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자장가 자미 잠이 - 보림어린이 음반 
                                                                  보림 편집부 (엮은이)

                                                        


최근 우리것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아이들 대상의 그림책에도 우리문화나 우리전통, 우리음악 등을 대상으로 한 우리것 찾기 운동이 붐을 이루고 있는듯 하다.

그리고 그런 책들은 예의 아니게 우리 고유의 것을 어떻게 아이에게 전해 줄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부모들의 관심대상이 되고 그런 부모들의 고민을 어느정도는 해소해 주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토속적인 분야로 생각되는 ‘전래자장가’는 어떠한가를 짚어본다면
그동안 여타 분야에 비해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2002년 어린이 전문 음반일을 하는 백창우씨가 [아기 어르고 달래고 재우는 자장노래]라는 제목으로 전통악기와 서양악기를 사용해 22곡의 모음 음반을 펴냈었는데 이에 비하면 보림에서 나온 [자미잠이]는 시기적으로 좀 늦은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에라도 엄마의 사랑이 잔뜩 담긴 전통적 운율의 자장가를 온갖 정성으로 빚어내 놓아 정말 다행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우리 아기 코~ 잘까? 엄마가 자장 자장 해줄께~”
라는 엄마의 목소리로 시작되는 전래자장가 [자미잠이]는 많은 곡의 자장가를 담는것에 치중하기보다
적은 곡이지만 우리에게 가장 낯익고 사랑스러운 노랫말을 담은 곡위주로,
그리고 아기들에게는 엄마가 들려주는듯한 느낌의 속삭임으로 아이의 단잠을 재워주는 곡들로
질적인 부분에 있어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았음을 면밀히 알게 해주는 음반인 듯 하다.


같은 자장가이지만 부르는 가수의 음색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점을 간과할수 없어
두가수의 각기 다른 느낌의 곡을 모두 실어두었다는 점이나
가수들에게 반주없이 노래를 먼저 부르게 한 후 곡을 덧입혔다는 점은 이 음반의 편곡자가 얼마나 [자미잠이]의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는지를 알게하는 대목이다.


사실 이 음반을 배송받은 후 나는 함께 딸려온 해설서를 전혀 읽지 않은채 시간나는 대로 하은이와 함께 계속해서 CD듣기만을 했었다.
하은이는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지만 나는 이 음반을 들을때마다 왠지 반주보다 가수가 부르는 가사의 전달이나 가수의 엄마같은 음량과 음색이 더많이 돋보인다는 사실을 조금씩 인지하게 되었다.
여러 종류의 우리악기가 많이 사용되었고 간혹 자연소리를 곁들인 효과음도 있지만
그런 부속적인 사양들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그저 배경음 정도로만 낮추어 놓은채
될 수 있는한 가수의 노래가 부각되도록 해놓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래..자장가니까 반주보다 엄마같은 가수의 목소리가 더 중요하겠지..
자장가는 연주곡도 아니고 게다가 감상곡은 더더욱 아니니까..‘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한참을 지난후 해설서를 읽으니 바로 내가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떡~하니 기술되어 있는 것이다.
나의 그런 느낌은 편곡자가 순전히 의도한 바이고
또 그의 그런 의도는 아이를 키워봤던 엄마인 내가 충분히 공감하는 이유였다.


---일반적인 음반 녹음 과정의 역순서로 녹음을 했더니 자장가의 느낌이 훨씬 맛있게 살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반주가 있으면 아무래도 가수는 반주의 느낌을 따라갑니다. 또 리듬과 가락의 흐름에 얽매여 자연스러운 자장가의 느낌을 드러내는데 방해를 받게 됩니다. 실제로 집에서 자장가를 부르는 엄마들은 마음속으로 하나.둘.셋.둘.둘.셋...이렇게 박자나 장단을 타기는 하지만 박자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더욱이 주요 청취자가 등을 바닥에 대고 살아가는 어린 아이들인데 그 아이들 앞에서 멋진 연주회를 보여주려는 것도 아니고요. 아이들의 귓가에 가깝게 들려지는 엄마의 목소리 같은 노래, 아이의 호흡과 아주 긴밀하게 일체감을 주는 노래이기 위하여 다소 힘겹지만 반주 없이 노래를 완성한 것입니다.---


굳이 비교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앞에 언급했던 [아기 어르고 달래고 재우는 자장노래]의 음반을 들어보면 이 음반은 잠자리의 아기에게 CD를 틀어주고 자장자장~ 잠들도록 기획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동네마다 옛부터 전해오는 노래들을 골라서 다듬거나 새로 노래를 붙여 이런 전래자장가가 있다고,
엄마들이 익혀 아기들에게 불러주면 좋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음반같다고나 할까..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음색으로 보아 아기를 낳은 엄마의 목소리는 아니고
반주하는 악기들의 소리도 노래의 강약못지 않게 전면에 부각되어 있는 점이 다소 거북스러웠다.
게다가 때로 몇 곡은 자장가임에도 듣다가 신이 날 정도의 빠르기곡이기도 하고.


