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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서 떠났다 - 220일간의 직립보행기
최경윤 지음 / 지식노마드 / 2013년 1월
평점 :
유쾌, 상쾌, 통쾌한 여행기다.
대학3년생의 세상맛보기가 특유의 젊은 끼로 똘똘뭉쳐져
본거, 맛본거, 느낀 것을 조금의 치장도 없이 있는그대로 드러내놓은 것.
대개 여행기라 하면 현장에서 찍어 수록한 사진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은데
이 책은 글밥에도 못지않은 비중을 두었고 지은이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솔솔한 재미를 더해준다.
(그런데 책크기가 작아서 글씨도 작은데다 그림에 덧붙여진 설명글은 째려봐야 읽을수 있는..ㅠ)
‘220일간의 직립보행기’라 표명한대로 7개월간 인도, 남미를 돌며 낯선 땅에서 부딪힌 환경과 사람을 통해
여행에서 돌아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스스로 세워보는 그야말로 청춘의 고민이 가득 담겨있다.
지금 우리나라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저자가 느낀 그대로를 공감하며 읽을수 있지 않을까싶다.
항상 뭐라도 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안 그러면 내가 남들보다 뒤처지는 건 아닐까.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 버린 건 아닐까 불안했거든요.
이대론 안되겠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자! -p.4
이렇게 생각하고 모든걸 내려놓을 시간과 공간을 찾아 떠날 수 있다는게 또 젊음의 특권이라 읽으면서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첫여행지였던 인도에서의 기록들은 집떠나 고생편을 보는 듯 애처롭기도 하고
'여자몸으로 그렇게 무작정 혼자 떠나니 그렇지'하며 안스러워하며 읽게 된다.
돌아와서 떠올려보면 고생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포장되기 마련인데 당시에 기록한 일기다보니
얼마나 생생한지 여행이라해서 모두가 낭만이 가득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여과없이 실어놓았다.
그럼에도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데 괜찮겠거니하며 내처 읽어가자니
드디어 남미로 건너간 첫국가 콜롬비아에서 작가는 신났다.
이후 주욱~ 콜롬비아 예찬을 듣게 되는..
그렇게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등을 지나며
중간에 지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파티도 하고 농장에서 봉사도 하는 전형적인 배낭여행기를 보인다.
그렇지만 이 책이 여타 여행기들과 구분되는 점은 여행지에서 만나는 대학생이나 또래들을 소개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대학생들과 다른 점이랄까
차이를 현격하게 드러내 보여준다는 것이다.
강의실에 앉아서 교수님이 들려주는 강의나 교재를 통해 머리로만 익히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지식은
현장에 적용하지 못하는 이론에 불과한 지식이라는 점이다.
농장에서든 마을에서든 필요한 자리에서 외국의 대학생들은 배운 지식을 실제로 적용하고 창출할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고
무엇보다 자신이 전공하는 분야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깊다는 점이 거듭 언급된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그들은 부모님이나 타인을 의지하거나 그들에 의해 좌우되지 않으며
스스로가 원하고 잘하는 것을 직접 찾아나서고 여행의 도중에 발견한 것들을 자기것화 하는데 탁월한 모습들을 스케치해 놓았다.
무엇을 어떻게 할것인지가 분명하고 그것을 발견할때까지 머뭇거리지 않는 모습, 부럽다.
220일간의 기간동안 최경윤은 계속해서 고민하고 그러지 않으려하면서도 또 그러고를 반복한다.
물론 한국으로 돌아올 때엔 하고싶은 것을 찾고 이렇게 살아가야지의 실루엣을 잡기도 했지만 한국인 특유의 현재를 즐기지 못하며
불안해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그 모습이 결국 나의 모습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싶어 측은하다.
지난번 오소희 여행작가의 남미여행기와 겹쳐지는 부분도 작게 있지만 대하고 느끼는 부분은 전혀 다르고
접근방식도 달라 식상함없이 읽을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여행기에서 볼수 없었던 우리나라와 다른 타국 학생들의 삶과 생각을 엿볼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1년이 되어가는 지금, 그때의 깨달음과 작심을 잘 이어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돌아오는 와중에서조차 잘해갈수 있을까 불안해 했었는데..
내가 최경윤 학생의 그맘때는 뭐했나 싶고 그만큼의 생각도 못하고 그 시절을 지났는데 읽으면서 대견하고 기특하고..
그래서 작가가 나아가는 길이 비록 거창하지 않더라도 현재를 즐기며 하고싶은 것을 즐겁게 하며 살아가는 젊은이가 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