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모임이 있는 날인데 그동안 추운날씨에
나들이를 계속 못가다가 이제 봄기운이 제법 들길래
이번주는 나들이 계획을 잡았었다.
장소는 봉무공원의 나비생태관..
이곳에 있는 나비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를때 아이들이 탄성을 지르게 된다고 원영맘이 어는 소개글에서 읽었다네..
어찌됐건 학습보다는 솔직히 봄바람 쐬러간다는 기분에 들떠서 설사 나비들에 실망을 하게 될지라도 그리 마음상하지 않을것 같았다. 하도 오랫만에 하는 나들이라..
모임을 가지는 다섯아이들 외에 동아리를 같이하는 다른 아이가 셋..그렇게 8명이 말그대로 봄소풍을 나섰다.
이곳 달서구에서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봉무공원까지 가기란 솔직히 지하철이 아니라면 엄두도 못낼 그런 거리이다.
대구지하철 참사가 있은지 어언 1년이 지나는 즈음인데 그 1년이란 시간의 경과속에 그렇게도 경악하며 두려워 했었던 기억도 차츰 희석돼 가는지 지하철의 편리함에 불안함을 지닌채 이용하게 된다.
오늘도 예외없이 지하철을 오랫동안 타고 역에 도착했다.
벌써 친구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고 옷차림새가 봄이 가까이 있음을 느끼게 간편한 차림을 하고 온 친구도 있다.
어제 우주네에서 전체모임을 가지면서 만났던 친구들을 바로 또 보니 전혀 서먹해하지 않고 저네들끼리 잘 섞여서 논다.
봉무공원이 어디인가 했더니 그렇게나 뻔질나게 지나다니면서 '저기가 어디지?'하며 지나쳤던 곳..그곳이 바로 봉무공원이란다.
파란 하늘아래 넓은 호수가 우리를 반겨준다.
하은이는 호수란 말을 어디에서 들었는지
"호수가 바다같다"라는 표현을 쓴다.
봄햇볕 받으며 나비생태관을 향해 호숫가를 걸어가자니 아직 2월이건만 등에서 땀이 나려고 한다.
그렇게 도착한 나비생태관은 한술 더 뜨서
실내기온이 30도를 넘는다.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에 나비의 종류도 많이 다양하지는 않았다.
나비들도 겨울잠을 잔다는데 바깥기온이 따뜻하니
활발히 움직이면서 정원을 날아다닌다.
나비뿐만 아니라 귀뚜라미나 물에서 사는 곤충, 또 나비의 천적들, 나비의 탈피껍질을 함께 전시해 놓고 있어서 그런대로 나비와 관련된 이야기는 대충 훑어볼 수 있을것 같았다.
좀 더 이쁘고 신기하게 생긴 다양한 나비들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안에서 간단히 사진촬영을 하고는 우리나라 토종개인
풍산개를 보러 생태관 뒤를 돌아들어갔다.
우리에 풍산개 3마리가 있는데 생김새 부터가 무섭지도 않고 눈매도 착하게 보인다.
새끼 풍산개를 보고 아이들이 다들 좋아라 한다.
간단히 관람을 마치고 이제 점심시간..
다들 집에서 챙겨온 도시락을 펼치니 진수성찬이다.
아이들도 배가 고팠는지 엄마들이 먹여주는 밥을 열심히 받아먹는다.
그리고는 근처에 있는 놀이터에서 시이소타고 미끄럼틀타고..또 모래놀이..
8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씨름장에 오손도손 모여서 서로 모래를 퍼담아주고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모래놀이는 다들 좋아한다.
엄마들의 손이 전혀 필요없이 아이들끼리 놀았다.
그사이 엄마들은 이런저런 수다...
모래놀이가 어느정도 싫증이 날 무렵..
보물찾기를 했다.
아이들이 찾기 쉽도록 씨름장 주위에 둘러 놓았더니
금새 찾아버린다.
나들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비를 봤으니
간단히 나비관련책을 한권 읽고 또 나비만들기를 해보았다.
의외로 아이들이 책읽기에 집중해 주고
또 나비만들기도 열심이다.
좀전에 눈으로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았으니
효과가 극대화 되는것 같다.
다들 만든 나비를 들고 발표도 하고
또 짝짓기 놀이도 했다.
이 짝짓기 놀이도 어찌나 좋아하는지 다들 자기이름을 불러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눈에 가득하다.
그리고는 나비야 노래로 마무리..
그렇게 보냈던 나들이가 어느새 4시가 넘어서고
서서히 마무리를 할 시간이다.
오늘은 아무도 싸우지도 않고 서로 친구랍시고
챙겨주고 저네들끼리 잘 논다.
역시 아이들은 실내에 가두어 두기보다
실외에서 맘껏 놀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게 오늘도 입증된듯 하다.
그리고 자주 보아서 그런지 하은이도 예빈이랑 다린이와 금방 친구가 된다.
오늘 한번도 업어달라지도 않고 투정도 안부리고...
얼마나 이쁜지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에 재래시장을 들렀는데도 잘 쫓아다녔다.
봄옷이 가득 나왔길래 쓸데없이 아이쇼핑을 하는데
나보다 하은이가 더 좋아한다.
안그래도 이쁜것에 목숨거는데 알록달록, 하늘하늘
예쁜 블라우스랑 치마들이 나왔으니 눈이 돌아가고도 남았겠지.
어제, 오늘 정말 잘 놀은것 같다.
내일은 잠깐의 휴식이 필요한듯..
2004.02.19