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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서른한 가지 핑계
여행자들 지음 / 북인 / 2012년 8월
평점 :
여행이란 것이 훌~ 떠나기에 쉬울 듯 하면서도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게 현대인의 삶이다.
시간을 내야하고 경비가 있어야 하고 또 여행일정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책에 실린 서른한가지 이야기에는 이런 조건들이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을 위해 과감히 일을 그만두는 이도 있고
경비는 땡처리 항공권을 이용해 저렴하게 여행을 즐기는 이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여행일정은 본인이 평소 가고 싶었던 장소와 이유로 인해 무작정 떠날지라도
여행 그 자체에서 길어올리는 풍성한 이야깃거리와 마주치는 풍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충만히 채워줄 뿐만 아니라 여행을 떠나야 했던 이유에의 해답을 찾아주기도 한다.
그러니 이것저것 챙기는 번거로움으로 인해 떠나기를 번번이 주저했다면
지금 왜 떠나야 하는가의 핑곗거리를 찾아 일단 길나서보기에의 자극을 받을수 있다.
31인의 다양한 핑계와 여행지, 그리고 그들이 담아온 이야기는
제각각의 추억을 개개의 개성 넘치는 글들로 버무려 책 한권이 마치
갖가지 나물을 보기좋게 얹어놓은 비빔밥 같다.
색색의 빛깔이 눈을 즐겁게 해줄 뿐만 아니라 그 맛 또한 나물종류에 따라 씹히는 맛이 다르듯이
여행이야기는 31가지 각각의 색과 맛을 지녔다.
작가 특유의 관점과 느낌들로 인해 각기 다른 느낌을 전달받으면서도
모든 이야기는 떠남의 이유를 찾는 길로 통하고 있으니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이야기로 어우러진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좋아하기에 일상탈출이 한번씩 늦어지는 때엔
여행기를 읽으며 욕구를 해소하곤 한다.
예전에 다녀온 곳이 눈에 띄면 사진속 풍경도 정겹고 이야기도 더 살갑게 다가온다.
하지만 책을 보면서 매번 느끼는 한가지는 장소만 같을 뿐이지 그곳에서 느끼는 마음은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가 써내려간 글을 읽으면 같은 장소 다른 느낌을 들여다 보게 된다.
이렇듯 느낌다른 이야기가 책에는 서른한가지나 있으니 한자리에서 모두 섭렵할 것이 아니라
하루에 몇편씩 아껴 읽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나 역시 이런 이유로 일주일 동안 낯익은 곳, 낯선 곳을 드나드는 재미가 솔솔했다.
이성, 모녀, 가족, 혼자 제각각의 스타일로 떠나는 여행,
모녀가 함께 떠나는 이야기가 가장 많았던 것 같은데 이들의 이야기를 읽을때면
나도 딸아이가 어느정도 자라면 꼭 둘이서 함께하는 여행을 해봐야지하며 부러워도 했고
늘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을 해왔던 우리 부부의 앞날에 달랑 부부만 손잡고 떠나는 여행의 청사진도 그려보았다.
거기에 더 용기를 낼수 있다면 진정으로 ‘나’를 마주하기 위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날 수 있기를 스스로에게 주문걸어 본다.
하루하루 급변하는 도시보다 더 고집스럽게 ‘같은 일상’을 살았을 지라산, 나의 고향에서 위안을 얻는다. 다시금 중심을 잃고 휘청일 때, 잠시 멈춰서서 눈을 감으면 묵묵히 수행하는 스님의 북소리와, 세차게 흐를 불일폭포의 물소리가 깨우쳐줄 것이다. 너만의 일상을 걸어가라고. -p.53 플라잉율, ‘시티스테이가 지겨워 떠난 템플스테이’中
나는 문경새재 길을 걸으며 꿈꾸는 나를 찾고자 했었다. 나만의 특별한 꿈과 인생의 목표를 가져야 하는 강박감에 눌려 있었다. 하지만 이 길에서 꿈을 꾸었던 조상님들을 생각해보면서 깨달았다. 결국은 꿈과 목표가 중요한게 아니었다. 여행 자체가 목적일 수 있듯이 삶 자체가 목적일 수 있다. 지금 같이 하고 있는 모든 것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야말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이제는 꿈꾸는 나를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을 것 같다. 묵묵히 오늘을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p.86 꽌또, ‘꿈꾸는 나를 찾아서’中
나에게 리스본은 세상과 어울리면서도 자기 안의 것을 유지하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세상의 마이너리티를 감수하면서 내 안의 메이저로 사는 건 해볼 만한 일이라고 말해 주었다. 무턱대고 떠났던 곳, 포르투갈 리스본은 이렇게 가만가만 날 치유해 주었다. 난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 -p.189 키네, ‘이유없이 계획없이 무작정 떠나다’中
피렌체가 낳은 많은 예술가 중에 단연 미켈란젤로가 떠오른다. 그가 3년에 걸쳐 만들어낸 다비드상 때문만은 아니다. 스케치도 없이 거대한 돌조각에서 다비드상을 꺼내오듯 조각해낸 천재성 때문만도 아니다. 80여 년의 전 생애를 독신으로 고스란히 조각에 헌정한 그의 고지스런 집념이 존경스럽다. 나의 일생에 걸쳐 몰두해야할 것은 과연 무엇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p.212 눈부신 그대, ‘아들, 딸을 향한 워킹맘의 사랑’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