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세트] 살아남은 왕녀의 웃음 뒤에는 (19금 개정판) (외전 포함) (총5권/완결)
아미드 / FEEL(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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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키워드

#정략결혼 #다정남 #상처녀


<살아남은 왕녀의 웃음 뒤에는>을 처음 마주한 건 네이버 시리즈였다. 로판 웹소설 일간 순위 상위권에서 내려오지 않는데다 댓글창에는 사람들의 극찬도 줄줄이 달려있어 재미가 보증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침 내가 애용하는 리디에 완전판 단행본으로 판매 중이길래 구매하였다. 시리즈에서는 15세 이용가로 제공되고 있던 터라, 리디에서 잘리는 장면 없이 볼 수 있겠다는 판단도 한 몫 하였다.

미친 척을 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했던 왕녀 미에사와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에이릭의 첫 만남부터 나쁘지 않았다. 미친 사람도 사람으로 대우하는 그의 다정함은, 로맨스판타지 장르에서 꾸준히 유행하고 있는 '후회남'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오히려 반가웠다.

누군가는 에이릭이 미에사에게 빠진 개연성을 못 찾겠다고 한다. 예쁜 얼굴 외엔 사방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게 하루 일과인데다, 말도 생각도 어수룩한 미에사의 어떤 점이 눈에 밟혔을지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에사의 순수하면서도 꺼지지 않는 삶의 열망이 그를 잡아챈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에사는 실수도 잦고 상처도 많지만 그건 에이릭에게 중요하지 않다. 더 배우고 기억하려는 의지, 그에게 도움이 되려는 마음, 그를 필요로 하는 조금은 이기적인 마음까지도 다 사랑의 원인이 된 것이다.

이 소설에서 빌런은 미에사의 이복형제 베르멜 왕이었는데, 미에사에게 크나큰 고통과 상처를 주는 이유가 너무 멍청해서 허무할 지경이다. 바로 선황제와 똑 닮은 딸임에도 미에사의 어머니가 부정을 저질렀을 거라는 심증 때문이다. 미에사에게 큰 상처를 준 베르멜이 사연 있는 빌런이 아닌 비이성적인 폭군이라 오히려 소설의 진행 자체는 쉬웠다. 전개 자체는 권선징악의 문법을 따르고 있지만 미에사는 그들을 용서와 자애로 감싸준 것이 아닌 잔인한 복수를 진행한다.

그 전의 순수하던 미에사가 맞는지 의문이 들지만, 유약한 사람이었다면 유혈이 낭자하던 왕궁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기를 쓰고 아득바득 살아남았다. 그랬던 그가 금의환향한 후로 자비를 보여줄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그에게 괴로움을 준 인물들에게 새 인생이나 고통 없는 죽음을 주었으면 어색했을 것이다. 순수하기에 거리낌없이 마음 가는대로 행동한 것이다.

그런 미에사에게 제동을 건 사람이 바로 에이릭이다. 완전한 복수를 빼앗는 대신 좋은 기억으로 채운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겠노라 말하는 에이릭을 보며 미에사와 독자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누군가 내심 멈추어주길 원했던 구간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을 완독하니, 리디 취향의 독자들에겐 크게 호감으로 다가오지 않지만 시리즈 독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을 만한 소설이라고 느껴졌다. 우선 리디 로판 웹소설에서는 농밀한 관계가 잘 드러나는 19금 소설이 주류다. 반면 네이버 시리즈의 경우 네이버 웹툰을 통해 유입되는 독자가 많아서인지 웹툰 원작 소설이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독자들도 카카오페이지나 리디에 비해 대중적인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보인다.

완전판으로 구매했음에도 둘 사이의 관계가 잦지도 않고 엄청나게 수위가 높은 것도 아니라 리디의 자극적인 소설들에 길들여진 독자들에겐 지루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살아남은 왕녀의 웃음 뒤에서>를 읽고 원작이 궁금해진 사람들에겐 네이버 시리즈의 15금 버전의 소설도 충분히 개연성과 재미를 두루 갖춘 소설로 느껴질 것이다.

이렇듯 잘 쓴 소설이라도 어떤 독자층을 타겟으로 하는지에 따라 평가와 판매량이 달라질 수 있다. 최근에는 플랫폼 독점으로 소설을 출간하는 경우가 많던데, 소설의 특징과 컨셉에 따라 하나의 플랫폼에 집중하는 방법도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당신, 죽, 는 거 싫어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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