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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유월의 복숭아 (총2권/완결) - 제로노블 050
유폴히 / 제로노블 / 2018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핵심 키워드
#루프물 #순정남 #상처녀
반복해서 생을 다시 사는 것. 회귀 혹은 루프물이라고 부르는 장르는 꾸준히 인기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웹소설 ‘이 결혼은 어차피 망하게 되어 있다’, ‘리셋팅 레이디’ 등이 있다. 이렇듯 주인공이 지난 생을 기반으로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는 많은 소비자에게 재미 요소로 다가왔다.
그 중에서 유폴히 작가의 ‘유월의 복숭아’는 기존 작품들과 차별점을 두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선 여자주인공 레아의 일차적인 목표가 회귀를 벗어나는 게 아닌 망쳐버린 지난 생과 다르게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주인공 줄리앙도 회귀자라는 점을 ‘푸른 드레스’나 ‘완벽한 결혼식’을 통해 은은하게 드러낸다. 순식간에 사랑에 빠진 레아가 그의 비밀을 알아챈 순간에서 줄리앙의 첫 번째 생으로 이동하며 어렴풋이 짐작하던 그의 과거가 드러난다.
평범한 회귀물인 줄 알았던 스토리는 레아가 기억하지 못하는, 줄리앙의 수많은 생을 통해 가슴 아픈 로맨스 판타지로 변모한다. 애틋했던 첫 만남부터 반복하는 죽음과 절망을 거치며 줄리앙의 사랑은 깊고 단단해진다. 모든 이야기를 알게 된 레아의 다음 생엔, 아무도 유월의 복숭아를 먹지 않으며 둘은 오랜 시간 바랐던 온전한 삶과 사랑을 갖는다.
작가는 운명과 죽음이라는 초월적인 역경을 딛고 이뤄진 연인의 사랑을 이야기하며, 우리 시대의 사랑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줄리앙과 레아의 첫 번째 결혼 생활을 다시 들여다보면, 사랑하지만 다투는 두 연인의 이야기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다. 여기서 줄리앙은 연인을 잃고, 다시 부여받은 생도 레아를 위해서만 쓰는 점에서 환상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최근 한 설문조사의 ‘다음 생에 태어나도 현재 배우자와 결혼하겠다’는 질문에 남녀 열 명 중 세 명이 다른 배우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렇듯 곁에 있는 사람과 돌부리만한 갈등 때문에라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십대, 이십대의 애틋한 첫사랑은 더더욱 마음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런데 줄리앙은 커다란 역경을 짊어지고서도 레아만을 사랑한다.
수없이 반복하는 생 안에서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건, 카리안의 말처럼 ‘집착’에 가깝다. 그러나 레아를 맞이하기 위한 줄리앙의 완벽에 가까운 준비와 그의 행복, 설렘은 이 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환상적인 요소다. 그 마음을 이해하고 열렬히 사랑한 레아와의 관계는 동화 속 왕자님과 공주님처럼 느껴지며, 절절한 사랑에 눈물 맺게도 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간의 갈등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저주라는 커다란 운명이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해하는데도 두 사람의 끈끈하고 영원한 사랑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가끔은 불행할지라도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약속은 독자를 애정으로 충만한 현실과 다른 세계로 데려다 주기에, 많은 사람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레아, 당신은 좀 특별한 사람이군요. 꼭 미래와 과거가 뒤죽박죽된 사람처럼 말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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