이에 반해 [자미잠이]의 가장 큰 장점은 CD를 틀면 바로 엄마같은 목소리의 가수가 풍성한 음량으로
아기가 단잠에 빠지도록 자장가를 불러준다는 점이다.
(하기야 직접 불러주는 엄마의 목소리 같겠냐마는..)
될 수 있는한 조용히, 느리게 아이가 새록새록 잠이 들수 있도록 그야말로 말그대로의 자장가인 셈이다.


[자미잠이] 해설서의 서두에서도 지은이가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 말이지만
전래자장가의 글말은 어찌 이리 고울까 싶은 가사가 입에 착착 달라붙는 맛이 살아있다.

머리끝에 오는 잠 살금살금 내려와
눈썹밑에 모여들어 깜빡깜빡 스르르를
귀밑으로 오는 잠 살금살금 내려와
눈썹밑에 모여들어 깜빡깜빡 스르르르

우리아기 잠드네 쌔근쌔근 잠드네
워리자장 워리자장 우리아기 잠드네

<머리끝에 오는 잠. 영양군 전래자장가>



이리 고운 노랫말이 빛을 못본채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그러니 이런 음반이 있어 두고두고 듣고 익히고 불러줄 수 있음이 새삼 다행스럽고 고맙다.


이제 [자미잠이]의 음반 해설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 음반을 구입하면 200페이지 분량의 소책자가 딸려있는데 이 책에는
아기들에게 왜 자장가를 들여줘야 하는지를,
엄마가 들려주는 전래자장가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전래자장가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글들을,
그리고 음반을 만드는 과정과 수록곡들에 대한 설명글들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 소책자의 반정도의 분량이 왜 자장가여야 하는가에 대해 할애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지은이는 전래자장가에 대한 중요성을 무척이나 강조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나 동일한 주제의 계속되는 반복은 책을 읽는데 좀 지루한 감이 없잖아 든다.
이미 전래자장가 음반을 구입한 사람들은 이만큼의 역설을 재차 하지 않아도 그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을터인데 말이다.


그리고 전래자장가에 사용되는 음계에 대한 설명은 음계에 대한 상식은 될 수 있을지 모르나
나와 같은 음악의 문외한이 듣기로는 그리 도움이 못되는 듯 하다.
특히 선법에 대한 설명은...


또한 음반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처럼 언급해 놓았는데
참여인들의 수고를 여러차례에 걸쳐 언급하는 것은 오히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부담감을 주는 것 같다.
굳이 그 수고를 되풀이해서 언급하지 않아도 독자들은 그만큼의 수고가 있었겠음을 설명만 듣고도 알수 있을테니..


마지막으로 노래 소개에 대한 글은 각 노래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처음 책을 읽지 않고 CD를 들었을때 듣고 있는 곡이 어느 지방에서 불렀던 곡인지,
그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가수가 어떤 사람인지,
그 자장가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가 무척 궁금했는데 이 대목을 읽어보니 궁금정이 많이 해소되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가사에 섞여있는 어려운 낱말들이 더러 있었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라도 부가되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면, 우리 애기 잘도 잔다에 나오는 앞노적이나 뒷노적이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


끝으로 [자미잠이]에 대한 서평을 마치면서 전래자장가에 대한 음반에 정말 아쉬운 점을 말하고 싶다.

왜 아빠가 들려주는 전래자장가 곡은 없는지를..
물론 주고받는 노래가 아닌 전곡을 아빠가 들려주는 노래로 말이다.
필자가 간혹 함께 노래를 불렀다고는 하지만 그 참여도가 그다지 아빠들에게 큰 어필이 되지는 못할것 같다.

‘자장가’라고 하면 언뜻 엄마가 잠드는 아기에게 들려주는 노래로 생각되어 지는데
아빠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자장가도 엄마못지 않게 잠드는 아기에게는 무척 풍요로운 선물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두 달여 이 음반을 듣던 하은이, 인형을 아기처럼 재우면서 부른다.

“자장~ 자~장~ 우리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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