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 신화 속에서 건져올리는 삶의 지혜 50가지
송정림 지음 / 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언제였던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었다.

유수의 번역서들 가운데 뛰어난 번역서로 손꼽히는 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산재해 있던 이야기를 어느정도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학창시절 선생님이 들려주셨던 이야기들,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도 모를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들,

출처가 떠오르지 않은채 기억속에 희미해져 있는 이야기들은 그때까지 뼈대없이 토막난 채로 흩어진 채였다.

갑자기 모든 동기를 차치하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어야할 필요가 절실했었다.

 

신화는 기억도 할 수 없을 만큼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 사람이 아니지만 그들 간의 사랑과 질투, 그리고 다툼과 반목이 횡행했다.

그저 재미로 읽기로는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매달리는지, 그리고 인용되어지는지 살짝 궁금함이 일기도 했지만

역시나 그때엔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읽은 것에 만족하고 책을 덮었었다.

이제 또다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입속에 넣어진 밥을 그냥 씹기만 해도 될 만큼 신화를 꺼내어 들려주고 그 이야기에서 꺼집어 낼 수 있는 지혜들을

차곡차곡 실어 놓았다.

독자는 그저 꼭꼭 씹어서 몸에 유익한 단물을 있는대로 빨아먹으면 되도록 손질을 다해놓았다.

그래서 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친절히 떠먹여줘 아쉽기도 하다.

 

책에는 희망사랑욕심삶의 의미삶의 자세에 관해 들려주고자 하는 신들의 이야기 그리고 인간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예전의 기억이 상기되지만 그때 미처 깨닫지 못하고 넘어갔던 이야기들에 작가는 자기만의 깨달음을 풀어놓는다.

그 깨달음이 어찌도 그리 지혜로운지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이런 깊은 의미가 담겨있었는지 예전에 미처 몰랐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서 길어올린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의 교훈은

자기중심적이거나 집단이기주의가 만연한 현대인들에 경종을 울린다.

다름을 틀림으로 매도하던 문화에서 서서히 토론과 설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대에 접어든 요즈음, 깊이 새겨둘 일이다.

물총새가 된 ‘알키오네’ 이야기는 쉽게 만나고 헤어짐에 익숙한 이들에게 부부의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 들려주고

‘알페이오스’는 내가 필요해서, 내가 기쁘기 위해서, 내가 덕을 보려고 하는 사랑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가르친다.

지금 절망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안티고네의 교훈을 통해 절망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칭기즈칸의 일기에 남겨진 이 글을 읽어보기를.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잃고 마을에서 쫓겨났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목숨을 건 전쟁이 내 직업이고 내 일이었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말하지 말라.

그림자 말고는 친구도 없고 병사로만 십만.

백성은 어린애, 노인까지 합쳐 이백만도 되지 않았다.

 

배운 게 없다고 힘이 없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으나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

 

너무 막막하다고, 그래서 포기해야겠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목에 칼을 쓰고도 탈출했고,

뺨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 살아나기도 했다. p.159~160

신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느낀 한가지, 신(神)임에도 불구하고 이리도 부족한데 하물며 인간임에 얼마나 더 어리석을까?

그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어쩌면 우리 인간에게 위로가 되고

그렇지만 신들의 교훈을 통해 지혜로워지기를 가르치는 듯하다.

그러하기에 두고두고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입에 오르내리는게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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