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를 산책하다 - 문화유산으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 150년
김종록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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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긴 시간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짧은 시간이다.

150년만 거슬러 올라갈 뿐인데도 우리의 역사현장은 지금과 너무도 달라 마치 타임캡슐 여행을 떠난 느낌이랄까.

그만큼 우리의 근대사는 드라마틱하게 흘러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잊혀지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바쁜 삶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대는 억지로 기억하고 싶지않은 아픔이 많기에 굳이 어두웠던 역사의 그때를 떠올리고 싶지 않기도 하리라.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역사는 청산의 대상이 아니라 복원할 대상이라고.


흔히 역사 청산을 말하곤 하는데 역사는 진솔한 기록으로 복원해야 할 대상이지 청산 대상이 아니다. -p.209

책에 수록된 각 편의 글들은 저자가  「중앙SUNDAY」에 연재한 취재기사를 대폭 보완하였다고 한다.

생생한 그림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신문사 선임기자와 함께 애쓴 것, 각 분야의 전문가와 동행 취재했음도 밝힌다.

하지만 책의 전체적 완성도로 보자면 여기저기 미흡한 점들이 많음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책을 꼼꼼이 읽는 독자로서 자꾸만 눈에 띄는 오탈자는 물론 현장에서 감회에 젖어 피력하는 저자의 감상이

때론 여느 독자의 감상과 배치될 요소도 있어 보인다. 특히 특정 인물(전직 대통령)에 대한 언급에서는.

또한 현장 답사이기에 저자의 글을 시각적으로 보여줄수 있는 보다 자세한 현장사진의 수록 또한 지방인의 한사람으로 아쉽다. 

책을 읽는 동안 솔직히 책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웠는데 그게 딱인거다~ 취재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끄는 근대의 현장을 들어서는 발걸음은 묘한 설렘을 일으킨다.

어느 장소에 누군가의 손에 의해 세워진 건물은 사건의 중심이 되고 시간이 흘러 조금씩 변형될지라도

그것(곳)은 명실상부 ‘역사’가 되어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근대의 연장인 현대에 이르러 그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에 따라 근대의 의미를 축소하고 청산해 버릴것인지,

근대에서 배워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의 바탕이 달라지리라.


‘장소’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공간인 그 장소들은 찾는 이로 하여금 문화적 정체성을 느끼고 의식적인 애착을 갖게 한다. 우리가 수용한 근대의 원형이 있는 그 장소들에서 다채로운 근대의 스펙트럼을 보았고 숱한 역사 인물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나는 때로는 흥분을, 때로는 아쉬움을, 때로는 울분을 느꼈고 격세지감에 빠지기도 했다. -p.5 머리말

우리 근대역사 36곳을 둘러보는 일은 지면으로도 벅차다.

그곳을 둘러싼 자료와 인물을 찾아 들려주며 현대에서 지니는 역사적 의미를 고취하고자 하는 의도는

저자가 먼저 깨닫지 않으면 즐겨하지 못할 일이다.

최근들어 이런 형식의 현장답사를 돕기 위한 책들이 장정도 산뜻하니 많이 나오고 있어 대단히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서울에 살고 있지 않아 현장의 숨결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점이 매우 애석하지만 언젠가 서울나들이길에

책에서 초대받은 몇몇곳을 들르리라 이미 예약해 둔다.

책을 읽은후 주위를 둘러보니 건물들이 예사롭지 않게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무덤덤 서있는 저 건물도, 산도, 나무도

후세대에게는 또다른 이야기가 되어 의미를 지니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공간을 찾아 근대를 조망하는 형식을 벗어나 나의 근대사 산책은 이덕일의「근대를 말하다」로 이어질 참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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