상투적인 비유다.


이런 말들은 빼고 비유(특히 은유)로 시를 쓰기 위해서는 사물과 수단 사이에 유사성과 차이점을 관찰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구름을 개의 한 종인 비숑에 비유하려 한다. 하얗고 몽실한 외관이 닮아있고,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도 닮았다. 하지만 엄연히 다른 사물이고 이것을 읽는 사람 모두가 알고 있다.


시에서는 정서나 상황을 표현할 때 적절한 말을 사용하는 것은 빼놓을 수 없다. 비유로 채워진 시에서는 앞서 말한 하늘을 ‘솜사탕’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양떼’라고 부를 수 있다. 시인은 이 필수불가결한 비유를 가지고 시 안에 꼭 들어맞는 단어를 써야 한다.


‘가장 시적인 것은 시적이지 않다’고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밥먹듯이 하는 비유를 그대로 시에 적용하지 않고 색다르고 아이의 눈처럼 때묻지 않는 시선으로 사용해야 한다. 내 주변의 것을 낯설게 보고 다르게 보는 연습을 통해 내 손발을 부리듯이 비유적인 표현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3. 관습은 우리를 구속하고 한정한다. 시는 이 안에서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까?


시라는 형식 자체도 하나의 관습으로 우리를 한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는 서정장르로 감정이나 정서를 드러내야 하고, 행과 연으로 이루어져 있고, 산문시도 산문과 차이를 두어야 한다.


이렇게 수많은 관습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 책은 ‘참다운 시인은 관습의 구속에서 도리어 자유를 경험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관습의 굴레를 수락하면서 거기서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이 시적 재능이기도 하다. 예술적 재능이 대체로 그러하다’고 말하고 있다.


시를 쓸 때 가장 먼저 우리를 구속하는 관습은 행과 연일 것이다. 주어진 무한한 행과 연에 어떤 말을 넣을지 결정하는 것은 시인이다. 하지만 고민에 빠진다. 예쁘지 않은 시를 만들기 위해선 이마저도 다 없애버리고 정형시 대신 완벽한 자유시를 써야하는 건 아닐까? 21세기의 이상이 되어볼까?


구속을 완전히 벗어나버리면 그것이 시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는 독자를 고려해야 한다. 독자가 시를 시라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어 두는 것이 관습이라고 생각한다. 이 관습을 통해서 독자에게 작품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본다.


결국 나를 구속하고 한정하는 관습 안에서 최대한 뒤척여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침대에서 굴러떨어지지 않기 위해 그 안에서만 뒹굴거리듯이, 시라는 갈래 안에서 비유를 사용하고 나만의 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 참고사항 : 국어국문학과 '시창작론' 전공수업의 과제로 제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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