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 - 31편의 명작 소설이 말하는 사랑과 연애의 모든 것
잭 머니건.모라 켈리 지음, 최민우 옮김 / 오브제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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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연애수업을 듣기는 그렇고 두 저자가 다루는 고전소설에 구미가 당겼다.

오래전에 쓰여졌지만 시대를 관통하며 지금도 그 명맥을 유지하는 고전소설들을 접할때면

세월의 간극으로 간혹 쉽게 접근되지 않는 소설들도 있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시대정신이나 사람들이 대면한 문제,

심지어 인간 그 자체에 대한 면면을 다루는 어떤 소설들은 지금 읽어도 전혀 무색하지 않는 감흥을 일으키고 공감을 표하게 된다.

그 대표적 소설이 최근에 읽은 제인 오스틴의 책들이다.

그녀의 책이 영미문학을 공부할때 교재로 첫손에 꼽힌다는 그런 문학적 가치를 차치하고라도

나는 그녀의 소설을 통해 18세기~19세기 여성과 남성들이 당면해 있던 결혼관 또는 연애관을 엿볼수 있었는데

모두가 결혼을 통해 보다 안정된 삶을 추구하고자 혈안일때 제인은 사랑없는 결혼의 무미건조한 삶도

또 무모할 정도로 사랑 하나만 믿고 결혼을 결정해 버리는 사랑에의 과신으로 인한 과오에 대해 일침을 가하듯 소설에 자신의 연애관을 적어놓았다.

책에도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다루고 있고 책의 저자 잭 머니건이 「오만과 편견」의 두 주인공이 나눴던 연애를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 들려줄 때는

내가 이해한 방식과 다른 식의 이해를 엿볼수 있어 같은 책을 읽고도 충분히 다르게 풀이되고 이해될 수 있구나 하는 점을 받아들이게된다.

이렇듯 책에는 모두 31편의 고전 소설이 다뤄지고 그 소설속에 등장하는 남여 사이에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연애를 꺼집어내어

21세기 현대, 그것도 트렌드를 이끄는 뉴욕에 사는 남여 두 저자가 소설속의 연애방식이 현재에도 타당성이 있는지,

소설속의 주인공들이 간과한 것은 무엇인지, 그래서 연애는 어떻게 해야 하는게 맞는건지에 대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한 저자가 어떤 소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 다른 저자가 그에 대한 자신의 또다른 생각을 말하고...

책의 구성이 재미있다.

나는 여성이다보니 남성저자인 잭의 이야기, 그러니까 남성의 관점에서 바라봐지는 연애에 더 관심이 컸는데

그렇다해서 토론은 절대 아니고 상대저자의 생각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기도 하거나 때론 반대 생각을 표현하면서

정말 솔직한 감정을 기술해 놓았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편에 잭과 모라는 소설속에 등장하는 남여간의 섹스에 대한 부분을 다루면서 자신들의 그 경험조차 과감히 드러내기도 하는데

잭이 다룬 「채털리 부인의 연인」에서 '섹스 후에 말해선 안 될 열 가지'는 맙소사..소설속에서 이런식으로 계명을 끌어낼 수도 있구나 싶은..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다루면서 모라는 원칙과 법을 지나치게 지키는 제인을 통해 원칙이란게 어느정도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못했던 제인을 모라는 비겁한 인물이라 몰아세우며 만약 당신이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되면 관습에 매달리다가 일을 망치지 마라고 조언한다.

아마 모라의 이런 관점에서의 해석이 고전소설이 쓰여지던 당시의 환경과 달리 변해버린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된 사고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31편 각각의 고전소설에서 다뤄지는 남녀간의 애정과 애정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두 남녀 저자가 책속의 연애를 바라보며 말하는 자신들의 연애관,

그것들 사이에서 어쩔수 없이 드러나는 생각의 차이..이런 것들을 읽으며 제3의 입장에 서있는 독자는 과연 소설의 원저자의 생각에 동의할 것인지,

아니면 그 소설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는 두 남녀 저자에 동의할 것인지,

이도저도 아니면 자신만의 또다른 생각으로 이들을 반박하게 될 것인지...한바탕 토론을 벌이기에도 괜찮은 소재 같다.

그러면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지만 읽지못한 숱한 고전소설을 '연애'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접근해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책읽기가 되지 않을까 싶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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