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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 양념.밥상 - 쉽고 편하게 해먹는 자연양념과 제철밥
장영란 지음, 김광화 사진 / 들녘 / 2013년 3월
평점 :
마당에 빨갛고 넓은 함지박이 자리잡고 배부른 큰항아리, 작은항아리가 마련된다.
굵은 소금포대도 세워지고 붉은 마른고추랑 숯, 무엇보다 중요한 메주덩이가 누렇게 쌓여있다.
어느 햇살 좋은 봄날, 친정엄마는 이렇게 장담글 준비를 하시곤 했다.
받아놓은 물에 소금물을 만들고 메주를 띄우고 숯과 고추 등을 넣고 하는 과정을 거쳐
항아리엔 어느새 된장이 담기고 간장이 가득 찬다.
그 된장과 간장은 우리 가족이 먹는 밥상에 오르는 반찬들에 양념이 되고 찌개가 되면서
우리 일가족의 건강한 먹거리를 책임져 주었다.
나는 그렇게 엄마가 하시던 일을 내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면 당연히 하게될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장담그기는 주부라해서 누구나 하는 일이 아니더라.
지금까지 시어머니께서 담아놓으신 맛깔스러운 장을 얻어 먹는다.
어머니 살아생전 배울수 있을려나 모르겠다.
「숨 쉬는 양념・밥상」엔 우리 먹거리,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양념과 밥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요리조리 맛과 모양을 내는 비법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자연이 주는 그대로를 섭취할 수 있는 가장 손이 덜가지만
가장 건강한 밥상 이야기들.
먹거리에 관한 이런 소박하면서도 담백한 이야기가 이렇게나 부러울 수가 있다니!
대도시를 떠나 귀농한 지은이 가족의 농사짓기는 어떤 것을 희생하거나 잃어버린게 아니라
그동안 잊고 살았던 소중한 무엇을 되찾은 것인양 풍족해 보인다.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귀농의 결실을 하나둘 풀어놓는 이야기들이
갖가지 혼합소스에 인공향료와 빛깔에 길들여져 있는 이들에게는 모양도 맛도 보잘 것 없어 누추할까 싶지만
우리몸처럼 정직한 것이 그 무엇일까!
몸은 여지없이 받아들였던 것을 고스란히 되돌려 준다는 것을 충분히 알기에
받아들이길 꺼려하는 것들을 경계하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생기고
몸이 좋아하는 것을 자연스레 찾게 되는 것이리라.
지은이 가족의 밥상 당번 이야기를 웃으며 읽고
손수 만드는 양념이야기에서는 마당 없음을 마냥 아쉬워하고
밥의 소중함에서는 ‘그래 기본부터가 중요해’하며 맞짱구를 치며 밥상혁명과도 같은 맺음에 도달한다.
지금 당장 장을 담그려고 서두를 것이 아니라 처한 환경에서 해 볼수 있는 것들로 시작해
어느날 장 담글 마당이 생기면 엄마처럼 지은이처럼 맛깔나게 장도 담아 볼수 있으리라.
밥에도 제철밥이 있다는 말처럼 철에 맞게 나오는 강낭콩, 수수, 차, 조, 율무, 옥수수 같은 갖가지 곡식으로 밥을 짓거나
밥이 싫증날 때면 땅콩, 밤, 잣으로 죽도 끓여 보리라.
수수팥떡, 쑥버무리, 송편으로 이어지는 집에서 찌는 떡이야기를 읽을 즈음엔 사진속 떡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떡을 사먹고 말았다.
빨리 만들고 빨리 먹을수 있는 것들에 익숙해 있는 습관을 하루아침에 고치기가 얼마나 힘이 들지
더군다나 도시의 급한 일과속에서 과연 이런 것들을 얼마만큼 실행에 옮길수 있을지 여전히 미심쩍지만
책을 읽는 동안 만큼은 잘먹고 잘사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나도모르게 반성하는 시간이 되더라.
(그럴려고 그런게 아닌데 자연히 그렇게 되더라)
자랑도 아닌데 늘 요리에 젬병이라하며 살았다.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한 요리는 아닐지언정 건강한 것에 포인트를 맞추고
그 하나만으로 충분히 경쟁력 있다 여기며 관심있게 살 수 있었을텐데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되는대로 먹으며 살아온 듯해
솔직히 부끄럽다.
오늘 저녁엔 지난 어버이날 시어머님이 챙겨주신 된장에 쌀뜨물을 풀어 호박이랑 버섯, 고추 쏭쏭 넣어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정성들여 끓여볼까 싶다.
가짓수 많은 그럴듯해 보이는 밥상이 아닌, 한가지여도 자연재료로 가족을 생각하며 애정을 담아 만든 밥상은
절대 초라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식구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 어떤 양념보다 중요하다. -p.6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