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모든 것 안녕, 내 모든 것
정이현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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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생인 정이현 작가와 비슷한 세대인 나도 90년대에 대학생활을 지나고 내 청춘을 보냈다.

90년대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제 까마득하게 느껴지기만 한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 그런일이 있었지',  '맞아, 이런 사건도 있었어'하며 잊혀져 가고 있던

아슴푸레한 일들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세미, 준모, 지혜와 함께 거니는 90년대의 파편들로

책을 읽는 동안 잠시 그때로 돌아간 게 전부일 뿐,

책에 등장하는 세아이 중 어느 누구에게도 공감되지 않고 이야기에 몰입되지 않는다.

 

너는 모른다에 등장했던 껍데기 뿐인 가족이 세미의 배경에 오버랩 된다.

그런 세미에게 잠시 동정이 일긴 하지만 이런 배경의 아이들은 여느 소설에서도 익히 너무 많이 봐왔고

다른 친구들 준모와 지혜에게서도 별다른 특징을 찾지 못했다.

이야기 가운데 정말 뜬금없어서 황당했던 부분은 세미가 준모의 과외 선생인 성우형과 관계를 갖는 부분이다.

이 부분이 이야기에 꼭 있어야 했던 것인지,

준모가 세미를 좋아하는 부분에서 자신에게 좌절하는 이야기로 이끌기 위해 해놓은 장치치고는 느닷없는 비약이란 느낌이 강했다.

점쟁이의 말대로 잊고 잊히며 있는 듯이 없는 듯이 지나오던 세미가 마치 갑작스레 자신을 버려버리는 식이어서 세미가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준모가 앓고 있는 뚜렛증후군을 너무 전면에 내세우는 바람에 준모를 둘러싼 이야기를 치밀하게 엮었다기보다

준모의 모든것이 뚜렛증후군에 파묻혀 버린 느낌.

세미 할머니를 묻은 후 세 친구는 흩어진채 각자의 길에서 자기 삶을 살고 있다.

그것이 현재다.

그들은 그렇게 90년대를 통과했고 지금의 나처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책에서는 좀체로 잡아내기가 힘들었는데

《작가의 말》에서 적고 있는 이 말이 아닐까싶다.

 

맞서 싸울 절대악조차 없는 속되고 불확실한 세계. 가만히 존재하는 것만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그들의,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틈. -p.252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내리고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이 사망한 90년대,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90년대를 지나 살고 있는 2010년대도 세상은 그리 달라져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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