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책 - 생각이 커지는 명작 그림책
앤서니 브라운 (지은이), 허은미 (옮긴이)



책더보기



‘가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아이에게 책을 읽히는 내내 이 물음에 대해 줄곧 생각했더랬습니다.

저도 한남자의 아내이고 아이의 엄마로서 책에 등장하는 피곳부인과 비슷한 일상을 매일같이 반복하는 주부의 입장에 있습니다.

[돼지책]은 단순히 주부라는 입장에서 책을 읽는다면 이이상 더 통쾌할 수가 없는 내용입니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흉내낼수 없는 며칠간의 잠적, 그후에 오는 아빠와 아이들의 뉘우침, 그리고 역할전가...
앞부분에 참 안쓰럽게만 느껴지던 엄마의 모습이 가출후 돌아왔을때 어찌그리 당당해 보이던지요.. 일종의 대리만족 같은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되더군요

그런데 만약 책의 줄거리가 단순히 엄마편 들어주기에서 끝나버렸다면 주부의 속을 시원하게는 해주었을 지언정 분명 지금처럼 세간에 주목받는 책은 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마지막 장의 그림이 만약 엄마가 침대에 누워서 잠들어 있다거나,
아니면 이전의 피곳씨처럼 소파에 드러누워 TV나 신문을 보고 있는 장면으로 끝나버렸다면 도대체 이 책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으로서 전달하는 메시지가 무엇이란 말인가 하고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되었겠지요..



하지만 앤서니 브라운은 마지막 장면을 얼굴에 기름칠이 된 채 차를 고치고 있는 모습의 피곳부인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에게 진정한 가족간의 사랑과 애정에 대해서 강한 인상을 남겨줍니다.



아빠가 설거지를 하고 엄마가 차를 고치는 일은 어쩌면 그동안의 성역할이라는 고정관념에 얽매여 있던 우리들에게 무척 생소하게 보여지는 모습이지만 아빠와 엄마가 그렇게 서로의 역할을 바꿀수 있는 것은 ‘여자’이기에 앞서 ‘엄마’이기에, ‘남자’이기에 앞서 ‘남편’이고 ‘아들’이기에 누구에게 정해진 역할이 아닌 공동의 역할로 다가설 수 있는 모습이겠지요..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휴식처가 되어줄 가정이라는 보금자리가 어느 한사람의 희생만을 강요한다면, 그리고 그 희생의 고마움을 모른다면 그건 더 이상 가정으로서의 의미를 지니지 못할 것입니다.



앤서니 브라운은 이미 가족관계에 대한 여러가지 문제를 [고릴라]와 [동물원] 그리고 [터널]에서 신랄하게 다루어 줌으로써 가정이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를 되돌아 보게끔 독자들에게 여러번 도전을 던져 주었습니다.
이 [돼지책]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현대 사회에서 위기에 처한 가정내 문제를 재미있는 찾을거리(돼지찾기)와 유머러스한 구성으로 무거운 주제에 비해 접근하기 쉽도록 배려하면서 하고자 하는 말을 은근히 내재시켜 놓았더군요.
집에서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는 일은 엄마의 일에 속한다고 당연히 생각하며 자라는 아이들에게 작가는 가족공동체의 중요성을 한껏 부각시키면서 가사를 비롯한 모든일이 가족이라면 함께 나누어야 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대상으로 나온 책이지만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 진지하게 다가가는 책..
아이책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이 [돼지책]을 통해서 우리 엄마들이 더 이상은 가사라는 노동에 치이지 않기를 바라며 아이들에게는 ‘공동체 의식’이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또한 아빠가 설거지를 하는 모습이, 엄마가 공구로 집안 여기저기를 수리하고 다녀도
어색하지 않은 세상이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바래어 봅니다.

원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